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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2년 11월 5일 <한겨레21>을 통해 5공 비리 청문회 당시 이순자의 소유임이 드러나 논란을 불렀던 토지가 이순자의 남동생 이창석을 거쳐 전두환의 딸 전효선에게 2006년 12월 증여된 사실을 특종 보도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산 127-2번지 임야 2만 6876제곱미터(8,062평) 토지가 바로 그 은밀한 재산이다. 이 관양동 땅은 이른바 '5공 비리'로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모은 전두환 일가의 대표적인 은닉 재산으로 추정된다. (37쪽)

1997년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전두환에게 부과된 추징금은 2205억여 원이다. 하지만 2013년 현재 집행률은 24.2%에 불과하다. 미납 금액은 1672억 원. 추징 시효는 올 10월이다. 10월 이후가 되면 안 내도 된다. 끝이다. 하지만 명의 신탁 재산이 드러나면 추징할 수 있다. 저자가 위의 관양동 땅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까닭이다.

전두환의 재산은 왜 여전히(?) '29만 원'일까. 저자는 전두환 재산 문제의 원죄 세 가지를 든다. 야당의 무능과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 보수 정당의 장기 집권이 그것들이다. 여기에 더해 전두환과 이런저런 방식으로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측면 지원이 있다.

7년간 민주주의에 맞선 전두환은 누구인가

ⓒ 북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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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전두환에게 명의를 빌려준 수십 명이 채권을 현금으로 바꿔 전두환에게 주거나, 전두환에게서 돈을 받아 채권을 매입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4년에 비자금 수사를 담당한 수사 검사는 입이 무겁다.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장으로 비자금 수사를 이끈 안대희 전 대법관은 2012년 새누리당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대검찰청 중수1과장으로 실무 수사를 맡은 유재만 변호사는 2012년 4· 11 총선 때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노렸으나 공천받지 못했다. (52쪽)

이 책은,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고나무는 <한겨레>의 사회부 기자다. 부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철저히 '사람' 전두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일상인의 시각으로 5공화국 시대를 조망하려고 시도했다거나, 조야하지만 일상사 혹은 구술사적 역사 기술을 시도했다는 취재 후기의 말(313쪽)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왜 전두환이었을까. 저자가 보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전두환을 "박제된 악마"이거나 "한물간 개그맨"으로 보았다. 저자는 의문이 일었다. 저자는, "그(전두환)는 연구할 가치가 없는 평범한 악일 따름"이라는 진보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클수록 반항심처럼 "민주주의가 1979년의 시대정신이었다면 7년간 성공적으로 시대정신에 맞서 싸운 그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안지다. 학위논문이나 일간지의 정치 단신과는 다른 글을 쓰려 했다. 행동과 문장의 주어 자리에서 추상적인 단체와 기관, 조직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직책과 기관이라는 '가짜 주어' 뒤에 숨은 '진짜 주어'를 포착하려 했다. 요컨대 철저히 사람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14쪽)

저자가 전두환을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이는 제1부의 두 번째 꼭지인 '전두환 영구 집권 계획'에서 보인다. 저자는 1988년 11월 17일자에 <한겨레>에 특종으로 실린 '전두환 장기 집권 시나리오 문서' 공개 관련 기사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보수를 '질기다'고 묘사한다. 그 문서에 있는, "민정당이 최소한 2000년까지 집권을 계속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한 문장에서 가슴이 서늘해진다는 심정도 피력한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의 현대사는 1984년에 만들어진 예의 '전두환 장기 집권 시나리오가 기획한 대로 진행되었다.

진보는 늘 보수를 비웃는다. 비웃음은 무기력하다. 진보는 토론에서 이기고(혹은 이겼다고 착각하고) 현실에서 패배한다. 나는 보수가 두렵다. (26쪽)

단 세 줄로 이루어진 26쪽의 이 문장들을 보면서 한참 동안 작년 대선 전후를 떠올렸다. 문장들이 가슴을 하비었다. 쓰라렸다. 저자처럼, 나 또한 보수가 두렵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흔들리지 않는 대오는 나를 떨게 만든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뜨거운 반공주의와 국가주의가 차고 넘친다. 저자가, 두려운 보수를 이해하기 위해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을 선택한 이유다.

잔정 많은 조폭형 리더이자 죄책감 없는 냉혈한

전두환은 저자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저자의 붓끝을 따라가면서 살펴보자. 전두환은 서민적이다. 참외나 수박 껍질이 들어간 시골식의 구수한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그런 서민의 입맛을 가졌으면서도 그는 광주의 서민들 수백 명을 죽이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두환을 '의리의 사나이', '정 많은 남자'로 생각한다. 가령 그는 후배들을 직책이 아니라 '희도야', '운택아' 등의 이름으로 불렀다. 위계 서열이 분명한 한국의 남성 문화에서 이름을 부르는 화법은, 그 후배의 자발적 복종과 결합하게 되면 친밀감을 극대화한다. 그의 부하들은 그와 함께 근무하고 싶어했다. 그는 '자기 사람'을 인간적으로 확실해 챙기는 데 분명히 탁월한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에서 멈춰야 한다. 이쯤에서 저자가 3년 가까이 발로 뛰어다니며 탐구한 "나의 전두환"에 대한 '판정'을 들어보자.

그는 가난에 주눅 들지 않는 생도였고, 사병들이 좋아하기 어려운 권위주의 타입의 지휘관이었다. 냉혹하게 권력과 돈을 추구한 군대 사조직 하나회의 핵심이자 지지자의 충성을 물질적으로 보상해야 함을 잘 아는 실용주의적 조직가였다. 역사 인식은 천박했지만, 권력의 진공상태에서 본능적으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아는 남자였다. 잔정이 많은 조폭형 리더였지만 동시에 광주 시민을 학살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냉혈한이었다. (309쪽)

전두환은 '아직' 살아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있다. '일베충'들은 그를 '전땅크'라며 떠받든다. 그를 챙겨주는 '의리의 사나이'들이나 그가 믿는 보이지 않는 구석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979년 당시 그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총격 사망 후에 전두환으로부터 생활비(?) 조로 6억여 원의 돈을 받았다. 그만큼 그는 '돈'으로 사람들을 다루는 법을 잘 알았다. '돈'의 힘을 그 누구보다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이다.

풍자도 필요 없고 자살도 필요 없다. 29만 원짜리 수표를 든 전두환 포스터를 만들어도 그는 아파하지 않는다. 그를 아프게 만드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숨은 재산을, 현실적으로 추징하는 것뿐이다. 풍자와 자살은 저항의 스타일이다. 문제는 전두환은 더 이상 저항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3년의 한국 행정부와 사법부에게 전두환은 숨은 재산을 추징할 범죄자다. 그러므로 다시, 풍자도 필요 없고 자살도 필요 없다. 선한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면 된다. 국세청과 검찰, 경찰이 움직이도록 시민들이 강제해야 한다. (36쪽)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 (고나무 지음 | 북콤마 | 2013. 6. 5 | 340쪽 | 1만5천500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

고나무 지음, 북콤마(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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