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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산콜센터 악성민원인 대책 전담반을 구성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2286건에 달했던 악성 민원전화가 전담반 구성 이후 월평균 1448건으로 감소했고, 올해 1~2월엔 평균 927건으로 감소했다. 그렇다면 실제 다산콜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상담원들이 느끼고 있는 악성민원은 감소가 됐을까?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악성민원의 사례와 서울시 대책에 대한 솔직한 평가, 그리고 400만원 벌금형 선고 이후 달라진 민원인들의 태도까지.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밝히는 현장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편집자말]
다산콜센터 화면 캡쳐.
 다산콜센터 화면 캡쳐.
ⓒ 다산콜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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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오전 9시 정각, 헤드셋을 쓰고 콜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

업무 시작과 함께 자리에 앉아 민원 대기버튼을 누른다. 어떤 콜이 들어올지 긴장된다. 장사 하는 사람들이 첫 개시를 잘 해야 일이 잘 풀리듯, 우리들도 첫 콜이 좋아야 하루 근무 를 잘 할 수 있다.

동료들과 만나면 우리의 첫 인사는 "오늘 하루도 민원 없는 하루~"이다. 항상 민원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분명, 민원을 받는 사람들인데 간혹 사람들은 우리를 욕 먹으려고 앉아있는 사람인 양 착각하는 것 같다.

나는 다산콜센터 상담원이다. 입사 후 3개월의 수습기간을 끝내고 약 20개월 째 서울시청 다산콜센터에서 교통상담을 하고 있다. 주로 버스 노선 문의, 교통불편신고, 불법 주정차 신고, 도로 파손 신고 등과 관련된 업무를 한다.

시민의 입장에서 접수...그런데 왜 반말하세요?

"정성을 다하는 120 다산콜센터 입니다"

민원인의 전화를 받았다. 민원인은 무척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택시 기사한테 욕을 먹었다며 택시 불편 신고를 하고 싶다고 했다. 택시 요금이 3000원 나왔는데 카드 결제를 한다고 했더니, 기사가 욕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배운 대로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접수 준비를 마쳤다. 택시 번호를 조회하고, 택시 불편신고 접수 창을 열었다. 택시번호를 조회해 보니, 개인택시기사였다. 여기서 내가 하는 업무는, 민원인의 교통불편신고를 받아 서울시청 교통불편조사팀에 접수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설명하고 덧붙여 사과에 대한 중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흥분상태에 있는 민원인은 좀처럼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민원인은 자기가 부르는 장소로 택시 기사를 나오라고 해서 사과하게 하란다. 사과 여부에 대한 이야기는 중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반말이 나온다. 상담원은 시키는대로 접수나 하란다. 접수가 안 되는 상황인데 접수를 하란다.

정~ 원하면 택시 기사한테 사과하라고 전달해주겠으나, 기사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니 이제는 욕을 한다. 소리지르면서 폭언과 욕설을 한다. 나는 민원인의 욕설에 너무 화가나 "상담원도 인권이 있다, 반말 하지 마시라, 욕설하지 마시라"고 했다.

다산콜센터는 상담원들에게 '악성전화 응대메뉴얼'을 제시한다. 민원인에게 3번까지 욕을 듣고 경고했음에도 욕설이 이어지면 끊으라고 지시한다. 나는 원칙에 따라 세 번 욕설에 대한 경고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를 한 민원인은 다른 상담원에게 내 소속 팀장과의 통화를 요구했다. 전화를 받은 직속 팀장은 민원인으로부터 '직원 교육이 잘못됐다'는 훈수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민원인 때문에 나도 화가 난다

나도 화가 난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지 말라는 민원인들에게 나도 화가 났다고 말하고 싶다. 메뉴얼 대로만 말한다면서 조롱하는 민원인들에게 사실은 그런 말만 하도록 모든 통화기록이 녹취돼 감시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주변 상담직원 동료들 대부분은 1년 여 퇴직금이 모아질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는 콜센터 업무를 하지 않겠다며 퇴사한다. 그들을 볼때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화가 나도 화내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고객을 감동 시키라는 'Customer Service'(일명 CS) 마인드 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휴게실에서 상담원들이 모여 기억에 남는 민원 얘기하면 끝이 없다. 악몽에 시달린다는 상담원들도 있다. 몇 년 전의 일인데도 잊혀지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시간 하는 심리상담치료로 치유가 될 수 있을까.

문제는 구조적인 데도 있다.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은 민간위탁업체(KTcs·엠피씨·효성ITX) 소속이다. 서울시로부터 간접고용된 상태다. 간접고용이므로 3자의 자리에서 대충 얼버무리고, 욕하면 업무 방해로 벌금 먹인다고 이야기해도 악성민원은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수박 겉핥기 대책만 내놓을 것인가. 직고용하면, 비용 절감되고, 우리도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서울시에 묻고 싶다.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을 공무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일 하지 않는 토요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잠을 청한다. 꿈속에서는 편안히 잠들 수 있기를, 오늘도 민원 없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조혜순씨는 다산콜센터 상담사입니다.



태그:#다산콜센터, #전화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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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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