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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눈을 제대로 뜨고 서 있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강북구 삼각산 고등학교 옥상에 올라온 50여 명의 사람들은 싱글벙글이다. 햇빛발전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15일 오후, 삼각산고에서는 '햇빛발전소(태양광 발전소)' 준공기념식이 열렸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햇빛협동조합)' 이 설립한 1호 햇빛발전소다. 학교에 시민발전소가 지어진 것은 삼각산고 햇빛발전소가 처음이다. 조합원인 삼각산고 3학년 태랑(19)이는 "우리 학교에 이런 게 생기다니, 뿌듯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태랑이와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인증샷'을 열심히 찍었다.

학생·교사·학부모... 조합원 225명, 발전소 설치비 5천만 원 모아 

 15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 고등학교 옥상에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햇빛발전소 1호기인 삼각산고 햇빛발전소 준공기념식이 열렸다.
 15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 고등학교 옥상에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햇빛발전소 1호기인 삼각산고 햇빛발전소 준공기념식이 열렸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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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랑이는 내년에 삼각산고 1회 졸업생이 된다. 2011년 설립된 혁신학교인 삼각산고는 2'기후변화'를 주제로 과목간 통합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각 과목을 '기후변화'와 연계시킨 교육을 진행한 것. 덕분에 삼각산고 학생들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 이날 방문한 학교에는 이공계 특강으로 <북극곰은 걷고 싶다>의 저자를 초청해 듣는다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햇빛협동조합 준비위가 구성된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발생 1년 후인 2012년 5월. 8월 주민추진위가 발족됐고 10월 삼각산고가 햇빛발전소 설치 부지로 결정되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상훈 삼각산 재미난 마을 사무국장은 "해가 남쪽에 있기 때문에 발전을 하려면 동서로 건물이 길어야 한다"면서 "장소를 물색하다가 삼각산고가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협동조합 조합원은 225명. 삼각산고 학생·교사·학부모 37명, 강북구 주민 35명도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1구좌 당 1만 원, 5구좌 이상을 출자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출자금 6000만 원을 모았다.  

조합원 모집은 쉽지 않았다. 이상훈 국장은 "음식 문제는 식중독이 걸린다든가, 확 와 닿는데 에너지 문제는 지금 당장은 에어컨 잘 틀고 사니까 실생활에서 와 닿지가 않는다"면서 "주민들에게 대중적으로 다가가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설립비용도 만만치 않다. 발전용량 20kW(킬로와트) 태양광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데 5000만 원이 들었다. 이상훈 국장은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발전소를 지을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살 아들과 나주에서 온 조합원 "모교에도 짓고싶다" 

 가족들과 함께 햇빛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한 최정기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가족들과 함께 햇빛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한 최정기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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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공사가 시작됐다. 기간은 한 달 정도 걸렸다. 설치 면적은 112제곱미터, 연간 임대료는 약 152만 원이다. 이곳에서 연 2만 킬로와트의 전력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 가구가 1년 간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이를 통해 1만 kg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발전된 전력은 한국전력에 한전거래가로 판매할 예정이다. 서울시에서도 킬로와트 당 50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준공식 하루 전날인 14일 공사가 끝나 이미 전기는 만들어지고 있었다. 삼각산고 정미숙 교사는 발전소 앞에 설치된 모니터를 가리키면서 "오늘 11.17 킬로와트, 현재까지 누적 생산량이 41.89 킬로와트"라고 말했다.

이날 준공식에서는 '4대강 전문가'인 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의장인 그도 햇빛협동조합 조합원이다. 최 교수는 "오늘 학교에 왔더니 운동장이 너무 좁아서 아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면서 "학교 옥상에 있는 햇빛발전소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조합원 최정기(35)씨는 밤차를 타고 전라도 나주에서 올라왔다. 사회복지사인 최씨는 평소 환경운동과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며칠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햇빛협동조합을 발견한 최씨는 즉시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자신의 모교인 영산포 고등학교에 햇빛발전소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품에는 4살짜리 아들 지현이가 안겨있었다.

최씨는 "학교에 발전소를 지으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아이들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좋은 것 같다"면서 "2호기가 설치될 때도 서울에 오겠다"고 말했다. 지현이는 이날 준공식 현장을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녔다.

삼각산고 옥상에서 내려다 본 도시는 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상훈 국장은 "저기 있는 아파트 옥상마다 햇빛발전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햇빛발전소 1호기에서 나온 수익금은 2호기, 3호기를 짓는 데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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