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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 환경단체들과 다양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과 자립자치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울 햇빛발전소협동조합'과 '환경정의', '오마이뉴스'는 [햇빛 서울만들기]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도시형 에너지 자립 모델의 하나인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사업의 의미를 짚어보고 성과와 한계를 진단합니다. 또,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자립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저기-. 오마이뉴스 기자 아닌가요?"

끼이익-.

지난 13일 오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서울 화곡 1동 주택가를 지나는데 누군가가 나를 알아본 것 같아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안장에서 내려 뒤를 보니 작은 체구에 한복을 입은 사람이 길 가에서 활짝 웃고 있다. 원불교 서울 외국인센터와 '요안 햇빛발전소' 소장인 최서연 교무(56)가 마중을 나온 것이다.  

활짝 웃고 있는 최서연 교무
 활짝 웃고 있는 최서연 교무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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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따라 3층 건물의 1층(지층) 작은 샤시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이 침침했다. 30여 평 남짓한 사무실에 형광등을 죄다 꺼놓았기 때문이다. 눈은 금방 어둠에 적응했다. 사무실 윤곽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일 안쪽은 법신불 일원상(法身佛一圓相)을 모셔둔 법당. 사무실 벽 게시판에는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그린 그림을 붙여 놓았다. 사무실 책상 위에도 한글 교실할 때 쓰는 소품들이 즐비했다. 

"법당에서 삼배부터 드려야 겠네요?"
"아-. 불자세요?"
"아니 그냥... 나일론 신잡니다."
"그런 신자가 어디 있어요! 하-하-하-."

법당 위에 올라서니, 바닥에는 형형색색의 사각 쿠션 퍼즐이 깔려있다. 그 위에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도 놓여있다. 따로 방석을 깔지 않아도 절을 할 때 무릎이 아프지 않아서 편했지만, 이런 '격식 없는' 법당은 처음이다. 그 이유를 물었다.

"법당이 아이들 놀이터죠. 저 소파는 주어온 것인데, 버리려고 해도 아이들 때문에... 방방이라고 하나요? 아이들이 쿠션 위에서 붕붕 뛰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요."

햇빛조리기로 끓인 베트남 차 맛?

최 교무는 샤시 문 앞쪽의 길쭉한 간이 테이블 끝에 나를 앉혔다. 그는 "자연 조명이 제일 좋다"면서 여닫이문을 열었다. 서너 발자국만 떼면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다. 방문을 열면 곧바로 도로와 연결되는 문간방에 앉아 있는 듯 했다.  

"여기가 제일 훤합니다. 대낮인데, 형광등을 켤 필요가 있나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에 강서구-양천구 지역의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데도 거의 불을 켜놓지 않아요."

서울 도심에서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사람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컬러 이면지를 잘라서 만든 자신의 명함과 함께 차를 건넸다. 

"좀 덥죠? 이열치열입니다. 한번 맛을 보세요. 햇빛조리기로 끊인 차입니다." 

그가 건넨 허브 향의 베트남 차 맛은 색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울에서 '나 홀로 햇빛발전소'를 운영하는 그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 이 건물에 햇빛 발전소를 지은 게 2005년 10월이죠? 당시에는 생소했을 텐데 발전소를 만들 결심은 어떻게 한겁니까?
"(햇빛발전량 생산 일지를 보여주면서) 여기 보세요. 정확하게 말하면 10월26일이죠. 석유가 고갈되고 있다는 뉴스를 많이 봤습니다.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삶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에너지대안센터'라는 곳을 들렀는데, 햇빛조리기나 온수기까지 나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안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거죠. 그런데 설치 후 1년 동안 발전소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우리가 그냥 전기를 썼어요."

- 허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국토... 무슨 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이 있던데... 한번 찾아보세요. 하-하-. 그 법에는 대도시에 발전소를 허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대요. 그 법을 만들 때에는 발전소라고 하면 대형 화력발전, 수력발전, 원자력 발전 등을 생각했던 거죠. 에너지대안센터의 노력으로 1년 뒤에는 그 법에 '단, 신재생 에너지 발전은 예외로 한다'를 내용으로하는 규정이 들어갔고, 그 덕에 나중에 발전사업자 허가를 받았어요. 그 때부터 전 햇빛발전소 소장이 된 거고요."

7년동안 햇빛발전 생산량을 적은 기록지을 보고 설명하는 최서연 교무
 7년동안 햇빛발전 생산량을 적은 기록지을 보고 설명하는 최서연 교무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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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전기 도사'의 전력 생산 일지

- 초기에 투자한 돈은 얼마죠?
"2400만원입니다. 이 건물(3층)을 원불교에 헌납하신 어머님이 빌려주셨어요. 건물은 돌아가신 아버님이 지으셨죠. 두 분의 세례명을 첫자를 따서 '원불교 요안시민발전소'로 이름을 지었어요."

- 발전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3KW 입니다. 지붕 위 10평정도 공간에 모듈 40개를 깔았어요."

- 하루 평균 몇 KW 생산합니까? 한전은 KW당 얼마나 주죠?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기는 어렵고... 1년에 평균 3000KW정도 생산합니다. 이 전력생산 일지를 보면 그 해 날씨도 알 수 있죠. 한전은 KW당 711.14원을 줍니다."

- 오늘 같은 날은 몇 KW정도 생산합니까?
"어제 9.3KW 나왔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으니까, 한 10KW정도 생산하겠네요."

그는 '햇빛전기 도사'였다. 지난 7년여 동안 매일 계량기를 보고 기록한 탓이다. 그는 A4용지에 볼펜으로 줄을 그어서 빼곡하게 숫자를 적은 기록지를 보여줬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고 월간, 연간 합계도 냈다.

"이렇게 기록하니까 공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길 보죠(2008년 9월 일지를 보여주며). 이 날짜에는 전기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었죠? 그날 날씨도 좋았어요. 이상하게 생각해서 업체에 문의했더니 다이오드가 탔다는 겁니다. 그래서 늦지 않게 고칠 수 있었습니다. 날마다 적지 않으면 이런 걸 어떻게 알겠어요."

7년 동안 앉아서 1000만원 벌었다

- 연간 수입은 얼마나 되죠? 한전에 파는 액수는 얼마죠?
"2009년 257만원, 2010년 193만원, 2011년은 218만원. 2012년 226만원을 팔았습니다. 2006년 10월부터 한전에 팔기 시작했으니까, 7년 동안 1000만 원 정도 벌었습니다. 앞으로 8년 정도 팔면 투자비용은 회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3KW 발전기 설치비가 1000만 원대로 내려갔대요. 더 쉬워졌죠. 하-하-."

그는 "자가 소비용으로 사용할 때에는 전기요금을 내지 않았고, 신기하게도 전기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갔다"면서 "가령 아침에 계량기가 1100을 가리켰으면 저녁때에는 1090정도로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 때에는 '아이고 해님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했어요. 잠깐이었지만 전열기도 좀 썼죠. 지금은 전량을 한전에 판매해서 계량기가 거꾸로 도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지난해 이 건물 3개 층의 전기요금이 17만920원이 나왔어요. 전기 판매량은 226만원이었어요. 돈 많이 벌었죠?"

- 청소하는 게 번거롭지는 않을까? 자주 고장이 나는 건 아닐까? A/S는 잘 될까?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런 게 궁금할 텐데.
"7년 동안 한번 고장 났어요. 당시 우리 발전소를 시공한 회사의 제품이 수난을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문제였는데, 그 때 고치고 나서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어요. 모듈의 먼지를 닦을 필요는 있지만, 먼지가 있으나 없으나 전기생산량은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눈은 치워줍니다. 모듈에 눈이 덮이면 발전량은 제로거든요. 넉가래로 눈을 쓱쓱 쓸어내리는데요, 그냥 운동 시간으로 생각해요. 즐거워요."

30-40분정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최 교무는 수시로 웃었다. 그것도 잇몸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활짝 웃었다. 그래서 아주 오래된 친구 같았다. 그는 또 솔직했고 소탈했다. 어찌 보면 동네 아줌마 같기도 했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구석도 있었다.

웃고 있는 최서연 교무
 웃고 있는 최서연 교무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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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 '공학 박사'? "아이고... 인터뷰 안할 랍니다"

이런 그는 공학박사였다. 아주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했고 귀국한 뒤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 뒤에도 포항공대에서 98년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99년 원불교 교무로 출가식을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7년 동안 뚝심 있게 햇빛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과거 이력 때문은 아니었을까? '공학박사인 것이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냐'고 물으니 그는 지금까지의 웃음기를 싹 거두고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그렇게 물으면 나 인터뷰를 안 할 랍니다. 박사 학위를 따야 발전소할 수 있나요? 이런 식으로 인터뷰하면 이런 활동이 확산되기 어려워요. 저 사람은 박사니까... 뭐 이런 잘못된 인식이 퍼질 것 아닙니까?"

- 그럼 다른 사람들이 햇빛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권유할 때 어떻게 이야기를 합니까? 
"해님은 지구인이 1년 동안에 쓰는 에너지의 만 배 이상의 에너지를 지구로 보내줍니다. 그 에너지를 활용하면 석유를 안 써도 되고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됩니다. 방사능 폐기물 때문에 골치 아픈 일도 없겠죠. 해님이 공짜로 보내주는데 왜 이걸 안 씁니까? 공짜예요. 하-하-하-."

-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햇빛 발전이 대안 에너지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대용량 발전인 원자력, 화력, 수력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런 분들의 논리를 일축시킬만한 반론을 해주신다면?
"이게 증거죠. 서울에서 햇빛발전소를 운영해서 돈을 벌고 있어요. 자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는 찾아보지 않고 그 가능성을 부정만하는 지 모르겠어요. 네거티브 논리로 세뇌됐는데 그런 관성의 법칙을 깨지 못할 때 답답합니다. 우리 시대 종교의 역할 중의 하나가 그런 논리를 깨는 것이어야 합니다."

서울 하늘 아래 지붕 위에 '수천 개의 태양'이 뜬다면?

- 그럼 원불교부터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원불교의 모든 교당 지붕에 햇빛 발전소를 차려서 '천지보은', 천지 은혜에 보은하며 살고 싶어요. 조만간 원불교 햇빛발전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엽니다. 이 사업이 정착된다면 상생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고 전기요금도 절약할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갖고 계십니다. 혹시, 주변에서 '사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않나요? 즐거운가요?
"박사 학위가 아깝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계속 그 길을 갔다면 제가 지금 뭘 할까요? 교수? 연구원? 과학의 이치를 연구해서 개인적인 명예도 추구하고 경제적인 헤택도 누릴 수 있겠지만 전 그런 내가 행복할 것 같지 않습니다. 과학이 만든 혜택도 있지만 부작용으로 환경 문제는 심각합니다. 지식을 잘못 사용해서 세상이 많이 어지러워졌습니다. 물론 훌륭한 과학자가 훨씬 많지만 일부 나쁜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가령 4대강 사업은 무엇보다 통치자의 잘못이 크지만 일부 나쁜 과학자들도 동참했기에 저질러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렇게 사는 게 즐겁습니다."

최서연 교무가 지붕에 설치된 햇빛발전 모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서연 교무가 지붕에 설치된 햇빛발전 모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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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층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햇빛발전소를 보려고 지붕 위로 향했다. 1층 생활관 바깥에서는 햇빛발전소 투자자이자 최 교무의 어머니인 이진임(78)씨가 뜰에 앉아서 손가락만하게 올라온 들깨를 솎아내고 있다. 1층 기도관 앞 베란다에는 지름 1m 정도 크기의 햇빛조리기가 놓여있다. 햇볕이 좋은 날 이걸로 물도 끓이고 계란이나 감자도 삶는단다. 가파른 나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니 10여 평 공간에 40여개의 햇빛발전 모듈과 햇빛온풍기, 햇빛온수기가 설치되어 있다.

최 교무가 혼자서 운영하는 '요안 햇빛발전소' 하늘에는 매일 수십 개의 태양이 뜬다. 햇빛발전소 시설을 한 바퀴 휙 둘러본 뒤 사무실에 들어와서 최 교무에게 1분 영상 메시지를 부탁했다. 그는 "햇빛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 고마운 에너지"라고 말했다.

▲ '요안 햇빛발전소' 운영하는 최서연 원불교 교무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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