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고가 게재 돼 있던 '일간베스트 저장소' 화면 캡쳐
 광고가 게재 돼 있던 '일간베스트 저장소' 화면 캡쳐

22일 오후 6시부터 광고가 차단 돼 있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화면 캡쳐
 22일 오후 6시부터 광고가 차단 돼 있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화면 캡쳐

"일베에 광고 올리던 광고대행사들 모두 광고 철회! 진보보수를 떠나 양심과 상식의 승리이며, 공분으로 참여해주신 트친 여러분 모두의 승리!"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2일 오후 8시 30분 경 자신의 트위터(@patriamea)에 올린 글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왜곡과 유해게시물로 논란이 되어온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에서 광고가 사라졌다. 일베 사이트에 광고를 제공해오던 광고대행사 '리얼클릭'이 누리꾼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22일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Today쇼핑' 광고를 제공하던 '미디어나루'도 광고노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조국 "일베 광고 기업 불매운동" 제안에 변희재 "우리도 할까?" 맞불 

'리얼클릭'은 이날 공지를 통해 "제휴매체 일간베스트에서 역사 인식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유해 정보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며 "광고주와 인터넷 유저를 보호하기 위해 리얼클릭 광고 노출을 22일 오후 6시부터 차단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후 9시 30분 현재 '리얼클릭', '미디어나루' 등을 통해 일베 사이트에 노출되었던 광고 전체가 차단됐고, '이호스트IDC' 광고만 스폰서 형태로 남아 있다. 앞서 일베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했던 이마트몰 측에서도 "인터넷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광고를 집행했기 때문에 일베 사이트에 광고되는 줄 몰랐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광고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일베 사이트에서 광고가 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개월 전에도 일베 사이트에 광고를 했던 구글 애드센스가 일베에 유해정보가 많이 올라와 약관을 위배했다며 광고 송출을 중단했다. 구글 약관에는 콘텐츠 품질이 명시된 항목이 있는데 사이트에 올라온 콘텐츠가 선정적이며 미풍양속을 해칠 경우 광고 송출을 중단하게 돼 있다.

광고대행사들이 일베 광고를 철회하고 나선 것은 이른바 '일베충'(일베 회원들을 일컫는 말)의 막장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그 불똥이 광고주에게도 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베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자를 모욕하거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 등 도를 넘는 게시물들이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일베에 광고를 게제하던 광고대행사 '리얼클릭'의 광고 차단을 알리는 공지글
 일베에 광고를 게제하던 광고대행사 '리얼클릭'의 광고 차단을 알리는 공지글

이에 대해 조국 교수는 22일 일베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 누리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조국 교수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극우 반인륜적 사상을 퍼뜨리고 역사와 사실을 조작하면서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일베에 광고를 하는 기업과 병원들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제안한다"는 글을 올렸다.

조 교수는 "광고주 리스트를 온오프라인에 공개하고 평화적 방식으로 업체에 불매 의사를 고지하는 것은 허용된다"며 "광고주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정도의 집단적 전화걸기나 불응시 더 강력한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경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민TV' 준비위원인 김용민씨(@funronga)도 "전폭적으로 동의합니다. 약자 폄하, 역사 왜곡의 자금줄이 되는 기업은 불매해도 마땅합니다"라며 조 교수의 제안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온라인 광고 업계에 따르면 일베의 웹을 통한 일간 페이지뷰 수는 1500만 건이고, 모바일을 통한 페이지뷰수는 웹 페이지뷰 수보다 30~40%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베 사이트에서 광고가 사라졌지만 일베충들은 "걱정마라, 일베 망해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회원(아이디 '조슬***')은 "수많은 객체가 모여 한 집단을 이루다가 그 집단이 붕괴되면 그 객체들은 아무데다 떠돌다가 신기하게도 다시 한 집단으로 뭉쳐지게 되어있다"며 "일베라는 집단은 이미 누가 와해시키려야 와해시킬 수가 없는 강력한 구심점과 소속감을 갖는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장담하건데 20년이 지나도 보수 유머사이트는 존재한다. 그게 일베일지 아니면 일베의 후계자의 후계자의 후계자일진 모르겠으나 좌좀세력(진보세력)에 지친 보수세력들은 일베가 와해된다고 와해될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우파, 전형적인 TK'라고 소개한 다른 회원(아이디 '몽말라')은 "살려보자"는 제목의 글에서 "눈팅만 하다가 오늘 광고 없어진 거 보고 안쓰러워서 한 글 남긴다"며 "일베가 목숨을 연명해야지 대한민국의 미래가 덜 불안 할 것 같다. 산소 호흡기를 붙여서라도 살아남아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월 어느 정도 기부 할 용의가 있다"며 "일베야 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라~(많이는 못준다)"고 말해, 후원금도 내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일부 회원들은 "오늘의 유머(진보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광고도 차단시킬 것"이라며 "오유(오늘의 유머)의 구글 애드센서 광고물을 신고하라"고 제안, 구체적인 행동강령까지 제시하고 있다.

특히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대표도 "친노종북 매체 광고주 불매운동 들어가겠다"고 맞불을 놨다. 변 대표는 이날 트위터(@pyein2)에 "조국이 일베 사이트에 광고주 불매운동을 선동하는데, 만약 그런 식으로 나오면, 애국진영에서도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 친노종북 선동 매체 광고주 불매운동 들어가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일베 광고 업체 불매운동 제안' 트윗글 화면 캡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일베 광고 업체 불매운동 제안' 트윗글 화면 캡쳐

민주당 '일베 폐지' 추진...  "5·18 관련 게시물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일베의 일탈 행위는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일베 사이트와 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법원에 운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5·18 북한개입설'을 방송한 종합편성채널에 해당 프로그램 폐지와 관계자들의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는 해당 방송사의 출연 자제도 요청했다.

민주당 5·18민주화운동 왜곡 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강기정)와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위원장 신경민)는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강기정 의원은 "대한민국 국기를 흔들고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런 일이 일부 극우인사와 종편에서 발생한 것은 궁극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책임이 있다. 역사를 바로세우고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성과 양식을 회복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이성과 상식,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사수하는 차원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역사 왜곡과 인간성 파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가처분 신청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베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의 막장 행태는 문제가 있지만, 정치권이 나서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조국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 일베 운영금지가처분 신청하고 문제 글 올리는 회원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하기로. 박수"라는 글을 남겼다.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라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하며 이를 벗어난 표현의 자유는 민·형사 및 행정법상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일베 사이트에 올라온 5·18 관련 게시물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범죄요건에 성립된다는 것이다.

일간베스트 저장소란?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는 다양한 소재의 글과 사진을 공유하며 인기를 끈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의 일부 회원들이 선정적인 내용의 게시물 차단에 반발해서 2010년 새로 만든 곳이다.

잡담, 고민상담, 정치, 스포츠 등 분야별로 다양한 게시판이 있는데, 게시물 중 추천을 많이 받으면 일간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겨진다. 정치·사회 게시판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은 정치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간다. 게시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민주화'를 클릭해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일베 회원들이 자극적인 게시물에 집착하는 것은 이런 방식의 '일베로(공감의 의미)'라는 시스템 때문이다. 베스트 글에 올라 주목받고자 하는 본능적 욕망에 따라 더 선정적이고 더 자극적인 게시물들을 올려 경쟁하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가 된 인사들의 신상을 털거나, 자신의 과격한 행위를 증명하는 '인증샷'을 올리는 것도 결국 베스트 글에 오르기 위한 것이다. 진보 진영이나 북한에 강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내용도 단골 메뉴다.

타 회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좌좀(좌익좀비), 홍어(호남 비하 표현), 김치녀(한국 여성 비하 표현) 등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지난해 12월 랭키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일베 월간 접속자 수는 211만건 정도이다. 회원은 100만명이며 동시 접속자 수도 2만명을 넘는다. 이 같은 인기를 기반으로 일베 사이트에는 다수의 배너 광고가 게재됐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접속 기록을 토대로 월 1억원 가량의 광고수익이 가능하다고 추정한다.




태그:#일베, #일간베스트 저장소, #조국 서울대 교수, #5.18 민주화 운동, #일베 광고 업체 불매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