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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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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무용원의 A 여교수가 "너희 남자들은 구멍만 보면 환장하지", "섹스할 때 조준 잘 해라"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됐다. 학생들은 A교수가 남학생들에게 "자위할 때 어디를 보고 하냐", 여학생에게는 "너희들이 뜨고 있는 눈은 술집 창녀 눈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1일 현재, 학교는 A 교수의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A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2주 가까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우리를 여자에 환장한 남자로 아는 것 같다"

이번달 초, 한예종 총학생회 사무실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편지에는 한예종 무용원의 A 교수가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다.

"9월 중순 쯤 정기 공연이 끝나고 고기를 먹었습니다. 술을 어느 정도 먹으니 교수님께서 '너희 남자들은 구멍만 보면 환장을 하지'라는 말과 '너희들은 섹스를 할 때 조준을 잘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에 학생들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사적인 농담이 아닌, 여학생들이 동석한 상태에서 스승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ㄱ아무개씨는 '구멍' 발언과 관련해 "제 담당 교수인데, 환장하냐고 묻는데 아니라고 말을 못하겠더라"며 "우리를 여자에 환장한 남자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이게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ㄴ아무개씨도 "남자 사이였다면 그렇다 칠 수 있겠지만 교수님은 분명 여자"라며 "(그 발언을 할 때)여학생들도 많아서 불쾌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발언은 단순한 성적 수치심을 넘어 20대 초반의 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다. ㄱ씨는 "교수로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며 "계속 상처와 충격을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ㄴ씨도 "저희는 이미 상처가 났고, 그 상처를 씻어야 하지만 A교수는 상처를 안 냈다고 주장한다"며 "이미 난 상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냐, 그게 힘이 든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여학생들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발언을 했다. 이른바 '창녀' 발언이다. 총학생회에 제보된 편지에 따르면, 2012년 10월 경 A 교수가 1학년 여학생들에게 "눈을 왜 그렇게 뜨냐. 너희들이 뜨고 있는 눈은 술집 창녀들이 세상 못 볼꼴 다 보고나서 진짜 밑바닥으로 갔을 때의 눈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A 교수는 성희롱 막말 외에도 "무용하려면 재력이 중요하다", "너 심심하게 생겼다"는 등의 발언을 해 상처를 줬다고 학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A 교수, 문제 불거지자 학생들에게 "기억 안 난다" 발뺌

A 교수는 '성희롱 막말'을 인정하기는커녕 문제가 불거지자 학생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있다고 학생들은 주장한다. 특히 학교가 시끄러워지면 명예가 실추된다며 압력을 넣고 있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교수와 학생 간의 이른바 '갑을 관계'를 이용해 이번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이다.

한 종편채널의 보도가 나간 후, 무용원 조교실 전화번호로 "학교에서 승낙하지 않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는 불가하다"는 문자가 학생들에게 전송되기도 했다.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입단속을 한 것이다.

A 교수는 학생들을 단체로 다그치기도 했다. 지난 14일, A 교수는 무용원 한국무용 전공 학생 30여 명을 불러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냐"고 따져 물으며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다그쳤다. 면담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없었다. 이 자리에 선배인 반주 강사와 조교가 동석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만든 자리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 A 교수는 무용원 조교실 전화번호로 학생들에게 "우리과 학생들의 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돼 나에게 큰 힘이 됐다"며 "다시 한 번 감사하고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 있었던 ㄷ씨는 "교수와 학생은 '갑을 관계'여서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자리였다"며 "학생들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A 교수가 '내 말에 동의한 거다'하고 면담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ㄷ씨는 "교수가 그런 적 없다고 하는 데, 교수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줄 알았다"며 "학생들에게 고소하겠다고 말하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파면 요구...A 교수 "말하고 싶은 게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A 교수의 성희롱 막말과 관련해 한예종 총학생회는 학내 곳곳에 대자보를 게시했다. 총학생회는 A 교수의 파면과 함께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A 교수의 성희롱 막말과 관련해 한예종 총학생회는 학내 곳곳에 대자보를 게시했다. 총학생회는 A 교수의 파면과 함께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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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총학생회와 무용원 학생회는 학교 측에 A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제보 학생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분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학교 내 양성평등상담실에 알려졌고, 22일 현재 A 교수의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학교측은 "양성평등상담실 조사위원회 결과가 통보되는 즉시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징계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A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 9일부터 A교수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21일과 22일에는 A 교수를 만나기 위해 한예종 서초동 캠퍼스의 무용원 강의실을 찾아갔으나 A 교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22일에는 무용원 행정실 관계자가 A 교수와 통화를 했지만 A교수는 "(인터뷰) 하기 싫다"고 행정실 관계자에게 전했다. 학교 대외협력과에도 협조를 요청했지만 학교측은 "본인이 꺼리는 상황에서 학교도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지난 18일에 나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 제217호에서 A 교수는 "지금은 말하고 싶은 게 없다"며 "일단 관심을 가져준 것은 고마운데 모든 일이 다 정리되고 나면 그때 할 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성희롱 발언, #한국예술종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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