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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그리움으로 밀려오는 친구들이 그리워 달마산으로 행했다. 2013년 4월 12일, 날씨는 화창하게 보이지만 내면은 춥다. 인간들의 마음보와 어쩜 그렇게 같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달려간 해남 땅끝은 멀기만 했다.

이렇게 자일을 잡고 올라가고 내려가야 할 코스가 많았다.
▲ 가파른 돌길 이렇게 자일을 잡고 올라가고 내려가야 할 코스가 많았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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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리들을 위로해준 건 멋진 남도의 한정식과 오랫동안 쌓았던 우정들이다. 이렇게 멋진 우정을 쌓기를 십수 년, 그래서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산행이 기다려진다. 그렇게 기다린 우리들의 만남이지만 쉬이 밤은 오고, 짧은 이 밤을 아쉬워하며 다음 날을 맞았다.

멋지게 지고 있는 해의 낙조
▲ 해남 낙조 멋지게 지고 있는 해의 낙조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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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황토방은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풍광은 더 죽인다.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이런 곳은 아닐까? 강맑실 회장님 이하 집행부의 탁월한 선택 덕분이다.

우리가 오늘 출발할 미황사에 도착하니 차가운 바람에도 붉은 열정을 피워낸 동백이 우릴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 '한출회' 산악회에서는 A와 B코스로 나누어 등반을 하기로 했다. 미황사에서 불썬봉 정상을 거쳐 대밭삼거리로 가는 A코스는 고도는 낮지만 등반이 까다로워 조금 더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부도전을 거쳐 대밭삼거리로 가는 B코스를 만들었다.

나는 A코스로 출발을 했다. 미황사 오른쪽을 끼고 산길로 접어드니 고즈넉한 남도의 사철나무 숲이 우릴 반겨준다. 그런 길이 한참 이어지더니 드디어 가파른 너덜 길이 나타나면서 오르막이 심해진다. 그런데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설치된 자일들이 영 엉망이다. 자일을 매려면 제대로 매 놓아야 되는데 형식적으로 매달아 놓았다. 그리고 관리가 안 되어 두 가닥인 자일이 한 가닥은 끊어져 있는 곳도 있었다.

닮나산에 설치해 놓은 자일 중 한가닥이  끊어져 위험하다.
▲ 끊어진 자일 닮나산에 설치해 놓은 자일 중 한가닥이 끊어져 위험하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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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너덜 오르막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그리고 풍광이 동양화를 보는듯 아름다웠다. 다들 감탄의 환성들을 토해 낸다. 그 함성들은 달마봉과 돌탑에서 바라본 다도해와 미황사를 비롯한 주변 풍경 때문이다. 그런 기분으로 능선을 걸어갔다.

달마산 정상인 달마봉 돌탑에서...
▲ 달마봉 정상 달마산 정상인 달마봉 돌탑에서...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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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능선 길이 장난이 아니다. 바위가 거칠어 살짝만 넘어져도 중상 이상은 되는 바위에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했다. 그래서 강맑실 회장님이 B코스를 그렇게 강조를 했었구나. 여기도 코스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 곳은 바위들을 피하는 코스고 한 코스는 바위들을 타고 가는 리지 길이었다.

쉬운 리지 길은 등반을 하고 보기에도 어려운 코스는 일반 코스로 등반을 했다. 오늘 처음 오신 아리랑떡집 정 사장님이 이 코스를 만만히 보고 따라 왔다가 "떡 치는 기술과 등반의 기술이 엄청 다르다"고 하며 힘들어 한다.

바위로 이루어진 한폭의 산수화
▲ 달마산 정상 길 바위로 이루어진 한폭의 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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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바위를 지날 땐 설악산 비선대에 있는 장군봉을 연상시킨다. 또 계단 등산길은 도봉산에 있는 Y 계곡처럼 쭈~욱 내려갔다가 올라간다. 꼭 V 계곡처럼 말이다. 따가운 햇살에 반사된 햇빛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이 달라져 갈 때쯤 사자봉에 올라 우리가 걸어왔던 능선 길을 바라보며 묘한 분위기에 젖기도 했다.

등반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등반을 징이나 북에 비유하기도 한다. 북과 징은 세게 치면 칠수록 그 여운이 길게 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길들이 점점 좋아지면서 B팀의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들이 오늘 만나 점심을 먹기로 한 떡봉이 저만치 보인다. 그래도 이 길은 온갖 야생화와 진달래와 붉은 동백이 활짝 피어 힘든 우리들을 위해 그윽한 향기를 내뿜어 준다. 사바세계에서는 절대로 맛을 수 없는 천상의 향기를 말이다.

먼저 도착한 우리 '한출회'의 상징 김태진 왕회장님과 강회장, 송영석, 이정원 전 회장님, 배기순, 강인선, 윤양미, 정은숙, 고혜숙, 한성봉, 정해운, 김기중, 장준하 선생님 며느리 신 여사님, 김영철 부대장님과 사모님, 우리들의 마스코트인 문새하와 민 여사님 등이 우리들이 도착하면 환호성으로 맞아준다.

촬리, 김종길, 유희남 부회장님, 강형석 대장님, 김종윤, 문정구 사장님이 도착했다. 떡 치는 기술은 장인인데 등반은 어렵다는 정 사장님과 조강래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도착할 땐 아리랑을 부르며 그들을 열렬하게 환영해주었다

그리고 도솔암으로 우린 긴 줄을 형성하며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으로 걸었다. 산천을 유람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유독 신음 소리 요란하게 걷는 두 분이 말한다.

"우리가 너무 경솔한 평가를 했나."

B코스로 올라올 때 등반이 너무 쉬운 듯해 아쉬웠다고 한다. 다른 분들은 꽃과 햇살을 즐기며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나왔다는데 배기순 사장님은 오늘 아침 먹은 밥이 체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면서 유독 힘들어 한다. 덩달아 강인선 사장님까지 말이다. 드디어 도솔암! 어떻게 저런 곳에 암자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인간의 생각이 아닌 신이 점지해준 것이 저런 영험일까?

도솔봉에서 천년의 숲길로 내려 가기 전
▲ 도솔봉과 천년의 숲 길 도솔봉에서 천년의 숲길로 내려 가기 전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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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천년의 숲길을 걷는다. 숲이 울창해서 그런지 식생들이 왕성하다. 거기다 나무와 야생화에 조예가 깊은 강맑실 회장님이 숲 해설을 해주니 금상첨화다.

사람주나무라고 하는 나무는 줄기가 꼭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 그런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며 우린 다시 한 번 우리들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길들을 생각했으리라 확신한다. 그래서 산악회 총무를 하게 되면 몸무게도 빠지고 생각들도 많이 바뀐다. 우리 유정연 총무님도 임기가 끝나는 날 틀림없이 그리되리라 확신한다.

달마산을 배경으로 미황사
▲ 미황사 달마산을 배경으로 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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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는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사찰이며 신라 때 의조화상이 창건한 절이다. 창건 유래는 의조화상 꿈에 금인이 나타나 일만 불이 나타나는 곳이 달마산이라 그곳에 부처님을 모시라고 했다고 한다.

미황사란 이름은? 불상과 경전을 싣고 달마산으로 가던 중 소가 처음 쓰러진 곳에 통교사를 세웠고, 소가 죽은 곳에 미황사를 세웠다고 한다. 미는 소가 죽으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서 미라고 하고, 황은 의조화상이 꿈에 본 황금색을 따서 황이라고 했다고 한다.


태그:#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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