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구의 한 대학교수가 지난 4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사를 받고 잇는 가운데 수업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의 한 대학교수가 지난 4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사를 받고 잇는 가운데 수업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대구지역의 한 대학교수가 지난 4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데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 경찰이 강의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남대학교 사학과 비정규 교수노조 소속인 유소희 교수는 지난 4월 17일 '대구평화와 통일을여는 사람들(평통사)'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자택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당시 경찰은 "학생인데 물어볼 것이 있다"고 말해 문을 열도록 한 뒤 들이닥쳐 평통사 운영위원회 자료집과 총회 자료집, 특강 감상문 등의 책과 자료는 물론 휴대폰과 USB(이동저장장치) 등 21개의 품목을 압수해갔다.

경찰은 이후 유 교수를 조사하면서 평통사 자료집을 제시하며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에 해당한다"며 평통사 가입경위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사유, 평통사의 자료집이 북한 <노동신문> 기사와 비슷하게 제작된 경위 등을 따졌다.

그러나 정작 경찰은 유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유 교수가 지난해 9월 2학기 수업 때 <한겨레> 기사를 스크랩해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이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것. 유 교수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기사는 <한겨레>에 실린 칼럼 '무언관 방문기', '과거가 쏟아내는 질문', '원칙주의자를 위한 사과의 원칙', '종박의 추억', '유신 괴물' 등이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10일과  10월 12일, 12월 2일에 유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 강의에 대해 "강사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신문자료를 학생들에게 수업 중 배포했다"며 선거 개입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영남대 사학과 유소희 교수가 지난 4월 17일 자신의 집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목록.
 영남대 사학과 유소희 교수가 지난 4월 17일 자신의 집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목록.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유 교수는 조사를 받는 도중 경찰관이 "<한겨레21>에 실린 기사를 읽는 와중에 학생들이 '와'하고 따라 웃지 않았느냐"고 묻기에 어떻게 아느냐고 되묻자 "법정에 가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수업까지 사찰하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국가보안법으로 걸려다 안되니 사전선거운동이라며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걸려고 한다"며 "수업의 교수자료로 활용한 자료를 가지고 자의적 잣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유 교수는 또 "자신들이 원하면 평화세력, 민주주의 세력에게 구태의연하게 국가보안법을 들이대고 있다"며 "비판적 지성과 학문의 자유를 주창하는 대학의 수업을 감시하고 사찰하는 보안 수사대의 행태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를 비롯한 한국비정규노조 등 교수들과 시민사회단체들도 11일 오전 대구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지휘로 보안수사대가 공공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교수자료로 활용하였다고 하여 이를 박근혜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사전선거운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터무니 없는 억지주장"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조사관들이 수업시간의 자료뿐 아니라 강의 분위기, 수업 상황 등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으로 보아 유소희 교수의 수업을 불법적으로 철저히 사찰, 감시 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민교협 등 교수단체들은 "유소희 교수 강의 불법사찰 사례로 미루어 현 박근혜 정권은 전국의 진보적인 교수들의 강의뿐만 아니라 대학캠프스를 불법 사찰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며 "이는 악랄했던 유신독재시절에나 있을법한 파렴치한 행각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터무니없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이어 "너무나 상식적인 강의 자료 및 내용을 문제 삼아서 유소희 교수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및 공직선거 위반이라는 죄목을 덮어 씌우려는 기도에 대해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하고 "유소희 교수 강의를 불법사찰한 사례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파렴치한 행각"이라며 "더 이상의 불법적 사찰로 학문의 성지를 더럽히지 말라"고 요구했다.


태그:#국가보안법, #대학교수, #수업 사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