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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 초청으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기부(Smart Aid): 더 좋은 세상과 더 강한 한국을 위한 혁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국회 방문한 빌 게이츠 방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 초청으로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 기부(Smart Aid): 더 좋은 세상과 더 강한 한국을 위한 혁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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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아내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해 저개발국을 원조하고 있는 빌 게이츠는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스마트 기부'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빌 게이츠는 "이번 방한 목표는 한국의 관대한 원조에 감사하면서 에너지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면서 "4세대 원전 개발 관련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는 "한국의 3세대 원전에 비해 4세대 원전은 고장이 없어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으로 폐기물 부피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한국이 4세대 원전 돌파구를 마련할 리더십을 가진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안전성 높고 폐기물 줄어"... 4세대 원전 협력 모색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초청으로 지난 20일 방한한 빌 게이츠는 21일 서울대 강연에서도 차세대 원전 개발 문제를 언급했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경영진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원전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 게이츠는 지난 2008년 에너지 벤처기업인 '테라파워'를 만든 뒤 우라늄 폐기물을 활용해 최장 100년까지 연료 보급 없이 가동할 수 있는 '진행파 원자로(TWR)'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역시 냉각제로 물 대신 소듐 액체를 사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방사성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를 개발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21일 서울대에서 박근혜정부 인수위 과학기술분과 위원이었던 장순흥 KAIST 원자력및 양자공학과 교수와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사업단장 등을 만나 공동개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 방문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도와달라"... 미 국무부 로비 요청도

이날 강연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초청으로 갑자기 이뤄졌다. 강연에는 여야 국회의원 50여 명이 참석했고, 취재도 국회 출입기자로 제한했다.

빌 게이츠는 이날 강연에서 재단 활동을 소개하며 저개발국 원조 효율성을 높인 '스마트 기부'를 강조했다. 특히 저개발국 백신 보급을 통한 소아마비, 말라리아, HIV 퇴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공적 원조(ODA)를 통한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빌 게이츠는 "백신 보급에 30억 달러 정도 투자해 현재 690만 명 정도인 5세 미만 영아 사망률을 200만 명까지 줄이겠다"면서 "MS와 삼성 등 민간기업에서 혁신을 통해 상품을 내놓듯이 원조 부분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적재산권으로 돈을 많이 벌었는데 백신과 종자 관련 기업 지적재산권이 개발국 원조를 가로막는 요인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빌 게이츠는 "백신개발회사들이 로타 바이러스나 폐렴구균 백신처럼 많은 돈을 투자해 백신을 만들려면 지적재산권이 보호돼야 한다"면서 "선진국이나 중견국가들은 많은 로열티를 내고 사용하는 대신 빈곤한 나라에는 가격을 낮춰 공급하는 프로그램도 일부 제약사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이 재산 95%를 재단에 기부하게 된 배경을 묻자 자신만의 기부  철학을 얘기해 눈길을 끌었다.

빌 게이츠는 "운 좋게 많은 부를 쌓았다면 할 수 있는 일은 3가지"라면서 "스스로 돈을 다 쓰는 방법이 있는데 한계가 있고, 자녀에게 넘겨줘 1억 달러를 갖고 인생을 시작하게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오히려 자녀에게 해가 될 수 있다"면서 "남은 대안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인데 나와 아내는 75% 자원을 최빈국에 기부하고 25%를 미국 교육체계 개선에 활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빌 게이츠의 4세대 원전 개발 협력 제안에 한 의원은 "한국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폐연료 처리 문제인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는 실망스럽다"면서 "원자력 협정이 개정되지 않으면 4세대 원전 협력도 쉽지 않은 만큼 미 국무부에 강력히 건의해 이번 방미 때 성사되게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빌 게이츠는 "내가 미국 정부는 아니지만 바람직한 일들이 반드시 일어나고 원자력도 주어진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화답했고, 정몽준 의원 역시 "미국 정부에 좋은 친구가 있길 바란다"는 말로 거들었다.  

한미 정부는 최근 워싱턴에서 내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 시한이 2년 더 연장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핵 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핵 비확산 정책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빌 게이츠 '스마트 기부' 강연 이면에는 4세대 원전 개발 협력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라는 양쪽의 현실적 이해가 맞물려 있었던 셈이다.


태그:#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4세대 원전, #한미원자력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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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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