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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네갈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동성애 인권'을 강조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각) 첫 순방국가로 세네갈에서 마키 살 대통령을 만난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애 '비범죄화'를 통해 동성커플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줄 것을 요구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동성결혼을 공개지지해 온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커플에 대한 차별 내용을 담은 '결혼보호법(DOMA)'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오늘 대법원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았고, 미국은 이제 더 나은 나라가 됐다"며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아프리카 38개 국가 동성애 '범죄' 규정... 4개 국가 사형까지

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종교와 문화에 따라 믿음과 전통이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기본적인 생각은 국가가 국민을, 법이 국민을 대할 때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성과 무관하게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살 대통령은 세네갈이 "매우 관용적인 나라"라고 밝히면서도, "아직 동성애를 비범죄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 대통령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호모포비아(동성애 공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의 '동성애 인권'을 고려한다면, 오바마의 주장은 매우 파격적이다. 지난 24일, 국제 앰네스티가 발표한 자료에 보고서에 따르면 38개의 아프리카 국가가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4개 국가 모리타리아, 북나이지리아, 남소말리아, 수단에서는 사형까지 처한다.

AP통신은 아프리카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규범'이라면서, 우간다에서는 건물주가 동성애자를 쫓아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는 자경단들이 동성애자들의 이름을 온라인에 올리거나 라디오를 통해 동성애자들을 비난한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호모포비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세네갈에서는 무슬림 묘지에 묻힌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시신을 파내 길거리에서 끌고다니기도 했다. AP통신이 이날 오바마-살 대통령의 대화를 '문화충돌'이라고 해석한 이유다.

"대법원 결정으로 동성결혼 반대 미국인 늘어날 것"

이러한 '문화충돌'은 미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27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대법원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휼스 캠프는 "편협하고 급진적인 법원이 미국 유권자들과 그들이 뽑은 대표자들의 법적 결정을 그들 개인의 관점으로 바꿔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 년간의 사회과학 연구는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아이들이 상처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의원인 마이클 바흐만은 "결혼은 하나님이 만든 것"이라면서 "사람이, 아무리 대법원이라고 하더라도 하나님이 창조한 것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독교계의 반발도 거세다. '믿음과 자유 연합' 대표인 랄프 리드는 '결혼보호법'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는 동성결혼 커플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더 많은 주에 확산시키려는 쪽과 전통적 가치를 지키려는 쪽이 다음 '결혼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지난해 6개주 그리고 지난 26일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모두 13개의 주에서 '승리'를 얻은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한껏 고무되어있다. 이들은 오는 가을 혹은 내년 봄 일리노이, 뉴저지, 하와이주에서도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결혼을 이성간의 결합으로 한정하고 있는 29개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이들은 동성커플에 대한 평등이 더 많은 주로 확산되고 대중의 생각이 계속해서 바뀐다면 대법원에서도 동성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해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혼할 자유'라는 단체의 설립자인 이반 울프슨은 "각 주와 대중들이 크리티컬 매스(임계질량)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회운동이 성공하는 방법"이라면서 "우리는 이 전략을 계속해서 추구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십 년이 아니라, 몇 년이면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동성결혼 반대론자들은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적인 권리라고 선언하지 않은 것에 그나마 위안을 얻고 있다. 지난해 잇따른 '패배'와 대법원의 결정에 지친 이들은 또 다른 캠페인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전통결혼 지지단체' 부대표 프랭크 슈베르트는 "대법원의 결정이 오히려 우리가 기금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은 늑대가 문 앞에 있을 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족연구협회' 대표 토니 퍼킨스는 "이제 자연스럽고 전통적인 결혼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이를 재정립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선이 그어졌다"면서 "(대법원 결정의) 그 치명적인 결과를 보게 되면 더 많은 미국인들이 동성결혼을 반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먼 라이트 캠페인'의 부대표 프레드 세인즈는 대법원의 판결로 "두개의 미국"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적으로 결혼한 동성커플이 사는 미국과 기본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결혼하지 못한 동성커플이 사는 미국"이 그것이다.


태그:#동성결혼, #동성애, #DOMA, #오바마,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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