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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교 로스쿨의 시게오 미야가와 교수가 (우측에서 두번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최철 교수(중앙)로부터 질의를 받고 있다.
▲ 5월 3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국제학술회의 와세다 대학교 로스쿨의 시게오 미야가와 교수가 (우측에서 두번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최철 교수(중앙)로부터 질의를 받고 있다.
ⓒ 신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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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과 오늘(3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는 '변화하는 법률시장에 대응한법학교육의 정상화(Reforming Legal Education in the Globalized Legal Market)'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독일·일본·중국·한국의 법률 교육 제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로스쿨의 시게오 미야가와 (Shigeo Miyagawa)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예비고사제도의 문제점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은 로스쿨을 졸업하거나 예비고사를 통과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2004년 처음 도입된 일본 로스쿨의 경우 도입 당시 변호사시험을 통하여 매해 3000여 명 합격시킴으로써 시골에 거주하는 국민들도 충분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도입 이후 법률시장의 무한 경쟁에 위기를 느낀 기존 변호사들의 반발로 인하여 매해 2000여 명만 선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야가와 교수에 따르면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된 2007년 이후 2011년까지 일본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꾸준히 떨어졌고(2012년에 소폭 증가) 이것은 로스쿨 지원자 숫자 감소와 함께 우수 인재들의 로스쿨 지원 기피 현상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미야가와 교수는 "낮은 합격률이 오히려 우수인재들을 기피하게 하여 변호사의 질적 저하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 사법부 자료를 바탕으로 한 5월 3일 치 <요미우리> 신문 기사('Number of pre-bar examapplicants hits record')에 따르면 일본의 예비고사는 최초 도입된 2011년 이후 지원자가 꾸준히 늘어 2013년에 역대 최고치인 1만1255명을기록한 반면, 전국 74개 로스쿨 입학생은 4261명을 수용할 수 있음에도 3000여 명만이 입학할 예정이다.

미야가와 교수는 "낮은 합격률은 로스쿨 교육 역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로서갖춰야 할 실무(clinical) 교육을 늘여야 함에도 낮은 합격률 때문에 이것이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제약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는 데에는 로스쿨 보다 예비고사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로스쿨 학생들이 로스쿨을 그만두고 예비고사에 응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변호사시험의 낮은 합격률로 로스쿨 교육은 제한되고, 우수인재들이 기피하며 이탈자까지 발생,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던 도입 취지가 형해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야가와 교수는 "이로 인해 시골에 거주하는 많은 일본 국민들이 여전히 법률 자문이 필요해도 이를 의뢰할 곳이 없어 기본적인 법률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야가와 교수는 발표 뒤 인터뷰 자리에서 "예비고사는 2011년 도입 당시 취약 계층과 실무 경력이 인정되는 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는데 이것이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예비고사를 폐지하는 것이 이상적(ideal)이지만 이것이 어렵기 때문에취약계층과 실무경력이 인정되는 자에 한한다는 도입 취지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보다 5년 일찍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의 이러한 현상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제2회 변호사시험은 제1회 보다 약 12% 낮아졌고, 법무부의 관리위원회가 내놓은 현재 계획대로라면 3회는 약 65%, 4회 57%로 떨어져 5회부터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다(관련 기사 : '고시낭인'대물림... 합격률 저하로 '로스쿨'에 위기 오나).

또한 대한변호사협회와 박영선 국회법사위원장이 주장하는 바대로 예비시험을 도입할 경우 취약계층을 위한 통로보다는 로스쿨 재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한 우회로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 또한 예비고사 준비를 위한 사교육 역시 증가해 사실상 사법시험의 병폐를 재현할 것이라는 로스쿨의 주장도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로스쿨 제도는 놀랍도록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돼 현재는 그 해결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안들을 우리는 직접 목격하고도 피해하기는커녕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꼴이다. 로스쿨 제도를 통한 '양질의 법무서비스를 국민 모두에게 제공'하려던 도입 취지를 위해 법무부의 '입학정원 대비' 변호사시험 합격률 안과 대한변호사협회의 예비고사 도입 주장에 대한 재고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태그:#변호사시험 합격률, #일본 변호사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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