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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전남 순천 선암사 숲길
 전남 순천 선암사 숲길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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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가 4시간 만에 순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1번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40분을 달리면 종점인 선암사에 도착한다. 선암사 숲길은 제6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어울림상(장려상)을 수상했고, 선암사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가 국내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꼽은 사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이라니 선암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조금 설렜다.

선암사로 가려면 주차장에서 매표소(입장료 2000원)를 지나 1.5km 이어진 숲길을 걸어야 한다. 굴참나무, 사람주나무, 나도밤나무, 층층나무, 윤노리나무, 말채나무, 이팝나무, 서어나무….

선암사에 오르는 숲길 양쪽을 따라 수백 년 자란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하다. 처음 들어보는 다채로운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으니 수목원이 따로 없다. 왼쪽으로는 작은 개울이 흘러 한적한 길의 정적을 깨뜨린다. 선암사 진입로에 펼쳐진 나무숲. '사찰은 자연 안에 담겨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숲길 따라 깊어가는 평화로운 마음

전남 순천 선암사 숲길
 전남 순천 선암사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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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에 가려면 반드시 이 숲길을 지나야 한다.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숲길 사이에 바람이 스며들어 뜨거운 한 낮에도 서늘하다. 울창한 나무숲을 뚫고 빛줄기가 내린다. 빛을 담아 반짝이는 신록의 푸름이 꽃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그대로 아름답다. 연초록 나뭇잎으로 뒤덮인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길을 따라 흐르는 맑은 계곡물과 양옆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울창한 나무들. 사찰로 향하는 길이어서 그런 걸까? 신성한 기운이 느껴진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푸른 잎사귀가 잡념과 욕심을 이곳에서 흘려버리라고 일러주는 듯하다. 평화로운 마음이 숲길을 따라 깊어간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로 유명한 승선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로 유명한 승선교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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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분을 걸으며 마음을 비워내면 숲길의 끝에서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만난다. 조선 숙종 39년인 1713년 호암대사가 6년에 걸쳐 완공한 승선교다. 건축학자들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로 꼽으며, 보물 제400호이다.

승선교를 건너면 2층 누각인 강선루가 나온다. 선녀가 올라간다는 뜻의 승선교(昇仙橋), 선녀가 내려간다는 강선루(降仙樓). 먼 옛날, 일곱 선녀가 강선루에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계곡에서 목욕하고, 승선교에서 다시 무지개를 타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선암사를 찾는 사람들은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며, 마음을 경건하게 가다듬고 사찰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으면 선암사 입구인 일주문에 이른다.

선암사 입구인 일주문
 선암사 입구인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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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꽃이 피는 곳

조계산 동쪽 기슭에 있는 선암사는 백제 성왕 7년(529년)에 아도화상이 암자를 짓고 청량산 비로암이라 했는데, 이것이 선암사의 연원이라 전해진다. 신라 경문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설화도 있다. 이후 고려 중기에 대각국사 의천이 크게 중창했으나, 몇 차례의 화재를 겪으며 건물 대부분이 소실됐다가 중건되어 현재의 남아 있는 건물은 25동이다.

선암사는 터는 넓지만,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시골 기와집 같은 절집이다. 단청은 그 세월만큼 빛이 바래 은은하다. 선암사는 사시사철 아무 때나 찾아도 좋지만, 봄에는 매화가 만개한다. 고려 시대 대각국사가 심었다고 하는 선암사 매화는 수령 600여 년이 넘는다. 무우전 돌담 가의 매화는 2007년에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됐다. 해마다 봄이면 선암사를 대표하는 꽃 매화를 보러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봄 못지않게 여름도 아름답다. 여름이 깊어지면 수국, 상사화, 치자나무 꽃 등 여름꽃이 활짝 피어난다.

선암사에는 유형문화재도 많다. 부처를 모신 대웅전은 보물 제1311호, 대웅전 앞마당 삼층석탑은 보물 제395호다. 400년 전 지어진 해우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된 화장실이다.

선암사 대웅전 앞마당
 선암사 대웅전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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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선암사
 전남 순천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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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와 송광사 잇는 풍요로운 숲길

사찰구경을 끝내고 조계산에 올랐다. 선암사를 품은 조계산은 높이 884.3m의 높지 않은 산이다. 조계산자락 서쪽엔 조계종인 송광사가, 동쪽에는 태고종인 선암사가 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고갯길을 굴목이재라 한다. 굴목이재는 선암사와 송광사의 스님이 산문을 깨치기 위해 수시로 왕래하며 수행한 길이다.

굴목이재를 넘는 길은 제법 가파른데다 돌이 많아 오르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골짜기마다 흐르는 계곡물과 송광사 가는 길에 만나는 울창한 편백숲은 고된 산행을 다 잊게 할 만큼 장관이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는 고갯길에서 만난 보리밥집. 가격 6,000원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는 고갯길에서 만난 보리밥집. 가격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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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정도 오르면 큰 굴목이재를 넘는데, 여기서 숲 속의 보리밥집을 만난다. 동그란 쟁반에 각종 나물과 곰삭은 김치, 채소가 가득한 밥상이 차려진다. 평상에 앉아 보리밥을 큰 그릇에 한데 넣고 고추장, 산나물과 함께 쓱쓱 비벼 먹는다. 음식이 하나하나 다 맛깔스럽다.

보리밥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3.6km를 더 가면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꼽히는 송광사에 이른다.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이르는 굴목이재는 6.7km로 넉넉히 4시간쯤 걸린다.

선암사는 순천 버스터미널이나 순천역에서 출발할 경우 모두 1번 버스를 타면 종점인 선암사에 도착한다. 각각 40분, 50분이 걸린다. 버스 배차 간격이 40분~60분이니 시간표를 꼭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순천은 세계 5대 연안 습지 가운데 하나인 순천만, 조선시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낙안읍성 등 볼거리가 많다. 또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가 10월 20일까지 열리니 여행할 때 선암사와 함께 둘러보면 좋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태그:#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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