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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자진사퇴 입장을 밝힌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 이 회장은 지난 73년 10월 부산은행 행원으로 입행해 2006년 행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부산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2011년 지방은행 최초의 금융지주 초대회장까지 만 39년 8개월 동안 부산은행과 BS금융지주에 몸 담았다.
 10일 자진사퇴 입장을 밝힌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 이 회장은 지난 73년 10월 부산은행 행원으로 입행해 2006년 행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부산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2011년 지방은행 최초의 금융지주 초대회장까지 만 39년 8개월 동안 부산은행과 BS금융지주에 몸 담았다.
ⓒ BS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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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왔던 금융감독원(금감원)의 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이 이 회장의 자진 낙마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부산은행을 거느린 건실한 지역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금융당국이 입김으로 물러나게 만들었다는 비난에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사퇴를 종용한 금감원의 이유가 석연치 않다보니 금감원 스스로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야권 정치인과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어왔던 이 회장을 견제하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금감원의 지속적인 사퇴압박에도  BS금융지주가 추진하고 있는 경남은행 인수를 매듭 지은 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아왔다. 하지만 10일 "며칠 동안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친 뒤 조직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지금 이 시점에 사임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금감원이 기싸움에서 이긴 것 같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BS금융지주의 차기 CEO는 조직의 영속성과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내부 경험이 풍부하고 지역사정에 밝은 내부인사에 의해 반드시 내부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른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이 금감원의 차기 CEO 인사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리 선긋기를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이 회장의 사퇴를 압박한 시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BS금융지주는 경남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경쟁상대는 DGB금융지주(대구은행) 등으로 누가 경남은행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지역 금융권의 판도는 한꺼번에 뒤집힐 수도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금감원이 경남은행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이 회장을 사실상 쫓아냈다는 점에서 경남은행 인수를 흔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표면적으로 이 회장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독단적 경영과 장기집권 등으로 들고 있다.

석연치 않은 사퇴 압박에 의견 분분... 지역 여론은 금감원 '질타'

실제 이 회장은 지난 8년간 부산은행과 BS금융지주를 이끌었고, 자회사 임원 중 절반 가량을 자신의 모교 인사들로 배치한 상태다. 하지만 이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부산은행의 총자산이 2배 가량 증가했고 자기자본비율 역시 상승하며 경영 전반에 안정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지적한 경영 능력 부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또 부산상고와 동아대 출신 인사들의 집중을 문제 삼은 것 역시 지역 사정에 대한 몰이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한 해 선배인 이 회장이 지난 대선기간에 문재인 의원을 지지했기 때문에 금감원이 칼을 빼든 것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금감원이 합당한 요구없이 BS금융 회장의 사퇴를 강요하고 있다"며 "지방은행 수장까지 낙하산으로 바꾸려는 관치로 이는 지역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금감원을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 역시 같은 날 전병헌 원내대표와 조경태 최고위원, 차기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한 김영춘 전 최고위원 등이 금감원의 이 회장 사퇴 압박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야권뿐 아니라 BS금융지주 내부와 지역 민심도 금감원을 꾸짖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지역 언론은 사설을 통해 금감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일보>는 10일 사설에서 이 회장의 사퇴를 "관치금융으로 말미암아 BS금융그룹의 자율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국제신문>도 지난 8일 사설에서 "금융감독원이 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의 퇴진 압력을 가해 온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금감원의 이 같은 행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의 갑작스럽고 명분없는 강압적인 중도사퇴 강요는 지방은행을 손아귀에 두려는 명백한 초법적 월권행위"라고 금감원을 성토했다. 또 이들은 "금융당국이 사퇴강요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까지 연계시켜 규탄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은행노조도 같은날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금감원에 "악의적인 직권남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부당한 외압에 의한 BS금융지주회장의 퇴진은 용납할 수 없다"며 "BS금융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의 역량을 집중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BS금융지주 본관에서 금감원을 규탄하는 무기한 점거 농성을 벌이는 한편 11일에는 금융위원회를 찾아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


태그:#이장호, #BS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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