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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만 3명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 과도한 업무 등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복지업무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반기에 1800명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충원해 전국 읍·면·동에 배치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단순한 인원 충원만으로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포구청 사회복지 공무원이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글을 싣습니다. 다른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5일 오전 10시 33분]

3개월 사이에 사회복지 공무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참으로 비통하고 가슴이 아프다. 특히 결혼을 앞둔 여성 사회복지 공무원의 자살은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무엇이 꽃다운 젊은이들이 죽음을 선택하도록 내몰았을까. 생각할수록 분노와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다.

인원 충원이 과연 정답일까

3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고(故) 이민재, 고(故) 강민경, 고(故) 안광남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사회복지사 근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회복지전달체계 재검토하라!" 3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고(故) 이민재, 고(故) 강민경, 고(故) 안광남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사회복지사 근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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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사회복지계에서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죽음을 과도한 업무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종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 및 해당 지자체에서 떨어지는 수백여가지의 복지업무가 주민센터로 집중되는, 흔히 '깔대기'라고 표현하는 병목현상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인력충원과 수당인상 등 여러 가지 처우개선 대책을 이야기 하고 있다.  상반기에 1800명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충원하고, 월 3만 원인 사회복지 공무원의 수당을 인상할 계획이란다. 고맙다. 그리고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이 처한 상황이 좀더 나아질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그러나 과연 인력충원이 되면 사회복지공무원이 처한 현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2007년 주민생활지원서비스체계로 전달체계가 개편되면서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변경됐다. 그러면서 동주민센터에는 복지업무를 전담하는 주민생활팀이 신설되고 구청에도 통합조사, 서비스연계팀 등이 신설됐다. 아울러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인원충원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후 더 많은 사회복지제도가 생겨났다.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보육료지원업무 증가, 긴급복지제도 등등 수많은 업무가 새로 생겨났다.

결국 동주민센터에 주민생활팀을 신설하고 인원을 충원했지만 취약계층 가정방문과 사례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상부기관에서는 가정방문과 사례관리 실적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각 주민센터에 있는 사회복지공무원 2-3명이 지역에 있는 몇 천명을 관리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회복지공무원 한 명이 담당하는 인원은 평균 1000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인원충원이 이루어지더라도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회복지공무원의 자살문제는 쉽게 해소되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일하는 현장은 어떤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처음 임용되면 동주민센터나 구청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한다. 이 새내기 공무원들은 기초훈련 없이 총 한자루 쥐어주고 전쟁터에 나가는 꼴이다. 죽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그저 용할 따름이다. 도움을 청하고자 찾아오는 사람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오히려 그 사람에게 도움을 달라하며 도망가고 싶은 심정일 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새내기 공무원에게 제대로 된 슈퍼비전(지도 혹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동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행정직이고 사회복지와 관련없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새내기 공무원에게 슈퍼비전을 줄 수도 없고 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주민센터에 20명 정도 공무원이 있다고 하면 대부분이 행정직이고 2-3명만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다. 사회복지업무를 하고 있는 선임공무원의 경우에도 자기코가 석자라 제대로 된 도움을 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생활팀장도 사회복지직이 아닌 대부분 행정직이기에 업무에 대한 슈퍼비전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새내기 사회복지공무원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무슨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지 불안해 하면서 일한다.

지난 3월 18일 목숨을 끊은 울산의 9급 남성 사회복지공무원은 37세라는 늦은 나이에 공무원이 됐지만 일을 시작한 지 두달만에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근무했던 주민센터에는 전체 8857세대에 2만60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이중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16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민센터에는 두 명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 1600여명을 포함해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의 주민복지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지난 2월 숨진 성남시 사회복지담당 9급 여성공무원은 2012년 4월부터 공무원 일을 시작했다. 그는 분당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만 0~5살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 대상자 2659명, 기초노령연금 신청 대상자 800명,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90명, 장애인 1020명 등의 업무를 혼자서 맡았다.

악성 민원인들의 표적이 되는 여성 사회복지공무원

또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악성 민원인들에게는 표적이 된다. 악성민원인들은 어리고 여성이면 더욱 수위를 높여 협박하거나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선임이나 팀장이 보호를 해주어야 하는데 또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간혹 어느 팀장은 자리를 피하거나 민원인이 가고 난후 민원인을 향해 '또라이 새끼'라며 욕하는게 전부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가장 결정적 어려움은 이런 상황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민간영역의 사회복지사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지지하는 과정에서 힐링이 되고 워크숍이나 연수를 통해 다시 힘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는 서로 지지를 받을 네트워크도 없고 교육도 직무교육이 전부다. 이 때문에 일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소진된 사회복지공무원들은 계속 소진된 상태로 일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쉽게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 개인의 역량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충격을 이겨내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심각한 문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고 인력충원만 이야기 한다면 장담컨대 결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원충원이 노량진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겠지만, 그들 역시 미래의 또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인원충원 문제와 아울러 사회복지사들이 신명나게 일하고 힘들 때 치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지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태그:#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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