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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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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고등학교 백 주년 기념관 2층 회의실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지난 6월 7일 셰익스피어 원작 '햄릿'을 청소년 버전으로 각색한 뮤지컬 <소년햄릿>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5분 간격으로 박수가 쏟아졌고, 10분에 한 번씩 웃음이 터졌다. 간혹,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온 듯 숙연해지기도 한다. 

"학교 공연이 잡히면 기분이 남달라요.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요. 공연이 잘 될까도 걱정되고 아이들 반응도 걱정돼요. 배우로 무대에 설 때보다 훨씬 더 떨려요."

<소년햄릿>을 제작한 'Talk & Play' 김동하 대표(31)가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한 말이다. "배우를 할 때보다 더 떨린다"는 말이 아무래도 '엄살' 같았다. '암만 생각해 봐도 구경하는 극단 대표보다는 무대에 서야 하는 배우가 더 떨릴 것 같은데!' 해서다.  햄릿의 어머니 '게르트루드' 역을 맡은 배우 김예진씨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즐거워요. 좀 있으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배우를 할 때 보다 더 떨린다"는 김 대표 말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잠시 후에 무대에 오를 배우가 그저 즐겁기만 하다니 말이다. 혹시 김예진씨는 타고난 강심장이 아닐까 상상해 보았다. 

<소년햄릿>은 고전 햄릿을 청소년 버전으로 각색한 Talk & Play의 야심작이다. 문학작품은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청소년의 가슴 속에 숨겨두었던 감성의 씨앗을 틔우기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두 번째 기획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을 위한 문학콘서트' 제1탄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감성이 점점 메말라가는 청소년의 감성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사회적기업 설문조사하다가 사회적기업과 알게 돼

(주) Talk & Play는 젊은 연극인들의 모임 형태로 출발, 1월에 법인 형태를 갖춘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2012년 11월에 경기도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았다.

Talk & Play는 연극과 소통, 그리고 따뜻한 세상이라는 목표로 출발했다. 연극으로 세상과 소통해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것. 그래서 최초로 만든 프로그램이 "노인 은빛무대 위에서 지나온 인생을 노래하다"라는 실버 교육프로그램이다. 이는 젊은 연극인이 노인들에게 연극을 가르쳐서 '실버극단'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연극 교육을 통해 실버세대가 서로 소통, 노인우울증이나 소외감을 극복하게 해서 치매까지 예방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동하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지난 2011년 사회적기업을 하기 직전 까지 오롯이 연극만을 해온, '모태연극인'이다. 사업과는 아무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그가, 사회적기업과 인연을 맺게 된 건 그의 형이 쓰던 논문을 옆에서 도와주면서부터다. 그의 형은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논문을 쓰고 있었다.

"그때 사회적기업 400개 정도를 설문조사했어요. 설문조사를 하기 위해 (사회적기업가를)만나면서 사회적기업이란 것을 알게 됐고, 나중에 이런 일을 한번 해 봐야겠다는 막연한 계획을 세웠던 것 같아요. 이것이 계기가 돼서 사회적기업경기재단 인큐베이팅 1기로 들어가게 됐고, 사회적기업 쪽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죠."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은 김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는 발판이 됐다. 행정사무회계에 대한 지식도 얻었고, 사업하기 위한 종자돈도 얻었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이란 제도가 없었다면 극단을 만들 수도 없었고, 운영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사회적기업이란 제도가 없었다면 극단 설립하기도 어려웠고, 운영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종자돈도 큰 도움이 됐지만, 정부에서 공모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도권 보호 하에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란 타이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니까요.

연극만 하던 사람이 행정사무회계 같은 걸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이런 지식을 얻은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당시(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할 때) 컨설팅 해 주시던 분들하고 계속 연락하고, 모르는 부분은 문의 드리면서 지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윤창출·사회적 가치 실현, 두 마리 토끼 다 잡아야

김동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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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해서 성공하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이윤을 창출해서 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어야 하고, 사회봉사 활동 등을 해서 사회 공동체에 유익한 일을 해야 한다. 즉, 돈을 벌면서 좋은 일도 해야 한다는 것. Talk & Play는 어떤 방법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지 김동하 대표한테 들었다.

"이윤이 아직은 크지 않습니다. 겨우 유지하는 정도이지요.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보다는 우리가 즐겁게 해나갈 수 있는 아이템으로(사업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큰 이윤을 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여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모든 일이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사회 기여를 위해)다른 사업을 벌인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실버 공연단 공연 전체가 무료입니다. 공연에 필요한 비용을 우리가 대고 있어요. 수업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하고 있고요. 2012년에만 노인 300면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참여하는 노인들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고요. 올해는 수익금의 일부를 도서산간지역 문화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공연에 투입할 생각입니다."

겨우 유지할 정도 밖에 돈을 벌지 못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겸손' 같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돈도 꽤 버는 듯했다. '살림살이 나아지고 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500만 원정도 가지고 시작 한 사업 치고는 많이 발전 한 것이죠. 5천만 원이란 거액을 빚지기도 했고, 빚도 자산이잖아요? (빚 이란 말에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어렵냐'고 물었다. ) 아~ 그런 게 아니고요. 예비 사회적기업 되면서 받은 지원금 말하는 거예요. 갚아야 되는 돈이에요. 1년 안에 다 갚아 버리려고요. 돈 생길 때 마다 계속 갚고 있어요.

가장 큰 성과는 이번에 사고하나 쳤어요. 에너지 관리공단의 '기후변화대응문화확산지원사업'의 파트너가 된 것인데, 사업비를 2억5천 만 원 받게 됐어요. 올 후반기에 기후변화대응 환경 뮤지컬을 제작할 생각입니다. 이 돈으로 어떻게 하면 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요즘 고민하고 있어요. 500만 원 들고 시작해서 2억5천 만 원짜리 사업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배우하면서 언제 이런 돈을 만졌겠어요."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우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실버사업과 청소년문학콘서트사업을 안정시켜야 하고, 기후변화 대응 환경 뮤지컬도 잘 만들어야 한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에 회사의 명운이 결려 있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에 '거품' 때문에 고생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위기가 많았어요. 현재도 계속되고 있고요. 작은 자본으로 시작한 사업이라 한순간 한순간이 위기입니다. 그래서 늘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어요. 순간의 판단 미스가 큰 손실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사업 초반에 공모사업을 통해 정부지원을 받으며 '거품'이 생긴 적이 있어요. 욕심이 과했던 것이죠. 꽤 큰 규모의 연습실을 만들었는데,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좀 안정됐어요."

지구 평화는 슈퍼맨한테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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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대표는 다시 태어나도 사회적기업을 해 보고 싶다고 밝힐 만큼 '사회적기업'에 푹 빠져있다. "다시 태어나도 연극으로 사회적인 가치를 전하는 '문화예술사회적기업'을 하고 싶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하는 만큼 기업가 정신도 투철했다. 사회적기업인이 되려면 사회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일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아울러 따뜻한 양심과 냉철한 판단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따뜻한 양심과 기업가로서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와 이윤의 창출을 동시에 해야 하는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한다고 해서 고집스러워진다면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없고, 그렇다고 이윤에 매몰되면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창출할 수 없겠지요.

뜬 구름 잡듯 너무 큰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안 좋아요. 청년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지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너무나 큰 계획을 세운 것이죠. 그 분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구 평화는 슈퍼맨에게 맡기고 우리는 사업을 열심히 하자,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지구를 구하기보다는 내 옆에 있는 한 명, 한 명을 구하고 그 한 명이 또 다른 한 명을 구해나갈 때 그런 조그마한 움직임들이 세상을 변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조그마한 변화들이 아닐까요?"

김동하 대표의 꿈은 '문화예술사회적기업'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사업가로서의 목표다. 사업가로서 뿐만이 아니라 배우로서도 성공하고 싶어했다.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는 게 그의 목표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을 잘 하기 위해 무대에 서고 싶은 갈망을 이를 악물며 참고 있다고 한다.

리허설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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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서 그런지, 달변이라 할 만큼 김 대표는 말을 잘했다. 모든 질문에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성공 비결을 묻자 김 대표는 "아직 비결을 말할 만큼 성공하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생각해보니 '우문'이었다. 이제 서른한 살 된 젊디 젊은 기업인한테 성공 비결을 묻다니! 그에게 어울리는 말은 '성공'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 인데도 말이다.

사회적기업 Talk & Play가 꿈꾸는 것은 '연극을 통해 따뜻해지는 세상'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무대에 대한 갈망을 억누르며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배우 김동하에게 우리시대 희망을 본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태그:#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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