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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을 RT했다는 이유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씨. 10일 박씨와 그의 후원회는 박씨처럼 RT만으로 국보법 위반을 의심받은 8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을 RT했다는 이유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씨. 10일 박씨와 그의 후원회는 박씨처럼 RT만으로 국보법 위반을 의심받은 8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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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이 정도도 안 되는 건가요?"

마이크를 잡은 신종협(32)씨가 말했다. 그는 5월 15일 갑작스레 들이닥친 경찰에게 압수수색을 당했다. 북한 대남선전용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을 리트윗(RT)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26)씨를 지지하는 뜻에서 지난해 2~5월 '우리민족끼리' 트윗을 RT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10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자신들처럼 '리트윗 국보법'탓에 경찰 조사를 받거나 압수수색을 당한 이승환(21)·김정도(23)·K(가명)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 복무 중인 K씨는 대리인이 참석했다.

사건의 시작은 201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씨는 우리민족끼리가 쓴 트윗을 RT한 일이 '북 체제를 선전·선동한 이적물을 배포한 것'이라며 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당했다. 이듬해 1월, 검찰은 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증거를 없애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그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는 '북을 찬양·고무한 것이 아닌 조롱하는 의미에서 RT했다'고 해명했지만, 1심 재판부는 그의 혐의를 인정,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자신이 무죄라며,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고, 오는 8월 2심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조롱·비판' 의미로 북 트윗 RT한 결과는 "국보법 위반"

김정도씨는 지난해 10월, '우리민족끼리'를 RT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는 "당시 저는 집에 없었고 부모님이 계셨는데, 경찰이 압수하려고 한 물건 중에는 제가 대학 입시 준비할 때 논술 공부한 자료도 있었다, (경찰은) 심지어 초등학교 3학년 때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 그림을 '무슨 뜻으로 그린 거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학교 사람들과 MT에서 주고받은 돌림편지에 '나의 꿈·소원 : 혁명, 해방' 이라고 쓴 것도 압수수색대상이었다.

군인 K씨는 4월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뒤 군 기무사로 가서 조사를 받았다. 이때 조사관은 "K씨에게 김성일 후원회장이나 배우 김여진씨의 트윗을 왜 RT했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박정근 후원회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K씨는 오전 심문 때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북을 동조하는 목적으로 RT한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지만, 한때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K씨의 대리인은 "'기무사가 계속 '조사 빨리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 별것 아닌데 빨리 끝내자'며 회유·협박한 탓이었다"며 "K씨는 현재 군 검찰 조사까지 마쳤고, 법정에 서게 될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일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환씨에게는 지난 3월 경찰이 찾아왔다. 그는 "영장도 없었기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며 "당시 경찰은 '종북 관련 SNS상에서 유포된 글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며 '다음 주쯤 경찰에 와라, 그 사이 SNS를 하지 말아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트위터에서 주로 애니메이션과 코스튬플레이(만화캐릭터처럼 옷을 입는 것) 관련 글을 쓰거나 읽어왔다. 하지만 박정근씨가 구속됐을 당시에는 "이쪽에서도 화제여서" 그도 관련 글을 RT했다. 이씨는 "며칠 뒤 경찰서에서 '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고, 아무 일도 없었지만, 저 같은 일반인이 피해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박정근과 관계 캐물어"... '표적 수사' 의혹도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을 RT했다는 이유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씨. 10일 박씨와 그의 후원회는 박씨처럼 RT만으로 국보법 위반을 의심받은 8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을 RT했다는 이유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근씨. 10일 박씨와 그의 후원회는 박씨처럼 RT만으로 국보법 위반을 의심받은 8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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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표적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김성일 회장은 "박정근 사건과 다른 사례들이 얽혀있다,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중요한 증빙자료로 쓰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RT 때문에 조사를 받은 8명 가운데 7명은 모두 박정근씨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거나 한 번 정도 만난 사이였다. 실제로 K씨는 조사받을 때 수차례 '박정근을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이승환씨의 부모는 경찰로부터 '박정근과 엮지 않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유일하게 친분이 없던 신종협씨도 "압수수색 당시 수사관이 '당신은 박정근 정도가 아니니 우리도 적당히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유례없는 '리트윗 국보법' 적용으로 망명을 인정받은 사례도 나왔다. 박정근 후원회는 어제 제보 한 건을 받았다. 전아무개씨가 호주법원으로부터 정치적 망명을 인정받았고, 그 사유 중 하나가 박정근씨 사건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전씨가 보낸 서류에는 호주 법원이 망명 인정 사유 중 하나로 박정근씨가 RT 때문에 구속당했고, 국제앰네스티가 이 일을 '심각한 인권침해'로 규정한 점을 감안했다고 쓰여 있었다.

김성일 회장은 "최근 국정원이 (국정원 직원 계정이 쓴 것으로 알려진) 트윗 20만 건과 박원순 시장 비방글 2만 건 등을 '표현의 자유'라고 했는데, 그 말을 하려면 가장 먼저 '박정근은 무죄'라고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박정근과 연관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쌓아두고 수사하는 방식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드러난 것은 8명뿐이지만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며 "(검·경은) '리트윗 보안법'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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