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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 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편집자말]
"아이폰5를 다섯 번 완충(완전충전)시키는구만."

13000mAh. 금속 소재의 보조 배터리 겉면에 쓰여진 충전 용량은 생각보다 상당한 분량이었다. 든든했다. LTE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여유로움이었다. 충전용 케이블 하나만 갖고 있으면 더이상 가는 곳마다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을 곳을 찾지 않아도 됐다.

전력소모가 심한 LTE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휴대용 보조 배터리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클리앙' 등 국내 IT 커뮤니티에서는 '리배다'라는 이름의 생소한 보조 배터리 브랜드가 화제다. 개인이 포털 사이트 동호회에서 만들어 팔던 제품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꾸준이 입소문을 타다가 창업과 정식 발매로 연결된 '특이 사례'다.

좌측 검정색 기기가 '리배다9', 우측 붉은색 기기가 '리배다13D'. 실제 색깔은 핫핑크에 가깝다.
 좌측 검정색 기기가 '리배다9', 우측 붉은색 기기가 '리배다13D'. 실제 색깔은 핫핑크에 가깝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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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배터리 살 때 '뒤통수' 안 맞으려면?

휴대용 보조 배터리란 고용량 배터리에 USB충전 단자를 연결해 220V 직류 전원이 없는 곳에서도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하게끔 만든 제품을 말한다. 출시 초기에는 휴대용 전자기기 사용시간 비중이 높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한정적으로 쓰였지만 전력량 소모가 비약적으로 높은 LTE 스마트폰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얻어가는 추세다.

LTE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닳는 이유는?
LTE 스마트폰은 전송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동시에 여러 안테나를 사용해 여러 기지국에 접속한다. 이렇게 다수의 경로를 통해 동시에 데이터를 받는 기술을 MIMO(Multiple-Input Multipul Output)라고 부르는데 이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속도는 빠르지만 그만큼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지나치게 빨리 닳을 때는 LTE 기능을 끄고 3G 모드로 전환시켜 주면  한결 여유있는 사용이 가능하다.
휴대용 보조 배터리 구입에 앞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게 두 가지 있다. 실제 충전 효율과 사용된 충전지의 안정성이다. 보조 배터리에는 대체로 리튬 이온 전지가 사용되는데 이 전지는 기본 전압이 3.7볼트(V)이다.

반면 스마트폰 같은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용 전자기기는 통상 5V를 사용한다. 그래서 제품에 표기되는 충전 용량과 실제 충전 용량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따져보지 않고 사면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충전지의 국적도 주 고려 대상이다. 양산 시스템이 갖춰져서 고른 품질이 보장되는 삼성, LG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중국의 저질 충전지를 사용하면 몇 번 쓰지 않아도 충전 용량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고 드물게는 폭발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중국산 배터리를 쓴 제품에 한 차례 '당한' 적이 있다. 싸다 싶어 샀더니 실제 용량이 표기된 양의 절반 수준이었다. '리배다 13D'를 리뷰하면서 일부러 10일 이라는 넉넉한 기간을 잡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앞서 다른 제품에서 '뒤통수'를 맞은 탓인지 수차례 충전·사용을 반복해도 같은 성능이 유지되는가 하는 점이 가장 궁금했다.

아래 있는 기기가 리배다13D. ①은 5V-1.2A 출력용 단자, ②는 충전 시작버튼, ③은 충전량 표시LED, ④는 5V-1A 입력 단자, ⑤는 5V-2A 출력용 단자다. 위에 있는 기기는 리배다9. ⑥은 LED 랜턴 ⑦은 5V-2A 출력 단자, ⑧은 5V-1A 출력 단자다. 리배다9의 경우 충전량 표시 LED와 충전 시작버튼은 윗면에, 충전 단자는 왼쪽 옆면에 있다.
 아래 있는 기기가 리배다13D. ①은 5V-1.2A 출력용 단자, ②는 충전 시작버튼, ③은 충전량 표시LED, ④는 5V-1A 입력 단자, ⑤는 5V-2A 출력용 단자다. 위에 있는 기기는 리배다9. ⑥은 LED 랜턴 ⑦은 5V-2A 출력 단자, ⑧은 5V-1A 출력 단자다. 리배다9의 경우 충전량 표시 LED와 충전 시작버튼은 윗면에, 충전 단자는 왼쪽 옆면에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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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배다13D, 한 번 충전으로 아이폰5 다섯 번 충전


리배다13D의 공식 충전용량은 13000mAh다. 이를 이론적으로 5V로 승압할 경우 방출할 수 있는 전력은 9620mAh 정도다. 배터리 용량이 1440mAh인 아이폰5를 6.68회 충전 시킬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승압 과정에서 열에너지 등으로 손실되는 전력을 감안하면 실제 방출가능 전력은 이보다 더 줄어든다.

사용한 지 6개월 째인 기자의 아이폰5로 실제 측정해본 결과 리배다13D로는 스마트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대기' 상태에서 5.3회(5회 충전 후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 30%) 충전이 가능했다. 사용하지 않는 대기 상태에서도 유지 전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충전용량은 7500~8000mAh 정도로 추정된다(리배다 측에서는 완전 충전된 13D 제품의 5V 기준 용량이 8000mAh라고 밝혔다).

리배다13D 내부. 5개의 연결된 충전지 묶음 가운데에 배터리 제조사인 LG전자의 제품 일련번호가 찍혀 있다.
 리배다13D 내부. 5개의 연결된 충전지 묶음 가운데에 배터리 제조사인 LG전자의 제품 일련번호가 찍혀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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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인 만큼 태블릿도 완전 충전이 가능했다. 구입한 지 2년 된 기자의 아이패드2는 1.25회 충전이 가능했다. 아이패드의 배터리 용량은 6600mAh. 갓 출시됐을 때보다 배터리 효율이 다소 떨어진 상태지만 리배다13D를 활용할 경우 15시간 이상 와이파이망 사용이 가능했다.

처음 완전충전을 시켰을 때의 용량과 완전방전을 10회 시킨 후 완전충전한 용량의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같은 장소, 같은 기기로 측정한 결과 완전 충전된 10회차 리베다13D로는 대기 상태의 아이폰5를 5.26회 충전할 수 있었다.

동시 충전은 효율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리배다13D는 두 개의 출력용 USB 단자에서 각기 다른 규격의 전류가 방출되기 때문에 두 개의 전자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2A출력 단자에 아이패드2를, 1.2A 출력 단자에 아이폰5를 연결했더니 아이폰5는 대기 상태에서 완전 충전, 아이패드2는 72%까지 충전됐다. 다만 내부 회로 보호를 위해 최대 2.7A까지만 출력이 가능한 탓인지 동시 충전시에는 충전 속도가 더뎠다.

용량이 크다 보니 리배다13D를 충전하는데는 다소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5V 1A 규격 충전기로 6시간 30분 정도가 걸렸으며 PC USB 포트에 연결했을 때는 13시간 15분만에 완전 충전됐다.

고효율 LG, 삼성 배터리 쓰면서도 가격은 낮아

기자는 직업상 사무실 안에 있기보다는 여러 현장을 종일 돌아다니게 된다. 이동하면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려면 다양한 전자기기 사용은 필수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노트북 인터넷 신호를 잡아주는 와이브로 기기, 기사에 참고할 자료가 많을 때는 태블릿도 펼친다.

그런 점에서 큰 용량의 동시 충전 가능한 휴대용 배터리가 가방 안에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위안이었다. 특히 전기 소모가 빨라 평소 고작 6시간 사용하는 와이브로 기기를 하루종일 켜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희열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런 장점을 알면서도 그동안 대용량 배터리를 구매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었다. 삼성, 소니 등 대기업 제품 중 쓸만한 용량이다 싶으면 10만 원이 넘어가곤 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기업 제품들은 분해해보지 않으면 배터리 품질을 믿기 어려웠다.

개인 수제품으로 시작한 리배다가 단기간 내에 입소문을 퍼트릴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안전성이 검증된 삼성, LG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타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을 유지했기 때문. 용량 13000mAh인 리배다13D의 현재 가격은 39800원, 용량 9000mAh인 리배다9의 가격은 36800원이다. 특히 리배다9의 경우에는 열적, 기계적 안정성이 월등한 고가의 SRS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판매 후 한 달 이내에 AS 요청이 오는 불량률도 전체의 0.15% 수준으로 낮다. 제품 마감도 육안으로 봐서는 무난한 편이다. 리배다 측은 이처럼 높은 가격대 성능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소규모 생산을 꼽았다. 하루 30여 개의 물량을 소화하는 지금은 사실상 가족 기업이라 추가 인건비가 없지만 역설적으로 판매가 더 늘어나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고용하게 되면 단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리배다13D에 독자적이고 획기적인 최첨단 배터리 기술은 없다. 다만 소비자의 욕구를 읽고 자신이 가진 적절한 수준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제품의 기본 성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도는 십분 느껴졌다. 별다른 홍보수단이 없었음에도 제품을 직접 검색해 찾아오는 구매자들을 보면서 이 사례가 존재감 없는 한국의 소규모 제조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하나의 생존전략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리배다13D를 이용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함께 충전하고 있다.
 리배다13D를 이용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함께 충전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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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휴대용 배터리, #리배다, #리배다13D, #리튬, #리튬이온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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