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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강성노조가 되어 투쟁하겠다."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사흘째인 31일 오후 '점거농성' 중인 직원 70여 명이 이같이 결의했다. 경남도가 폐업을 발표한 지난 5월 29일부터 현관문을 잠가놓고 농성하고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현관 앞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결의대회'에서 다짐했다.

조합원 양희숙씨는 "아이 셋을 두고 있는데, 며칠 전 아이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와서 아이가 학교에서 신경질도 잘 내고 울기도 한다고 해서 집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더라"며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많이 났다. 남편도 처음에는 집에서 아이 키우면 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남편은 이전보다 일찍 들어와 아이들 과제물도 챙기고 설거지를 하기도 한다"며 "남편도 저도 처음에는 노동조합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했다. 경남도는 노조 때문에 의료원이 적자라고 했는데, 지금 그만두고 나간다면 그것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전국 3개 의료원지부장들이 결의를 다지면서 삭발식을 하고 있는 모습.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전국 3개 의료원지부장들이 결의를 다지면서 삭발식을 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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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조사, 의료원 정상화로 이어져야"

이날 집회에는 보건의료노조 각 지부 간부와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미희·정진후 국회의원과 여영국·이종엽·조형래 경남도의원, 허성무(민주당)·강병기(통합진보당)·박선희(진보정의당)·허윤영(진보신당) 경남도당 위원장도 함께했다.

경남도청 현관 앞 마당에서 물과 곡기를 끊은 '아사단식' 3일을 포함해 총 6일간 단식하기도 했던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진주의료원의 이 좋은 건물을 왜 없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조합원들은 이전 5년 동안 고통 분담을 위해 임금도 올리지 않았고 7~8개월 동안 체불도 됐는데 왜 귀족·강성노조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국회 여야 원내대표들이 '공공의료대책 국정조사'에 합의했고,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안다"며 "정치적인 합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불법·부당 '막가파식 폐업'에 대해 따져 물어 폐업이 원천 무효이고 해고가 무효임을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6월 4일 서울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희망생명버스'를 타고 진주의료원에 집결하고, 6월 8일부터는 '생명텐트'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의회는 6월 11~18일 사이 임시회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인데, 보건의료노조는 이와 관련한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오늘 진주농민회 회원들이 예초기로 의료원 앞 정원에 난 풀을 깎았다"며 "홍준표 지사는 의료원을 버렸지만 우리는 결코 버릴 수 없다. 의료원은 우리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의료원을 지키고 가꿀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의료원의 주인 되기를 포기했고, 공공의료 죽이기를 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내걸고 의료원 지키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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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이 글자를 적어와 펼쳐 보이는 모습.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이 글자를 적어와 펼쳐 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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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발언이 이어졌다. 김미희 국회의원(통합진보당)은 "국회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정조사에 합의를 했는데, 6월 국회에서는 의료원이 재개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의료원 재개원을 결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내년 6월(지방선거)에 다시 의료원이 문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후 국회의원(진보정의당)은 "홍준표 지사는 새누리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경남에 와서 지사가 됐다"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물러났는데, 역사가 쉽게 빠르게 반복될 줄 몰랐다. 다시는 홍 지사가 선거에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아무리 눈이 썩었기로서니 홍준표 같은 사람을 공천하겠느냐"고 말했다.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는 31일 오전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여영국 도의원은 "의료원 감사에서 누가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는지 확인이 되었는데, 홍 지사는 공무원에 대한 책임은 덮고 노조에 모든 책임을 돌렸다"며 "개혁 도지사가 아니라 부정비리 감싸기 지사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회가 열리는 6월 11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며 "새누리당 국회 원내대표를 만나 입장을 전달하고, 주민투표를 해서 홍 지사의 신임을 물을 것을 제안할 것이며, 홍 지사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 투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도청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던 강수동 민주노총 진주지역협의회 의장은 "철탑에 오르고, 굶고, 국회와 진주시의회 등에서 '정상화 촉구 결의문'이 나와도, 주민 여론도 폐업에 반대가 높은데 홍 지사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마지막에는 보건의료노조 이충희(부산)·진락희(홍성)·이창구(서산) 지부장이 머리를 자르는 삭발식을 가졌다. 진주농민회(회장 이군섭) 회원 10명은 이날 오전 의료원 앞 정원에 난 풀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폐업 철회, 즉각 개원, 정상화 촉구"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진주농민회 회원들이 의료원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정원에 난 풀을 예초기로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는 모습.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지 사흘째인 31일 오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현관 앞에서 '폐업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진주농민회 회원들이 의료원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정원에 난 풀을 예초기로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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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 70여명은 지난 5월 29일부터 현관 출입문을 잠궈 놓고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현관 출입문 쪽에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에서 '조례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얼굴이 새겨진 피켓을 바닥에 설치해 놓고 밟고 지나도록 해놓았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 70여명은 지난 5월 29일부터 현관 출입문을 잠궈 놓고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현관 출입문 쪽에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에서 '조례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얼굴이 새겨진 피켓을 바닥에 설치해 놓고 밟고 지나도록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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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는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즉각 개원, 정상화를 촉구"했다. 현재 진주의료원에는 3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데,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는 환자들을 강제퇴원 시키기 위해 퇴원명령을 내는 한편 퇴원하지 않으면 환자 1인당 하루 46만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한 명의 환자라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홍준표 지사의 공언은 한 명의 환자까지 모두 강제 퇴원시키겠다는 극언으로 바뀌었다"며 "환자가 퇴원·전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억지로 입원을 연장하는 것'으로 매도하고, '민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하는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경남도는 대체인력 투입을 시도했는데, 보건의료노조는 "불필요한 인력을 대체 투입하려는 것은 폐업 후 환자들에게 정상진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쫓아내고, 환자들을 퇴원시키기 위해서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부당한 폐업과 부당한 해고를 인정할 수 없으며, 남아 있는 환자를 지키고 정상진료를 보장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에 긴급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것"과 "의료원에 강제로 퇴원·전원당한 환자들의 실태를 전면 조사하고 진주의료원에 재입원을 희망하는 환자들에 대한 정상진료를 보장할 것" 등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 폐업은 230여 명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삶을 파탄으로 내모는 살인행위"라며 "고용률 70% 달성을 최고의 정책과제로 내세운 박근혜정부의 일자리 확충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이며,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태그:#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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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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