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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실에 설치한 5.1채널 홈시어터 시스템. TV와 DVD 플레이어 외에 앰프 역할을 하는 AV리시버와 스피커 6개로 구성된다.
 아파트 거실에 설치한 5.1채널 홈시어터 시스템. TV와 DVD 플레이어 외에 앰프 역할을 하는 AV리시버와 스피커 6개로 구성된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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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반품 못해?!"

아내는 단호했다. 정체불명의 택배가 올 때부터 심상찮더니 스피커마다 케이블이 치렁치렁한 걸 보더니 마침내 폭발했다. 냉장고나 밥솥도 아니고 비싸고 쓸모도 없는 홈시어터를 누가 선뜻 반기랴. 오죽하면 AV(오디오 비주얼) 애호가들 사이에 '농반진반' 경품 받은 거라고 속이라는 말이 나올까. 하지만 홈시어터 입문자가 넘어야할 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결혼 7년 만에 홈시어터에 도전하기로 했다. 결혼 전부터 하나둘 모은 DVD 타이틀과 비디오테이프 수백 장을 이대로 썩힐 순 없었다.

"나도 집에서 '5.1채널 서라운드의 환상적인 입체 음향'을 맛보고 싶다고!"

디지털TV 있겠다, DVD 플레이어 있겠다, 이제 그럴듯한 앰프(리시버)와 스피커만 갖추면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입문기 종류와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집안 환경 등을 감안해 고려할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비쌀수록 좋은 스피커? 개인 취향은 제각각

결국 지난 2일 오후 AV 전문 칼럼니스트인 주기표 풀레인지(www.fullrange.kr) 실장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약속 장소도 일부러 강남 논현동의 한 오디오 전문 매장으로 잡았다. 오디오 기기를 테스트하는 청음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뜸 청음 테스트를 부탁했다. 싸구려와 고급 기종조차 구별 못하는 이른바 '막귀'에게 굳이 값비싼 제품이 필요할까 싶어서다. 영화 <프렌치키스> 주제가로 잘 알려진 로라 피기의 <드림 어 리틀 드림>을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톨보이형 스피커 4종류로 각각 들어봤다.

모두 기본은 되는 제품들이라 집에서 30만 원짜리 미니오디오로 듣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음질의 선명함이나 중량감 등을 토대로 순위를 매겼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가장 저렴한 60만 원대(5채널 기준) 스피커를 2순위로 꼽은 반면, 가장 비싼 600만 원대 제품은 3순위에 그쳤다. 그나마 두 번째로 비싼 230만 원대 제품을 1순위로 꼽은 게 다행이랄까.

주기표 실장은 당황하기는커녕 "사람 취향에 따라 스피커 음질 평가도 제각각"이라는 말로 안심시켰다. 깔끔한 소리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선명도는 떨어져도 질감이 풍부한 소리를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비싸고 AV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제품보다 자신에 맞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스피커를 선택할 때는 직접 매장을 찾아 청음해 보는 게 필수였다.

청음이 쉽지 않으면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라고 말한다. 음질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브랜드에 따라 제품의 만듦새나 내구성, 품질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스피커의 경우 출력보다 스피커 본체 재질이나 무게, 마감이 품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AV 마니아들이 삼성·LG 외면하는 까닭

AV 전문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기표 풀레인지 실장이 2일 오후 서울 논현동 한 오디오 전문 매장에서 홈시어터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V 전문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기표 풀레인지 실장이 2일 오후 서울 논현동 한 오디오 전문 매장에서 홈시어터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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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란 음향기기와 영상기기를 결합한 제품을 말하지만 AV 애호가들은 오디오 쪽에 더 무게를 둔다. AV 시장에서 소니, 삼성, LG 같은 유명 가전업체보다 야마하, 온쿄, 파이오니아, 모니터오디오, 다인오디오, 야모 같이 낯선 오디오 전문업체 제품이 더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전업체들은 TV 등 영상기기에 주력하다보니 오디오 쪽 비중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대신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앰프를 합친다거나, 스피커에 앰프까지 내장한 '사운드바' 형태의 일체형 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 대중 시장을 겨냥한 탓에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유명 오디오 전문 업체들은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하면서 플레이어와 앰프뿐 아니라 스피커도 제각각 분리해 조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주 실장은 "과거엔 AV 전문 브랜드 제품이 200만 원대라면 가전업체 제품은 50만 원대로 4배 정도 차이가 났다"면서 "요즘 삼성, LG도 자신감이 붙어 200만 원대 제품을 내놓기도 하고 전문 업체들도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가격대를 낮추는 추세"라고 밝혔다. 다만 주 실장은 "브랜드 가치를 빼면 가격 차이만큼의 품질 차이를 느끼긴 쉽지 않다"며, "음질에 까다롭지 않은 입문자라면 가급적 돈을 아껴 저렴한 가격대 제품을 구입한 뒤 서둘러 교체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라"고 권했다.

50만 원대 홈시어터? '뽀대' 나려면 100만 원은 기본

논현동 한 오디오 전문 매장의 청음실 풍경. 톨보이형 스피커 한 조 가격만 수백만 원이 보통이다.
 논현동 한 오디오 전문 매장의 청음실 풍경. 톨보이형 스피커 한 조 가격만 수백만 원이 보통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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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입문자에게 적절한 제품이란 어느 수준일까. 우선 홈시어터는 크게 TV, 프로젝터, 모니터 같은 영상기기와 블루레이·DVD 플레이어, PC, 게임기 같은 재생기기까지 포함하는 영상(비주얼) 부문과 음향(오디오) 부문으로 나눠진다.

오디오는 다시 재생기기에서 받은 음향을 여러 채널로 분리해주는 AV 앰프(리시버)와 스피커 세트로 구분된다. 홈시어터에서 주로 쓰는 5.1채널은 전면 스테레오 스피커(프런트) 2개와 가운데서 대사를 주로 전달하는 센터 스피커 1개, 시청자 뒤편에서 효과음을 주로 전달하는 리어 스피커 2개 등 5채널 스피커와 저음역대를 맡는 서브우퍼 1개 등 6개 스피커로 구성된다.

하지만 층간 소음 문제가 심각한 요즘 아파트 환경에서 서브우퍼는 선택사항이다. 주 실장 역시 "음의 중량감과 공간감, 에너지를 느끼려면 서브우퍼가 필요해 200만 원씩 들여 방음 시설까지 갖추는 애호가도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아파트 환경에서 톨보이형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서브 우퍼를 생략해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높이가 1m 전후인 탑 형태의 톨보이형 스피커는 저음역대를 담당하는 우퍼 성능이 서브우퍼 기능을 어느정도 보완한다. 반면 우퍼가 없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북셀프형'이나 '새틀라이트(위성)형' 등 소형 스피커는 서브우퍼가 불가피하다.

입문기 가격대는 얼마가 적당할까. 애초 예산을 50만 원대로 잡았지만 주 실장은 100만 원대 초반대 5채널 톨보이형 스피커를 입문기로 추천했다. 청음 테스트에서 내가 1순위로 꼽았던 제품들이었다.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60~80만 원대 보급형 제품도 있긴 하지만 가격과 타협(?)하다 보니 만듦새가 브랜드 값을 못한다는 이유였다.

PC용 스피커 제조업체에서 만든 20~30만 원대 스피커 세트나 삼성, LG의 50만 원대 전후 일체형 제품도 일단 추천에서 배제했다. 제품 양산에만 주력하다 보니 가격은 저렴하지만 제품 교체 주기라 빨라 사용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런 제품들은 유명 오디오 브랜드와 달리 중고로 내놔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고 한다.

차선으로 '올인원' 제품인 '사운드바'나 새틀라이트형 스피커를 권했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설치나 이동이 간편하다는 점이다. 톨보이형은 본체가 큰 만큼 훨씬 깊이 있는 소리를 전달하지만 프런트 스피커 1개 무게만 20kg을 넘나들기 때문에 이동이 쉽지 않다. 스피커 5개를 모두 합하면 거의 대용량 냉장고와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사운드바는 TV 아래에 배치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고 설치도 간편하다. 새틀라이트형 역시 서브우퍼나 센터를 빼면 개별 스피커는 어른이 한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아 벽에 매달 수도 있다.

고민 끝에 서브우퍼가 포함된 새틀라이트형 5.1채널 스피커를 선택했다. 영국 오디오 전문 브랜드였지만 가격대는 35만 원대로 보급형 톨보이 스피커 세트의 절반 수준이었다. 사운드바 역시 가격은 비슷했지만 대부분 2.1채널인 데다 거실처럼 개방된 공간에선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AV 리시버 가격도 최하 30만 원대여서 애초 목표했던 예산은 훌쩍 넘겼다. 하지만 웬만한 입문형 스피커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시장 현실에서 65만 원은 큰 출혈은 아니었다.

아파트에선 값비싼 홈시어터도 '그림에 떡'

서브우퍼가 포함된 홈시어터용 5.1채널 새틀라이트(위성)형 스피커 세트(왼쪽)와 스피커 배선에 필요한 케이블(오른쪽)
 서브우퍼가 포함된 홈시어터용 5.1채널 새틀라이트(위성)형 스피커 세트(왼쪽)와 스피커 배선에 필요한 케이블(오른쪽)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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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걸림돌은 홈시어터 설치였다. 복잡한 케이블 작업 탓에 전문기사가 설치해도 꼬박 2시간 정도 걸리고, 초보자는 보통 4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고가 제품은 무료로 설치해주기도 하지만 저가 제품은 출장비만 10~15만 원 정도라고 해 자가 설치에 도전했다. 리시버, 스피커 세트 박스에는 30m짜리 케이블이 딸려 있었다.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스피커 크기가 작다고 케이블 연결 작업까지 간단한 건 아니었다. 요즘 무선인터넷 공유기를 활용한 네트워크 스피커도 등장하고 있지만 오디오 전문 업체들은 여전히 유선을 선호했다. TV와 리시버 연결은 둘째고 우선 리시버에서 각 스피커까지 케이블을 일일이 잘라 이어야 했다.

다행히 아파트 거실 앞뒤로 스피커 단자가 따로 설치돼 있어 거실을 가로지를 필요는 없었지만 작업은 오히려 복잡했다. 배선 작업이 낯설지 않은데도 스피커 위치를 감안해 케이블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리시버에 정확히 연결하는 데만 2시간은 족히 걸려 위성 스피커를 벽에 고정시키는 작업은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드디어 청음할 순간이다. '돌비디지털 5.1채널'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DVD를 틀었다. 낮에 음량을 어느 정도 높여 들으니 TV 스피커로 들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입체 음향에 빠질 수 있었다. 특히 가슴을 쿵쿵 울리는 서브우퍼의 저음 효과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 서브우퍼 때문에 음량을 마음 놓고 키울 수도 없었다. 우퍼의 강한 진동이 아랫집뿐 아니라 옆집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많은 AV 애호가들이 비싼 돈을 들여 장만한 홈시어터를 방치하다 결국 중고로 값싸게 처분하는 결정적 이유였다. 이 때문에 우퍼 아래에 방진 장치를 달고 좀 더 여유가 있는 사람은 방음 장치가 된 전용 룸을 만들기도 한다. 이래저래 돈 많이 들고 이웃과 가족에 민폐까지 끼치는 '악취미'인 셈이다. 그래도 아이들 키우느라 극장 한번 가기 어려운 요즘 젊은 부모들에겐 이만한 유혹이 없다.

<맘마미아> 노래에 맞춰 아이들과 덩실덩실 춤추는 모습에 기분이 좀 풀렸을까? 한사코 반대하던 아내도 마지못해 현실(?)을 받아들이는 눈치다. 

"오늘 분리수거인데 저 박스들 갖다 버려야지!"


태그:#홈시어터, #AV,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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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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