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이틀 앞둔 가운데 '5.18 폭동' 주장 등 도를 넘은 비방이 일부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거세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보수 커뮤니티인 '일베저장소(일베)'와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중심으로 한 5.18 민주화운동 폄훼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오후 10시 현재 일베에서 '5.18 폭동'으로 검색한 결과 나온 게시물 수는 7757건이다. 대부분 "5.18은 북한특수부대와 연계된 무장폭동이었다"는 주장이 담긴 게시물이다.

지난 2002년 8월 보수논객 지만원씨가 일간지에 "광주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들이 순수한 군중들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라는 광고를 내면서 노골화된 '광주 폭동' 주장은 올해 들어 일베 등 보수 누리꾼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정확히는 지난 1월  대법원이 이같은 주장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후부터다.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 2002년 8월 16일 <동아일보>에 실린 '대국민 경계령! 좌익세력 최후의 발악이 시작됩니다' 광고에서 지만원씨는 "광주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들이 순수한 군중들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 2002년 8월 16일 <동아일보>에 실린 '대국민 경계령! 좌익세력 최후의 발악이 시작됩니다' 광고에서 지만원씨는 "광주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들이 순수한 군중들을 선동하여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당시 대법원은 '5.18은 민주화운동이 맞지만 지씨의 비방 행위는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일베 등 보수 누리꾼들은 지씨의 무죄 판결을 오용, 5.18 민주화운동을 서슴없이 '폭동'으로 규정해 비난했다. "지만원이 무죄니 그의 주장대로 5.18은 폭동"이라는 주장이다.

'일베', 5.18 희생자를 수산시장 홍어에 비유

이후 일베를 중심으로 한 '5.18 폭동' 주장이 민주화운동 희생자 조롱 등 도를 넘은 비방으로 번지면서 온·오프라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13일 <오마이뉴스> 제보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의 일부 내용이다.

"일베 사이트에서 충격적인 게시물을 발견했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수산시장에 널린 홍어로 패러디하더군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익 진영논리에 파묻힌 사람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보기에는 다소 심각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이날 일베 사이트에는 '광주 홈쇼핑 ** 잘 되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제목 아래 사진에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관들이 놓인 모습이 담겼다. 일렬로 놓인 관 위에는 태극기가 덮였다. 사진에는 "배달된 홍어들 포장완료 된 거 보소"라는 설명이 붙었다. '홍어'는 전라도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은어로 일베에서 주로 쓰인다.

 지난 13일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하 게시물
 지난 13일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하 게시물
ⓒ 일간베스트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하글을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 갈무리한 게시물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하글을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 갈무리한 게시물
ⓒ 오늘의유머

관련사진보기


이외에도 조롱에 가까운 5.18 비방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5.18에 대한 일베의 시각'이란 글을 보면, 한 일베 회원은 일렬로 엎드려 있는 광주 시민을 계엄군이 조사하는 사진을 두고 "5월 18일 주말을 맞아 광주 수산시장을 찾은 많은 주민들이 진열돼 있는 홍어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광주 시민인 시신들이 널브러진 채 얼굴만 천으로 감싸진 사진에는 "애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어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에서도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의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이라고 폄훼하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나섰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는 지난 13일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임천용씨가 출연해 5·18의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왜곡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임씨는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망월동 5·18 묘역의 신원미상자 70여 명의 묘가 이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묘다" 등의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최근 넘어온 탈북자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고만 할 뿐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진행자는 발언의 수위를 제재하기는커녕 주장에 의미를 부여했다. 진행자 장성민씨는 "시민들이 빨갱이·폭도·간첩으로 매도된 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5·18 폄훼 움직임, 파시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송 이후 민주통합당은 즉각 해당 방송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과거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정권에 의해 유포된 유언비어들이 21세기에 탈북인사의 입을 통해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웅래·최민희·홍영표·홍종학 의원 등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프로그램 심의를 신청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종편의 이러한 방송을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트위터에는 "지금이 5공 시대인가 보다" "이상한 몇몇 탈북자 말만 믿는 이상한 탈북자 전용 종편방송" "종편의 상상력은 뭘 해도 상상 그 이상" 등의 글이 올라왔다.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화면 갈무리 15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북한이탈주민 김명국(가명)씨는 자신이 1980년 5월 광주에 남파되었다고 주장했다.
▲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화면 갈무리 15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북한이탈주민 김명국(가명)씨는 자신이 1980년 5월 광주에 남파되었다고 주장했다.
ⓒ 채널A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화면 갈무리 15일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1980년 5월 광주에 남파되었다는 전 북한군 특수부대원 김명국(가명)씨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 채널A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종편의 '5·18 폭동' 주장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15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에는 5·18 당시 광주에 있던 북한군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이탈주민 김명국(가명)씨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방송 최초 단독인터뷰'라는 제목을 달고 방송된 이날 방송에서 김씨는 자신이 "5·18 당시 남파 지휘 총책임자 호위 역할로 남파되었다"며 "광주폭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조장, 부조장들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5·18 관련재단 및 역사학계에서는 보수 집단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폄훼 움직임이 자칫 역사왜곡이나 파시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선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역사적으로 이미 평가가 끝난 사건인데도 '5·18은 폭동'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 아예 5·18을 둘러싼 역사왜곡이 사실과 같이 인식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하는 집단이 지지세력과 일부 겹친다고 할지라도, 정부는 허위 주장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하고 엄중하게 해당 주장에 대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5·18의 역사적 의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됐다"며 "그럼에도 사회가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로 흐르면서 이에 맞춰 전두환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역사가 왜곡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5·18 폭동 주장은 국가폭력을 안보라는 논리로 미화시키는 것인데 이는 우리사회에서 파시즘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며 "이렇게 되면 우경화가 진행되는 일본사회와 다를 바가 없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파시즘으로 가는 길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화·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