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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를 위해 사표를 던지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표를 부추긴 최고의 명언은 신입사원 교육 때 한 임원이 했던 말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라." 약 4년 다닌 회사에 사표를 냈다. 2012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200일간 5대륙 22개국을 여행했다. 그 여행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본다 - 기자 말

가끔은 행운이 필요한 보츠와나 여행

대중교통이 전혀 없는 보츠와나 마운에서 숙소를 벗어나 시내로 갈 수 있는 방법은 히치하이크와 택시, 두 가지뿐이다. 그렇지만 새벽 6시에 배낭을 짊어지고 히치하이크를 하는 무리수를 둘 수 없어 택시를 타고 시내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북적이는 버스 안을 헤집으며 겨우 구한 자리는 등받이마저 부러지고 없는 낡은 좌석. 그마저도 없었다면 나는 네 시간을 이 만원 버스에 구겨져 있어야 했을 것이다. 흔들흔들, 덜컹덜컹. 사람들 틈 좁은 좌석에서 다리에 쥐가 나고 허리가 휠 지경이 되자 버스는 나타(Nata)라는 마을의 한 주유소 휴게소에 나를 내려두고 덩그러니 떠나버렸다.

버스정류장 역할을 하는 나타의 어느 주유소
 버스정류장 역할을 하는 나타의 어느 주유소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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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의 교통에 대한 악명은 익히 들어왔지만, 도대체 카사네(Kasane)로 가는 버스가 언제쯤 어디에서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가게의 점원들은 그저 언젠가 오니까 기다리라는 말 뿐. 머리 위에 물음표 세 개를 띄우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한눈에 나와 같은 운명에 처한 백인 커플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좋은 소식은 네덜란드에서 온 이 커플도 카사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고, 나쁜 소식은 이들은 이미 내가 도착하기 두 시간 전부터 같은 자리에서 카사네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단다.

크고 작은 버스가 주유소를 지날 때마다 묻고 따지고 싸우기를 수십 번, 그때마다 여자친구를 쓰다듬고 달래는 남자. 연인의 모습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기를 두 시간, 정오가 조금 지났을 때 요란한 정적을 울리며 드디어 카사네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한 카사네로 가는 버스
 드디어 도착한 카사네로 가는 버스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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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네로 가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기사를 봤을 때의 그 안도감이란.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흥겨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버스에 올랐다. 여기가 아프리카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창 밖으로 수없이 지나쳐가는 코끼리와 기린과 얼룩말을 즐길 여유가 있었다면 좀 나았을까. 꼼짝달싹 못할 만큼 사람과 짐으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그렇게 또다시 4시간을 버텨 드디어 카사네의 로지(Thebe safari lodge)에 도착했다.

아프리카스러운 Thebe Safari Lodge의 입구
 아프리카스러운 Thebe Safari Lodge의 입구
ⓒ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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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유난히 짐이 많던 네덜란드 커플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그들이 짊어지고 온 것은 바로 텐트. 불행히도 카사네의 로지(Thebe safari lodge)에는 가난한 여행자를 위한 값싼 가격의 방은 없었다. 캠핑을 위해서는 텐트가 있어야 한다. 저물어 가는 해를 보며 고민에 빠졌을 때 문을 열고 들어온 여행사 직원에게 나는 내 여행 운을 처음으로 테스트했다.

딱한 사정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포천(Fortune)이라는 자신의 이름처럼 나에게 남는 텐트를 내어주는 행운을 선사했다. 보츠와나에서 야생에 적응해야 하는 건 동물만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캠핑을 하게 될 줄이야...
 아프리카에서 캠핑을 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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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리얼 사파리, 초베국립공원(Chobe National Park)

새벽같이 일어나 포춘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사파리 투어 차량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는 세렝기티가 유독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중남부 아프리카에는 야생 동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국립공원이 꽤 다양하다. 보츠와나 북서쪽 국경에 위치한 마을 카사네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초베 국립공원도 그 중 하나.

초베 국립공원은 아프리카의 많은 초원지대 중에서도 유독 초식동물이 많다. 아마도 오카방고 강에서부터 비롯된 델타의 영향이 아닐까. 앞이 채 보이지도 않는 새벽에 투어를 나서는 이유도 초식동물들은 밤에 먹고 해가 뜨면 잠을 자기 위해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에 긴 행렬을 이루는 동물을 목격하는 것이 초베 사파리의 포인트.

끝없이 이어지는 버팔로 무리의 행렬
 끝없이 이어지는 버팔로 무리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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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버팔로 무리의 행렬
 끝없이 이어지는 버팔로 무리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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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뜨고 앞이 보이게 됐을 때쯤 엄청난 수의 버펄로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코끼리와 더불어 초베 공원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버펄로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건너 어딘가에 있을 안식처를 찾아간다. 언뜻 보기에 자유로울 것 같은 야생의 동물들은 사실 일정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야생 사파리의 가슴 뭉클한 느낌이란. 차에 타고 있던 모두는 감탄사를 내지르는 것도 잊은 채 숨이 멎을 듯한 이들의 행렬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풀을 뜯다 말고 낯선 방문자를 응시하는 기린
 풀을 뜯다 말고 낯선 방문자를 응시하는 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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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발동한 것일까. 가던 걸음을 멈추고 기린이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툭 떨어질 것처럼 커다랗고 동그란 눈망울이 마치 어디서 왔느냐고 반기는 듯했다.

품바는 아프리카 언어로 '멧돼지' 라는 뜻이다.
 품바는 아프리카 언어로 '멧돼지' 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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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도망가기 바쁜 임팔라
 언제나 도망가기 바쁜 임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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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만화 속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품바는 이방인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낯선 물체가 다가오자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버리는 임팔라는 끝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 우리를 쳐다본다.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듯 그들도 우리를 바라본다.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 하마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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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알고 있으면 사파리의 재미는 배가 된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은 사자나 표범이 아니라 하마다. 오로지 풀만 먹고 자라는 이 덩치 큰 초식 동물은 지나친 보호본능으로 근처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공격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자 정도는 가볍게 물에 빠트려 익사시킬 정도의 위력이라고 하니 어떤 다큐멘터리에서도 하마가 사냥당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3시간의 짧은 게임 드라이브를(지프차를 타고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투어를 게임드라이브라고 부른다) 마치고 지프는 공원을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혹시나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들이 툭 튀어나올까 하는 기대감에 좀처럼 초원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비록 그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세렝게티 초원이 기다리고 있으니 맛보기를 한 것이라 생각했다. 예고편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다면 재미없지 않은가.

간략여행정보
마운을 출발하는 버스는 하루에 한 대 아침 6시 반에 있으며 나타까지는 4시간 거리. 마운 버스정류장에 미리 가지 않으면 서서 가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러 가서 짐을 싣고 대기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보츠와나 마운에서 카사네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기 때문에 나타(Nata) 에서 갈아타야 한다. 문제는 이 버스가 정해진 시간 없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사실. 운이 좋다면 나타의 주유소에서 카사네로 가는 차량을 히치하이킹 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열악한 교통편을 감당하기 힘들다면 마운에서 카사네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탈 수 있지만 시내에서 공항까지는 택시를 타야만 한다.

카사네는 캠핑장을 같이 제공하는 숙소가 많다. 모든 숙소에서 초베국립공원을 방문하는 투어를 제공하며 차량과 보트 중에 고를 수 있다. 아래는 Thebe safari lodge에서 제공하는 투어의 가격.
3hr Game Drive : 215pula
Boat Cruise : 215pula
초베국립공원 입장료 : 70pula
(http://www.theberiversafaris.com/)



태그:#초베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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