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8~9일 주말에 엄마 아빠가 집을 비웠다. 난 친구들과 놀 일만 남았구나 하고 좋아했다. 과연 그랬을지 알아보자.
엄마 아빠가 없는 1박 2일 동안 누나와 나는 밥을 차려 먹고 다른 집안일도 해야 했다. 엄마가 요리해 둔 감자탕을 아침으로 먹었다. 뒷정리는 역할을 나눠 했다. 식탁닦기, 이불개기 같은 쉬운 일들은 내가 하고 누나는 설거지를 했다. 오전에는 공부거리는 방구석에 두고 영화를 봤다. 행복했다. 점심에도 감자탕을 먹었다. 설거지는 내가 하게 되었다. 설거지는 생각보다 재밌었다. 누나가 식탁을 다 닦고 방에 들어가 노닥거리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재밌지만 힘든 설거지를 아직도 하고 있는데 누나는 벌써 들어가 쉬고 있잖아? 내가 손해 본 것 아닌가?'
그렇다. 내가 손해 봤다. 쳇!
3시에는 내가 성당에 가야 했다. 누나와 빨래 너는 것을 마치고 나서 버스를 타고 성당에 갔다.
성당은 재미있다. 친구들도 많고 프로그램도 있다. 미사도 드렸는데 갑자기 하느님께 부끄러워졌다. 점심에 내가 집안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짜증낸 일이 어처구니 없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나를 훤히 내다보고 있을 텐데 내 생각을 보고 어이없어 하셨을 수도 있다.
미사 끝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논다고 해서 날듯이 집으로 와 가방을 던져두고 운동장으로 잽싸게 뛰어가 친구들과 놀았다. 역시 친구들이다. 노는 것이 환상적이게 재밌었다. 음료수 병으로 물총 놀이를 하는데 시원해서 맞아도 좋고 맞혀도 좋았다. 그렇게 신 나게 놀고 집으로 왔다. 누나도 친구를 우리집에 데려와 영화를 보고 있었다. 나도 영화를 보고 누나와 밥을 먹었다.
저녁으로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감자탕을 또 먹었다. 후식으로 수박을 먹고난 후 식탁을 닦았다. 그런데 밤새 같이 영화를 보자고 한 누나가 하기로 한 저녁 설거지도 안 해놓고 자 버렸다. 너무했다. 오늘 누나에게 두 번 실망했다. 할 수 없이 나도 누나옆에서 잤다. 창문을 열어 두고 자니 매우 시원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10시 30분이어서 '아점'으로 라면을 먹었다. 먹고나서 전날 누나가 안 한 설거지까지 내가 하게 되었다. 딱한번 안 했을 뿐인데 설거지거리가 많았다. 대신에 누나가 후식으로 빙수를 해주었다. 오후에는 누나가 친구 만나러 가서 나도 친구를 불러 놀았다. 친구랑 놀고 나서는 텔레비전을 봤다. 그리 재밌지는 않았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누나도 집으로 돌아오고 같이 또 빙수를 먹었다. 밤에는 엄마 아빠가 집으로 왔다. 엄마가 문을 여는 소리가 매우 반가웠다. 아빠는 우리가 기특하다며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그렇게 엄마 아빠가 없었던 주말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