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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A아파트 지하실에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일부 주민들이 고양이가 있는 지하실문을 임의로 잠근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A아파트 지하실에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일부 주민들이 고양이가 있는 지하실문을 임의로 잠근 것으로 확인됐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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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A아파트 ○○동에 도착했습니다. 한 '캣맘(자발적 길고양이 돌봄이)'이 아파트 지하실에 길고양이들이 갇혀 울부짖고 있다는 제보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하실 입구에 가니 역시나 철창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철창 사이로 직접 머리를 밀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곧 들어갈 수 없는 것을 알고 낙남할 수밖에 없었죠.

해당 지하실 입구에서 제보자와 박 대표,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고양이라서다행이다' 등의 고양이보호단체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연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이 그 울음소리에 더욱 마음을 졸였습니다.

지하실에 길고양이 감금, 4마리 굶어 죽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 지하실에서 발견된 고양이 사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 지하실에서 발견된 고양이 사체.
ⓒ 동물사랑실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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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봄은 고양이들에게 '사랑의 계절'입니다. 이 시기에 임신한 고양이들은 안전하고 따뜻한 곳을 찾아 아기를 낳고 약 2개월 동안 키우다가 새끼들을 독립시킵니다. 고양이들은 영역동물이므로 한 번 독립하여 벗어난 영역 안으로 다시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 임신한 길고양이는 각 주택 및 아파트, 빌라 등의 옥상 계단, 지하실, 천장, 심지어는 실외기 안에까지 안전하게 새끼를 낳아 키울 공간을 찾아 들어갑니다. 압구정동 A아파트 ○○동 지하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따뜻하고, 어둡고, 건조한 이 공간은 어미 고양이에게 천국이나 다름없죠. 하지만 아기를 낳고 키우려던 이 공간이 어미 고양이들에게 나갈 수 없는 지옥이 돼 버렸습니다.

어미는 지하실에서 낳은 아기고양이를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아기들에게 젖을 물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사냥을 하거나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움직였죠. 그런데 어느 날 어미고양이는 늘 다니던 공간이 막혀버린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젖을 물린 채 실신한 어미 고양이는 아기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함께 눈을 감았습니다.

이렇게 죽어버린 고양이를 발견한 것은 지역 주민입니다. 길고양이를 딱하게 여겨 사료를 가끔 내어주는 캣맘들이죠. 고양이 사체 4구 정도를 발견한 캣맘들은 지하실 문을 잠근 해당동 몇몇 주민과 협의에 들어갔습니다. 지하실에 이미 새끼를 낳고 살고 있는 어미 고양이들이 새끼를 독립시키고 자리를 떠날 때까지만 지하실 문을 개방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2달이면 고양이들이 새끼를 독립시킨다는 말에 해당동 일부 주민들은 6월까지라고 지하실 개방 기한을 못 박았습니다.

일부 주민 지하실 열쇠 점유, 지하실문 잠가

 지난 2일 찾아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 지하실엔 8마리의 고양이가 갇혀 있었다. 어린 고양이들은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였다.
 지난 2일 찾아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 지하실엔 8마리의 고양이가 갇혀 있었다. 어린 고양이들은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였다.
ⓒ 동물사랑실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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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까지도 압구정 A아파트 해당동 지하실 안에는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가 살아 있었습니다. 눈도 못 뜬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부지런히 사냥을 다니던 길고양이들은 6월 30일과 7월 1일 이틀 어떤 차이가 있을지 몰랐을 것입니다.

그저 수많은 태양이 뜨고 지는 똑 같은 하루였겠지요. 하지만 해당동의 몇몇 주민은 달랐습니다. '6월 말이면 고양이들이 다 나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제 7월 1일이 됐으니 지하실에 고양이는 없을 것이고, 그러니 문을 닫겠다'는 것이었죠.

당초 캣맘들이 이미 죽어버린 고양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직 지하실에 살아있는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고양이들을 지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은 계속 잠겨 있었습니다. 눈도 못 뜬 아기고양이들이 먹을 것도 없이 울부짖는 상황이 되자 캣맘들은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해당 아파트에 협조공문을 보내고, 서울시청 동물보호과와 강남구청 지역경제과 담당공무원에게 시정요청을 했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아파트를 찾아가기 직전, 이미 강남구청 담당자는 경찰을 대동하여 아파트 지하실 문 개방을 명령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지하실 열쇠를 개인적으로 점유하고, 관리사무소를 압박해 공공장소인 지하실 문의 개방여부를 좌지우지하였습니다.

'인간-길고양이' 공존하는 방법 고민해야

 굳게 닫혀 있는 지하실 문.
 굳게 닫혀 있는 지하실 문.
ⓒ 동물사랑실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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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동물사랑실천협회가 관리사무소에 부탁해 지하실 문을 열자 8마리의 굶주린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주민들이 고양이가 없기 때문에 문을 잠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죠. 관리사무소에게 다시 문을 닫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아직 몇몇 주민들은 8월까지만 문을 열겠다고 말하고 있어서 앞으로 또 이 아파트를 찾아갈 날이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하실은 주민 모두가 비상시 대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따라서 지하실 개방여부는 관리사무소에 일임되어 있는 사안이고요. 몇몇 주민이 해당동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주장하며 지하실 문을 굳게 닫고, 안에 있는 고양이들을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동물보호법 위반 사항입니다.

지하실에서 새끼들을 다 키운 어미고양이가 자연스럽게 지하실에서 나가기까지 기다렸다 문을 닫는 논의를 해도 충분합니다. 캣맘들과 다른 주민이 협의하여 지하실 문을 닫는 시기를 정하는 것이 합당하겠지요. 그동안 고양이 배설물로 인한 불편이 발생한다면 캣맘과 관리사무소가 함께 청소하는 등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길고양이를 지나치게 과잉보호 한다거나, 인간보다 고양이가 중요하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도심 생태계에서 길고양이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합당한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강소양 기자는 동물사랑실천협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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