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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소개팅에 나온 상대방이 '고양이'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포털에서 '고양이'를 검색한다. 그러나 블로그·카페·누리집으로 분류된 수많은 정보 앞에서 상대방을 매료시킬 단 하나의 콘텐츠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핀터레스트(Pinterest)'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필요 없다. 'Cats'를 검색하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머 가득한 고양이부터 당장에라도 주머니 속에 넣고 싶은 귀여운 고양이 이미지가 가득하다. 영화 <슈렉>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고양이 사진을 들이밀자 상대방에게서 호감의 신호가 보인다.

핀터레스트에서 'cats'를 검색하면 다양한 고양이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핀터레스트에서 'cats'를 검색하면 다양한 고양이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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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 '정보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 중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흐름 가운데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정보만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Social Curation Service)'가 그 주인공.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란 개인에게 필요하고 검증된 콘텐츠를 골라 볼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말한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는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 SNS와 차별화된다. 그러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사용자를 '팔로잉'하는 등 기존 SNS의 속성은 유지하고 있다. SNS의 1세대 아이러브스쿨·싸이월드가 사람의 관계 중심으로 이뤄지고 2세대 페이스북·트위터가 이용자끼리 관심과 네트워크를 공유했다면 3세대인 소셜 큐레이션은 '관심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만약 내가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자동차 튜닝' '나만의 드림 카' 등 자동차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이용자와 관련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시각의 즐거움에서 탄생한 '소셜 큐레이션' 

한국의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빙글(Vingle)'의 메인 웹 페이지.
 한국의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빙글(Vingle)'의 메인 웹 페이지.
ⓒ 빙글(V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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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의 원조는 미국의 '핀터레스트'다. 핀터레스트는 '핀(pin)과 '흥미(interest)의 합성어로 주부들이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여 놓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지난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핀터레스트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한 이미지를 냉장고에 메모지를 꽂아놓는 것처럼 '핀(pin)'해 관심사와 관련한 콘텐츠를 간단히 수집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핀터레스트의 방문자수는 2011년 11월 1942만 명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억441만 명(중복 방문 포함)을 기록했다. 이로써 핀터레스트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SNS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국내에도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가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CJ E&M의 '인터레스트 미(Interest.me)'를 들 수 있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레스트 미'는 4개월 만에 월간 순방문자 수 894만 명, 페이지뷰 7911만 명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레스트 미에서는 특정 사용자를 '팔로잉'하면 팔로잉 사용자의 콘텐츠만 모아서 볼 수 있다. 한국인 벤처기업가 호창성·문지원 부부가 2011년 11월 세계 시장을 겨냥해 시작한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빙글(Vingle)'도 웹으로 접속하는 월 순 방문자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며 성장하고 있다. 빙글을 만든 호창성·문지원 부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좋아하는 것에 대해 나누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빙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빙글에서는 관심사와 관련한 콘텐츠를 담은 카드를 만들거나 수집해 자신만의 스크랩북인 콜렉션을 만들 수 있다.

나만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인터레스트.미(Interest.me)의 메인 웹 페이지
 인터레스트.미(Interest.me)의 메인 웹 페이지
ⓒ 인터레스트.미(Interest.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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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의 장점은 '나만을 위한 맞춤형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국내 연예·스포츠·여행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글·그림·동영상 등이 게시되고 이용자는 관심 있는 정보만 선택해 받아 볼 수 있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불필요한 정보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했던 기존 SNS의 불편함을 해소한 것이다.

핀터레스트의 경우 자체적으로 선물·조경·역사 등 세분화된 카테고리 분류해 제공하며 빙글은 책 인테리어·치앙마이 통신·500일의 섬머 등 사용자들이 만든 콜렉션을 통해 더욱 세분화된 분류에 접근할 수 있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빙글을 이용하는 대학생 김은총(28)씨는 "내 입맛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원하지 않는 정보는 걸러서 볼 수 있어 좋다"며 "다른 누리집에 이용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빙글에서는 '콜렉션'을 통해 자신만의 스크랩북을 만들 수 있다.
 빙글에서는 '콜렉션'을 통해 자신만의 스크랩북을 만들 수 있다.
ⓒ 빙글(V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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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네트워크 서비스와 달리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푸드·여성 패션·뷰티 등 각종 관심사를 세분화해 분류해 놓은 덕분에 특정 관심사와 관련한 깊이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쉽다. 사용자 대부분이 일반 사람들보다 자신만의 관심사에 관한 더 많은 지식을 있을 갖고 있어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박혜진(25)씨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만 찾아 볼 수 있고 생생한 이미지나 기발한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좁아지는 시야·간과되는 저작권 아쉬워

그러나 특정 분야에 치우치기 때문에 관심이 적은 다른 정보에 관해 둔감해진다는 것은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의 약점이다. 포털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는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트위터·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다양한 사람의 관심사와 다양한 의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사용자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분야에 관한 정보에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하지만 소셜 큐레이팅 서비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새로운 분야의 정보에 노출되는 기회가 줄어든다. 직장인 박영신(25)씨는 "트위터는 넓은 범위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소셜 큐레이팅 서비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니까 시야가 좁아지고 배타적이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핀터레스트의 'Art' 카테고리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이 있지만 저작권 침해의 위험이 있다.
 핀터레스트의 'Art' 카테고리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이 있지만 저작권 침해의 위험이 있다.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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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콘텐츠 창작자의 저작권이 보호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러스트나 예술 작품 등 강렬한 시각 자극을 유발하는 사진 업로드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하기도 하지만 다수 사용자에 의해 이미지가 공유되면서 저작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대학생 이고은(27)씨는 "콘텐츠를 쉽게 퍼가고 쉽게 리메이크 할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처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저작권 보호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최근 핀터레스트는 지난 3월 23일 저작권 약관을 변경했다.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려오면 해당 게시물을 차단하고 이미지의 사업적 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원작자의 저작권 보호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됐다. 외부에 있는 자료를 빙글에 업로드하고 싶을 때 'Vingle it'이라는 기능을 사용하면 콘텐츠의 출처가 자동으로 표기돼 빙글에 업로드된다. 빙글 내에서는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나의 콜렉션에 추가하는 'Clip' 기능이나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재구성할 수 있는 'Remake' 기능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최소화 한다.

관심사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빙글에서 사용자들이 '냉면'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버리는 모습.
 빙글에서 사용자들이 '냉면'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버리는 모습.
ⓒ 빙글(V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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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큐레이션 서비스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콘텐츠 업로드는 활발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콘텐츠에 관한 호감도를 나타내는 '좋아요(Like)'를 누르거나 수집하는 행위는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코멘트'를 통한 의견교환은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현재 핀터레스트 내 인기 있는 콘텐츠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Popular' 카테고리 대부분에는 코멘트가 없다. 매일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대학생 이상민(26)씨는 "페이스북은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관심사 기반은 사용자 대부분이 업로드 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만 보인다"며 "소셜 큐레이션을 통해 이용자 간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혜진씨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는 대중성보다는 마니아적 측면이 강하다"며 "다(多)대 다(多)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소(小)대 소(小)로, 작은 그룹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 한정적이지만 같은 관심사 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빙글의 문지원·호창성 대표는 "구독자 입장에서는 내가 정말 관심 있는 이야기들만 받아볼 수 있는 것과, 콘텐츠 작성자는 눈치 안 보고 해당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며 "자연적으로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빙글 맛집 분야의 '서울 왕 평양 냉면 1. 평양면옥 (논현점)'이라는 카드에서는 평양냉면 팬들간의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는 진화하고 있다. 신문을 골라 볼 수 있는 네이버의 '뉴스스탠드'를 비롯해 동영상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는 '젤리캠', 예술작품의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아트리스케이프' 등 보다 세분된 영역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추세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편리함과 재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핀터레스트, #빙글, #인터레스트미, #소셜큐레이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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