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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재단(이사장 조수연)이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회관 행사에서 어린이 안전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는데도 해결은커녕 한 달이 넘도록 뒷짐만 지고 있어 학부모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최근 육영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신나는 체험 어드벤쳐' 행사에서 낙마 등으로 인해 서너 건의 어린이 안전사고가 일어났지만 책임규명과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행사를 주관한 업체들은 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피해보상을 위한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육영재단 쪽에서는 "장소를 임대해준 업체에서 재단 명의를 도용했다"며 책임론을 일축했다. 

육영재단 내 어린이회관 수영장에 설치된 놀이기구.
 육영재단 내 어린이회관 수영장에 설치된 놀이기구.
ⓒ 진홍경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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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시설 제대로 안 갖춰 쇄골에 금가고 이마 찢어지고...

지난 4월 5일부터 6월 2일까지 육영재단 내 어린이회관에서는 '신나는 체험 어드벤쳐'라는 행사가 열렸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 등을 대상으로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놀이기구들을 설치해 운영하는 행사였다.

팸플릿과 현수막, 신문광고 등 홍보물에는 육영재단과 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즈에서 공동주최하고, 지에스앤티와 짐바운스, <경인일보>에서 공동주관하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한 학부모는 "육영재단에서 공동주최하는 행사라 믿고 아이를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너 건의 안전사고가 일어났다. 한 아이는 쇄골에 금이 가고, 다른 아이는 낙마로 인해 이마가 찢어졌다. 얼굴과 목에 찰과상을 입은 아이도 있었다.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행사를 진행한 것이 문제였다.  

학부모인 진홍경씨는 "놀이기구 위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었지만, 아래에는 안전요원이 없었다"며 "아이가 올라가기엔 턱없이 높은 계단이 아주 위험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 혼자 놀이기구 계단을 내려가다가 미끄러져 얼굴부터 바닥에 낙하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받았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등을 모집했던 B씨는 "7살짜리 유치원생도 넘어져 살이 좀 패였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한 아이는 다쳐서 몇 바늘 꿰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단체로 행사에 참여했던 L유치원 원장은 "한 아이가 (놀이이구인) 에어바운스에서 뛰다가 넘어져 찰과상을 입었다"며 "저희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미안해서 (치료비를) 보험으로 처리하는 선에서 학부모와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육영재단 쪽에서는 공동 주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윤호근 사업팀장은 "재단과 공동 주최한 적이 없는데도 주관 업체에서 전단지, 팸플릿, 현수막 등에다 재단 명의를 넣었다"며 "이런 것들을 재단과 사전에 상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시중 기획조정실장도 "육영재단 명의와 로고를 사용허가 없이 사용한 것에 강하게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나는 체험 어드벤쳐' 행사 리플릿. 육영재단이 공동주최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신나는 체험 어드벤쳐' 행사 리플릿. 육영재단이 공동주최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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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업체는 보험에도 가입 안하고... 육영재단 "관리감독 책임은 있지만..."

이렇게 연달아 안전사고가 일어난 이후에 책임규명과 피해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행사를 주관한 업체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고, 이들은 피해보상을 위한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석창도 지에스앤티 대표는 "우리는 장소만 임대받았고, (공동주관업체인) 짐바운스에서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행사를 다 운영했다"며 "계약상으로도 짐바운스에서 다 책임지기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행사장에 위험요소가 굉장히 많았다. 쇠조각도 노출돼 있었다. 보험도 안 들었더라. 이런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짐바운스가 말을 안 들었다. 그런 정도 사고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김수완 짐바운스 대표는 "계약은 석창도 대표가 했고, 우리는 장비(놀이기구)만 설치했다"며 "물론 공동 주관자이기 때문에 공동책임은 있지만 다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학부모와 선생님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윤호근 팀장은 "반드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주관업체에서 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다"라며 "하지만 수영장을 재임대한 것이어서 우리가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고, 주관업체에서 보상을 안 해주는 것은 재단에서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관리감독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육영재단은 행사가 열린 수영장을 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즈(광고홍보대행사)에 임대해주고 연간 4000만 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관 계약서상 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 수영장을 재임대할 수 없다. 그런데도 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에서 다른 업체에 약 두 달간 수영장을 임대했다.

육영재단 쪽에서는 "관리감독의 책임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김시중 실장은 "대관을 계약하면 3자(다른 업체)에게 양수·양도를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3자에게 재임대한 것은 분명한 계약위반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책임을 묻고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계약해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천일 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수영장이 쉬고 있는 기간에 석창도 대표가 그런 행사를 하겠다고 해서 재임대준 것이다"라며 "놀고 있는 공간을 활용하려는 좋은 취지에서 재임대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에도 안전사고 대비 미흡 지적 나와

한편 지난해에도 재단내 어린이회관 눈썰매장에 안전사고 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관련기사 : 능동 어린이회관 눈썰매장 돈벌이 급급... 눈쌀) 올 1월 14일자 <문화일보>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도 미흡했다"며 이렇게 전했다.

"33.1㎡(10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의료실에는 파스와 연고, 밴드 등 기본 의약품만이 갖춰져 있었다. 한 어린이가 손에 타박상을 입고 왔지만 파스를 뿌린 뒤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안전요원도 역시 120m와 80m 길이의 두 슬로프에 각각 4명씩만 배치돼 밀려드는 사람들을 빼내기 바빴다."

당시 눈썰매장을 임대했던 업체도 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이었다. 하지만 레드천삼커뮤케이션은 올 3월 수용장과 눈썰매장을 다시 임대받았다. 이와 관련, 김기중 실장은 "지난 눈썰매장에서 안전사고가 있어 레드천삼커뮤니케이션에 의무실 설치와 보건선생 채용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며 "그동안 운영 등에서 노하우가 쌓여 있고, 입찰금액도 가장 높아서 다시 임대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태그:#육영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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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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