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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정,황규호 부부가 서로를 마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윤혜정,황규호 부부가 서로를 마주보며 활짝 웃고 있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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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죠.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꿈을 갖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학의 꿈을 키우고 있는 아내를 뒷바라지하고 있는 황규호(47, 충남 예산군 예산읍 발연리)씨 얘기다. 규호씨와 2006년 결혼한 윤혜정(27)씨는 베트남 출신이다. 베트남 이름은 응웬티기에우짱. '혜정'은 2011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남편이 지어준 이름이다.

"예쁘잖아요, 혜정. 성은 제 어머니를 따랐는데 본은 따를 수 없다고 해 제 고향인 '입침리 윤씨'가 됐어요."

규호씨는 자신을 만나면서 국적과 이름이 달라진 아내를 믿고, 응원하며 있는 힘껏 뒷바라지 하고 있다. 혜정씨의 꿈은 경찰관. 가정형편이 안 좋아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업을 중단하면서 꿈을 접었지만 현재 청양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며 다시 꿈을 꾸고 있다.

"공부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혜정씨는 한국에 와서 아이 둘을 낳고 포기했던 꿈을 다시 꾸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공부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동생들이 많고 집도 어려워서 학교를 다닐 수 없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스무 살 때 한국으로 시집올 때도 많이 울었어요."

그렇게 만난 남편은 오빠처럼 언제나 든든한 존재였다. 혜정씨가 다문화가정 여성들 중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친구들을 돕는 경찰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도 두말 않고 어깨를 두드려준 규호씨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주야교대근무를 하는 규호씨 입장에서 아내의 부재는 반가운 일이 아니었을 터.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가족들이 먹을 아침밥을 손수 짓고 아내가 늦는 날에는 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들을 데려와 저녁밥을 먹이는 일도 규호씨의 일이 됐다. 그래도 그는 지금까지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나 하나 보고 이 먼 나라까지 와서 아이 낳아 키우고, 내 부모 형제들과 가족이 된 사람이에요. 다른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겠다는 데 반대하면 얼마나 서럽겠어요."

공부를 좋아한다는 혜정씨는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한국어 능력시험을 단계별로 통과하고, 2009년에는 이주여성 통번역사 시험에도 합격해 한때 예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기도 했다.

 선혁, 서연 남매의 재롱에 얼굴이 더 환하게 핀 황규호, 윤혜정 부부.
 선혁, 서연 남매의 재롱에 얼굴이 더 환하게 핀 황규호, 윤혜정 부부.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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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지 말라는 말, 제일 싫어"

방송통신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혜정씨는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오후 10시께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자정까지 그날 들은 강의를 복습한다. 수면시간은 하루 네 시간, 오전 4시가 되면 일어나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집안 곳곳에는 법률용어와 영어 단어들을 적은 메모장이 붙어있다. 냉장고문, 욕실 입구, 액자 등 눈에 띄는 대로 익히겠다는 수험생 전략이다. 혜정씨는 형사소송법과 수사법이 제일 재미있고, 한자가 많은 한국사와 3개 국어를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영어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교수님께서 용어를 잘 알려주시고, 사전도 찾아보면서 해요.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누가 그만두라는 사람도 없는데, 혜정씨는 단호한 어조로 강조한다.

"학교 가지 말라는 말을 제일 싫어해요. 지금까지 학교 빠진 날이 한국어능력시험날과 수업이 겹친 딱 하루였어요. 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경찰 공채시험도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하네요."

자식 자랑하듯 흐뭇한 표정의 규호씨, 알고 보니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한 것은 그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남들은 '여자가 더 많이 배우면 못 쓴다'고들 하는데, 내가 많이 못 배워서 더 아내를 도와주고 싶어요."

부부는 함께 꿈을 꾸고, 서로의 성장을 돕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라는 지향점이 이들을 통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사진 찍자"고 부르니 인터뷰 내내 기다리고 있던 선혁(7)·서연(5) 남매가 엄마, 아빠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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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지역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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