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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4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첫 번째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편집자말]
매일 30분 씩 하는 건강다지기 시간
 매일 30분 씩 하는 건강다지기 시간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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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을 일부러 찾아갔다. 취재가 목적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그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여서 교육문제를 질문하니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굴운리에 사는 강태원씨, 민정(11살)이 아빠이다. 민정이는 구송초등학교 4학년이다. 강씨는 아침마다 등교하는 딸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 친구들하고 싸우지 마"라고 습관적으로 말한다. 그때마다 딸 민정이는 아빠가 괜한 걱정을 한다는 듯이 "걱정 마세요" 하며 성큼 성큼 멀어져간다. 2km쯤 떨어져 있는 학교를 민정이는 늘 걸어서 다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씨는 차를 태워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민정이는 일년 내내 논밭 길을 아침저녁으로 걸어 다닌다. 학교 통학버스가 있지만 아빠가 걸어 다니라고 해서 2학년 때부터 줄곧 그랬다고 말했다. 강태원씨는 왜 딸에게 도보 통학을 권했을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십리 길도 아닌데 걸어 다녀야죠. 차타고 학교 다니면 재미가 없잖아요. 운동되고 좋잖아요. 나도 걸어 다녔던 길이고요. 시골 길 걸어 다니면서 보고, 생각하는 게 나중에 커서 다 써먹는 거라고요. 감성 교육은 따로 시켜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강태원씨 대답은 농사꾼답게 시원시원했다. 그래서 또 물어봤다. 아이가 학생 수도 별로 없는 시골학교에 다니는 게 마음에 걸리지 않느냐고.

"학생 수가 적어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들 하는데, 별로 신경 안 써요. 자기가 하기 나름이잖아요."

민정이가 다니는 구송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4명이다. 3학년만 8명이고, 한 학년에 5명 내지 6명이 공부한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송정리에 있다. 그렇다고 산골 오지에 있는 학교도 아니다. 읍내에서 차로 10분 만 가면 있는 학교다.

귀농한 학부모가 학교에 만족하는 이유  


구송초등학교는 강원도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모델학교다. 배움이 즐거운 '구송 HAPPY(해피)교육'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체험을 통해 배우는 즐거운 교육을 하고 있다.

교실 밖 수업으로 작은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며 자연공부를 하고, 인근 지역의 동물 농장이나 체험마을을 찾아다니며 세상을 경험한다. 하루 20분은 독서 시간으로, 하루 30분은 건강다지기 시간으로 정해 진행하고, 특성화교육으로 '꿈 자람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1인 3기 특성화 감성교육과 1인 1악기·1운동·1나눔으로 전인교육과 특기신장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전교생이 매일 영어 체험장에서 원어민 선생과 생활중심의 방과 후 영어교육을 받고 있다.

2011년에 김인숙 교장선생이 부임한 후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교장선생님이 학부모와 말하는 것을 참 좋아하시고, 함께 이야기하는게 편해요"
"아이들을 배려하는 학교 운영이 정말 좋아요."
"주입식 문제풀이 대비 교육이 아니라, 독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정말 좋아요."

학부모 몇 분에게 전화를 걸어 구송초등학교가 좋은 점을 말해달라고 하니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서울에 살다가 귀농해 정착한 학부모회장 이미란씨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귀농하면서 아이 교육 때문에 정말 많이 망설였는데, 귀농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아이가 6학년인데,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요. 따로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여서 아이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고요. 학교에서 독서와 글쓰기는 물론 다양한 예체능 과목을 방과 후 수업으로 지도해주니까 정말 좋습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한 교육도 그렇지만, 학부모를 상대로 하는 학교교육 설명회와 수업참관을 통해서 선생님과 소통해서 더 좋고요."

아침 수업 시간 전 '북카페'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학생들
 아침 수업 시간 전 '북카페'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학생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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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0명이 안 되는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기준으로 하면 강원도에는 없어져야 할 학교가 2012년 5월 기준으로 198개교에 달한다. 지역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학교는 과연 없어져야 할 대상일까? 전교생 34명인 구송초등학교를 지난 29일 찾았다.

전날 밤새 비가 온 뒤여서 학교 운동장은 젖어 있었다. 아침 등교(기자가 찾아간 시간은 8시50분이었음)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참 조용했다. 며칠 전 취재 요청을 해둔 터라, 교장실로 찾아갔다. 김인숙 교장 선생은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겨줬다.

- 아이들이 보이지 않네요?
"아, 지금 북 카페(도서관)에서 독서 수업을 하고 있는 시간이라서요."

- 아직 등교 시간 전, 아닌가요?"
"네, 저희 학교는 아침마다 20분씩 독서교육 시간을 정해놓고,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북 카페로 갔다. 학생과 선생님이 섞여 책을 읽고 있었다. 저학년 학생에게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들렸다. 각자 옆에 따뜻한 음료를 담아 마시면서 책을 읽는 학생을 보니 기자도 아이(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생)를 키우는 부모로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도서관에는 수 천 권의 책이 장르별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책을 찾아다니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아이들의 시선이 몰렸다. 미안했다. 한 아이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물어봤다.

- 무슨 책 읽어요?
"동물보감이에요."
- 재밌어요?"
"네."

"시골학교는 지역의 미래를 양성하는 중요한 교육기관"

김인숙 교장(오른쪽)선생은 수시로 찾아오는 학부모와 항상 편하게 대화한다
 김인숙 교장(오른쪽)선생은 수시로 찾아오는 학부모와 항상 편하게 대화한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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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인숙 교장선생과 마주 앉았다. 강원도 교육에 관하여 이런저런 내용을 질문했다. 그리고 작은 학교의 희망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작은 학교에서 희망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구송초등학교는 창의·인성·체험 교육으로 배움이 즐거운 구송 해피교육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꿈을 키우는 행복한 아이가 소중하듯이 학생 수 감소로 아이들 소리가 사라지는 농촌의 문제는 학교에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사라지는 작은 학교가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소외받는 학생이 없어야 합니다. 비록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이지만 큰 꿈을 키우는 희망학교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김인숙 교장의 답변은 명쾌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2교시 수업 중이었다. 교장선생의 양해를 받고 수업하는 교실로 찾아갔다. 교실에서 수업하는 아이들 얼굴이 즐거워 보였다.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구송초등학교는 1946년에 개교하여 2013년에 제62회 졸업식을 거행했다. 현재까지 261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30년 전만 해도 한 학년에 백여 명이 넘었다. 그런데 20여 년 전부터 해마다 10명 이내의 졸업생과 졸업식을 하고 있는 학교가 되었다.

이 학교 17회 졸업생이고, 현재 구송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인 신도현(홍천군청 기획감사실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 운영에 관하여 질문했다. 적은 학생 수로 인한 통폐합 문제가 아직 해결되거나 결정된 것이 없는데, 의견을 말해달라는 질문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어른들이 신중해야 합니다. 멀리보고 문제를 파악하여 해결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요. 지금 시골의 초등학교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을 초등학교의 문제로만 보니까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고요. 학생 수가 적은 중학교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초등학교 문제도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 중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이 읍내로 나가게 되고,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아예 읍내로 나가는 부모가 많거든요. 학생들의 등하교 시 교통편이 너무 불편한데, 중학교는 통학버스 한 대 운행하지 못하니까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입니다."

신도현 학교운영위원장은 작은 학교 문제를 멀리보고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었다. 결국 아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는데, 시골  면소재지의 적은 수의 학생이 다니는 중학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초등학교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구송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 된 높은 꿈자리표에는 아이들의 꿈이 씌여져 있었다
 구송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 된 높은 꿈자리표에는 아이들의 꿈이 씌여져 있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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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 마을에도 봄이 왔다. 여기저기에서 파릇한 새싹이 돋는다. 연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산과 들녘을 보노라면 겨우내 게으름 피우던 농부들도 부지런해진다. 우리네는 그런 봄이 있어 긴 겨울을 이겨낸다. 희망을 말하고, 꿈을 키워간다. 그래서 봄은 어린이의 계절이다. 어린이날이 있어서가 아니라, 새싹이 돋아나기 때문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새싹은 잘 보살펴야 한다. 애지중지 아껴야 한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말만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 푸르게 자란다. 그래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좋은 학교가 필요하고, 좋은 선생님이 필요하다.


태그:#작은학교, #행복한학교, #작은학교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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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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