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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영화 <닥터>가 개봉했다. 영화에는 산울림의 리더였던 김창완이 성형외과 의사로 분해서 연기를 펼친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살고 있지만, 어느 날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살인마가 된다는 줄거리이다.

이런 이야기가 영화만의 일은 아니다. 한 때 어떤 성형외과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후기의 사진을 보면 부작용이라고 보기에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사례들이 많이 올라오면서 해당 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퍼졌다. 의사 자신이 예전에 만나던 여자가 있었는데, 그 때 뭔가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비슷한 얼굴을 보면 일부러 엉망으로 수술을 한다는 것이다. 해당 성형외과는 현재 폐업을 했지만 일부 사례는 아직도 인터넷 상에서 돌고 있어서 볼 때마다 간담을 서늘케 한다.

의료사고나 부작용은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있어서 상처가 된다. 아무리 예측을 잘 하고, 대처를 한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라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면 환자는 힘든 경험을 하고, 때로는 남은 인생의 짐이 되기도 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상황에 대한 책임감과 고통을 느끼고, 앞으로 진료를 하는 것에 있어 심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보니 한 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직업을 바꾸기도 한다.

그럼에도 의도적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니, 싸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성장과정에서의 교육을 통해 겉으로 볼 때는 큰 문제없이 성장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간혹 이런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공감'을 못 한다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뇌의 구조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거울뉴런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울 뉴런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기분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 하고 대신 상황을 모면하거나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가진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얼굴표정에서도 차이가 난다. 공감을 잘 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표정을 잘 따라 한다. 상대방이 슬픈 이야기를 하면 슬픈 표정을 같이 따라 지으면서 공감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웃는 표정을 같이 지으면서 공감한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계를 라포(rapport)라고 한다.

의료현장에서는 이 라포를 많이 강조한다. 업무의 특성상, 어느 한 쪽만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호협조가 중요하다.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의 감정, 사고, 경험을 이해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라포를 쌓아야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

라포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특히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행위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그 안에 담겨진 감정이나 생각하는 바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포가 쌓였는지 아닌지는 대화하는 사람들의 얼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면,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고, 그만큼 공감대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라포가 쌓인 관계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거의 흡사한 표정을 짓는다. 그만큼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거울뉴런이 활성화되어 상대방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상대방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느끼는 것이다.

위에서 나온 그 성형외과 의사가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공감했을지를 생각해본다. 서로 공감을 하고 라포를 쌓았더라면 상대방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괴담 수준의 사례들이 알려졌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태그:#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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