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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일상생활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밀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해진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능동적으로 실현해가는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성공 사례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로 광주 광산구의 도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더불어 樂'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는 광산노인복지관(운남권, 관장 강위원). 새로 단 이 간판을 시작으로 광산노인복지관의 도전과 혁신은 시작됐다. 새로운 복지모델을 제시하면서 '더불어 락'의 새로운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樂'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는 광산노인복지관(운남권, 관장 강위원). 새로 단 이 간판을 시작으로 광산노인복지관의 도전과 혁신은 시작됐다. 새로운 복지모델을 제시하면서 '더불어 락'의 새로운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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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노인복지관이 취미생활이나 교육하는 곳으로 알았지 나이 든 우리가 직접 카페를 하고 도서관을 만들어 일하는 곳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복지관이 뭘 해주기만 바랐다. 지금은 모두 스스로 힘을 보태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무기력하게 살았던 은아영(63)씨. 은씨의 일상에 변화를 준 것은 다름 아닌 노인복지관이다. 노인복지관이 변했기에 은씨가 변했다. 은씨는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으면서 고립됐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우울한 생활을 했다"면서 "우리가 만든 카페에서 일하면서 마음도 열리고 안정제도 끊게 됐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은씨가 일하는 곳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운남동 소재 광산노인복지관(운남권·관장 강위원) 1층 카페. 몇 해 전만 해도 다른 복지관과 크게 다를 것 없던 광산노인복지관은 새로운 복지모델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간판 '더불어 樂'이 가져온 변화... 북카페·협동조합 만든 노인들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만들어 낸 작은도서관과 카페. 이 곳이 광산노인복지관 1층 '더불어 락 카페'다. 은아영(사진 오른쪽 위)씨는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새로운 삶을 산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만들어 낸 작은도서관과 카페. 이 곳이 광산노인복지관 1층 '더불어 락 카페'다. 은아영(사진 오른쪽 위)씨는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새로운 삶을 산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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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노인복지관에 들어서면 '더불어 樂(락)'이라는 간판이 시선을 잡아끈다. '광산노인복지관'이란 공식 명함이 눈에 띄지 않는 탓에 복지관이 아닌 민간단체의 공간으로 착각할 정도다. 다소 어색하기도 했던 '더불어 락'은 이제 복지관을 대신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지난 2011년 2월 현 강위원 관장이 취임하면서 '광산노인복지관' 간판을 떼고, '더불어 락' 간판을 새로 걸었다. 이 간판에는 이용자와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를 통해 지역복지공동체를 만들고, 더불어 즐거운 삶을 영위하자는 복지관 운영철학이 녹아있다.

복지관의 변화는 '더불어 락' 간판에서 시작됐다. 은씨가 일하고 있는 '더불어 락 카페'와 작은도서관 건립은 유례가 없던 방식으로 추진돼 많은 화제를 낳았다. 참여를 통한 복지공동체 실현을 위한 복지관 운영철학에 노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서 우리가 카페를 만들어보자"고 나선 것이다. 노인 263명이 '운남골 작은도서관 건립위원회'를 만들었고, 400여 명이 손수 4900여만 원을 모으고 일일호프도 열었다.

턱없이 부족했던 공사비는 건축·설비·전기공사·감독 등 경험이 있는 이들의 재능기부로 해결했다. 이 과정에 지역주민과 단체들도 적극 나섰다. 노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역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일궈낸 성과다. 복지관은 공간과 행정 지원만 제공했을 뿐이다. '더불어 락 카페', 작은도서관 건립 과정이 주목받는 이유다.

북카페를 건립하면서 노인들 스스로 단순한 '복지 소비자(수혜자)'가 아닌 지역복지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주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북카페의 경험과 성공은 '참여와 지역에 기반한 마을복지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마중물이 됐다. 이후 노인들은 자원봉사단, 독서모임 등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했고 노인일자리 참여자 70여 명은 급여를 쪼개 손자들 이름으로 아프리카 아동들을 돕기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시설 '공유'로 풀뿌리모임 거점 된 복지관...복지공동체 선순환 계기 마련

광산노인복지관 노인들은 '더불어 락 카페', '더불어 락 두부마을', '더불어 락 밥상마실' 이라는 마을기업을 직접 만들고, 이들 3개 가게를 합쳐 '더불어 락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두부마을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 임태조, 박영순씨 모습.
 광산노인복지관 노인들은 '더불어 락 카페', '더불어 락 두부마을', '더불어 락 밥상마실' 이라는 마을기업을 직접 만들고, 이들 3개 가게를 합쳐 '더불어 락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두부마을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 임태조, 박영순씨 모습.
ⓒ 광산노인복지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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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십시일반의 힘은 공동출자한 마을기업을 설립게 했다. '더불어 락 카페(공정무역카페)', '더불어 락 밥상마실(팥죽 가게)', '더불어 락 두부마을(두부가게)'가 그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20여 명이 '더불어 락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3개 가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협동조합은 개정 법 시행령 발효 이후 광주·전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설립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일의(70·운남동)씨는 "전에는 복지관에서 건강 챙기고, 취미 생활하는 곳으로 틀에 박힌  운영을 했는데 우리가 활동할 수 있게 교육도 하고 정보도 주고 하니까 스스로 일을 찾게 됐다"며 "젊은 주민과 만나서 대화도 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일도 하니까 모두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 매니저를 겸하고 있는 박미선(70) 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서관 건립하는데 처음에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많은 분이 함께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복지관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 등이 바뀌면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카페에선 마을학교, 어르신 리더십 강좌, 어르신 글짓기 교실, 작은 콘서트, 공정무역 토크, 어른신과 학부모독서회 모임, 지역주민 작품 전시회, 영화 상영, 어린이 인문학 학당 등 다양한 세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복지관은 '반신반의'했던 노인들과 지역주민이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노인들만 이용하던 복지관을 지역주민과 아이들도 이용하는 마을 사랑방으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도모하는 공간이 됐다.

이는 복지관 운영 방침을 개선하면서 가능했다. '노인 전용' 공간, '평일 일과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던 복지관을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야간과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여기에 마을학교,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면서 '더불어 락 카페'를 찾는 젊은 주부와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어느새 이곳은 지역의 명소가 됐다.

"더불어 행복한 지역사회 만들자" 대동회 조직..."이제 우리가 들러리"

광산노인복지관은 야간과 주말에 시설을 개방하면서, 노인들만 이용하던 복지관 시설을 지역주민들이 모여 마을공동체 발전과 복지공동체를 실현해 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토요일 청소년 프로그램인 '내.또,락' 탁구교실 모습. 야간과 주말 프로그램에 노인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광산노인복지관은 야간과 주말에 시설을 개방하면서, 노인들만 이용하던 복지관 시설을 지역주민들이 모여 마을공동체 발전과 복지공동체를 실현해 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토요일 청소년 프로그램인 '내.또,락' 탁구교실 모습. 야간과 주말 프로그램에 노인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광산노인복지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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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개방을 계기로 복지관 프로그램과 연을 맺은 주민과 아이들 중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노인들은 주말 복지관이 운영하는 청소년 프로그램 강사로 재능기부를 하면서 지역주민과 교류하고 있다. 지난 4월 '장애인의 날' 장애학부모들을 만난 간담회에서 어려움을 전해들은 노인들은 "장애 아이들의 나들이와 일대일 교육에 우리가 함께하겠다"고 선뜻 나서기도 했다.

이렇듯 복지관 이용 노인들이 마을공동체 일원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복지관을 이용하는 지역주민과 풀뿌리 모임은 다시 복지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복지공동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과정은 또 하나의 혁신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북카페와 협동조합 설립까지 새로운 도전을 해 온 복지관 회원 노인들은 지난 2월 정월 대보름 한마당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나섰다.

- 항상 우리들의 인사법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 행복합니다"를 습관화한다.
- 좋은 일은 서로 널리 널리 알리고 이를 권한다.
- 회원은 물론 지역사회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마음과 지혜를 다 해 적극 돕는다. (대동회 자치규약 일부 발췌)

지난 2월 20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대동회가 기획 진행한 '1회 더불어 락 한마당' 모습. 복지관 이용 회원들은 이날 대동회 결성을 공식화하고 자치규약을 발표했다.
 지난 2월 20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대동회가 기획 진행한 '1회 더불어 락 한마당' 모습. 복지관 이용 회원들은 이날 대동회 결성을 공식화하고 자치규약을 발표했다.
ⓒ 광산노인복지관(박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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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락 대동회' 결성이 그것이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회원들은 대동회 자치규약을 통해 "우리의 경험과 지혜를 마음껏 살려서 지역사회를 맑고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에 기쁘게 기여하자"고 뜻을 모았다. 대동회는 자주·자립성을 기반으로 회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복지공동체를 만드는데 더욱 더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20일 복지관 앞마당에서 수 백여 명에 이르는 지역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회 정월 대보름 더불어 락 한마당'은 대동회가 모든 것을 진행한 행사였다. 한마당에 소요된 경비를 손수 모으고, 행사를 기획하고 민속놀이 진행까지 모든 것을 대동회 회원들이 도맡아 성공적으로 치렀다.

김광란 지역복지팀장은 "이제 복지관 직원들이 들러리가 되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 팀장은 "복지관 직원들은 어르신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돕는 행정적 지원자이고 서포터로서 역할을 하면 된다"며 "우리 복지관이 별난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공동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과 문화가 바뀐 것이고 어르신들에게 그런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복지는 마을공동체의 꽃... 대동회, 복지관의 궁극적 목표"

광산노인복지관의 변화는 복지관 운영 철학이 담긴 간판 '더불어 락'과 함께 강위원(사진 오른쪽) 관장이 제안한 인사법에서 시작됐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 행복합니다". 이 인사법은 직원과 노인들 사이의 마음을 열게 하는 놀라운 변화를 이끌었다. 사진은 지난해 복지관 주최 '광산복지학당' 강좌에서 하종강씨와 강 관장이 인사를 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
 광산노인복지관의 변화는 복지관 운영 철학이 담긴 간판 '더불어 락'과 함께 강위원(사진 오른쪽) 관장이 제안한 인사법에서 시작됐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 행복합니다". 이 인사법은 직원과 노인들 사이의 마음을 열게 하는 놀라운 변화를 이끌었다. 사진은 지난해 복지관 주최 '광산복지학당' 강좌에서 하종강씨와 강 관장이 인사를 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
ⓒ 광산노인복지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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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락'은 대동회 활동을 통해 복지관을 이용자들이 자주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광산노인복지관의 혁신을 주도해 온 강위원 관장은 "대동회는 복지관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한다. 그는 "복지관이 빛나는 복지가 아니라 어르신과 주민 그리고 마을이 빛나는 복지를 이루는 활동과 실천이 당연하고 대동회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며 "지역공동체 중심의 복지모델, 마을복지공동체를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바랐다.

특히 그는 "노인복지와 지역사회가 적극 소통함으로써 복지관 건물 안에 갇힌 복지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상생 발전해가는 '사람중심 공동체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부분에서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며 "복지는 마을공동체의 꽃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노인복지를 매개로 참여와 연대를 통한 마을복지공동체 실현을 위한 광산노인복지관, '더불어 락'의 도전과 혁신 사례를 배우려는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복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도서관건립추진위 대표를 맡았던 임인택(70)씨는 "우리가 만든 북카페에 아이들 손잡고 오는 주민이 많아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며 "다른 기관에서 견학도 오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복지관과 우리가 꼭 '노인복지'라는 경계를 두지 말고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을 더 넓혀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을 작은도서관(북카페)에서 협동조합 설립, 복지관의 마을공동체 거점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든 광산노인복지관과 노인들은 '대동회와 복지관의 자주적 관리 모델'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들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한편, '더불어 락'과는 궤를 같이하는 광산구(구청장 민형배)의 복지 사업 역시 새로운 복지모델 제시로 평가받고 있다. 광산구의 '투게더 광산'이 그것이다. 나눔문화공동체인 '투게더 광산'은 민관 복지연대 기구로 관치복지에서 벗어나 마을과 지역이 복지의 주체로 나서는 복지공동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광산노인복지관 1층 '더불어 락 카페' 입구. 입구 위 펼침막에 적힌 글귀는 광산노인복지관의 노인복지 철학이 담겨있다. '마을에서 어른신 한 분을 잃는 것은, 큰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이다.
 광산노인복지관 1층 '더불어 락 카페' 입구. 입구 위 펼침막에 적힌 글귀는 광산노인복지관의 노인복지 철학이 담겨있다. '마을에서 어른신 한 분을 잃는 것은, 큰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이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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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산노인복지관, #더불어 락, #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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