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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친구 '두메풀'에게!
자네의 답장을 통해 한국의 조상들도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생태적으로 살아왔음을 알고 참 기뻤네.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 놀라웠지. 이번 편지도 자네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우리 인디언에 대해 쓰네.

인디언의 역사

먼저, 우리 수우 족 조상들은 세상이 창조된 이래로 수십 만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왔다네. 태초부터 들소를 사냥했고, 철따라 이동하며 천막을 세웠다네. 동부지역이 일찍부터 유럽인들의 식민지가 되어 버린 것에 반해 오대호 서쪽의 대평원은 1850년 무렵까지도 여전히 인디언들의 나라였지.

자네도 아는 지명들인 네브래스카('평지에 흐르는 물'이란 뜻), 캔자스('남풍이 부는 곳에 사는 사람들'), 미네소타('하늘 물감이 든 물') 등의 드넓은 지역이 다 수우 족 차지였지. 아메리카 대륙에는 2천 개가 넘는 독립된 인디언 부족이 살고 있었다네. 놀라울 정도의 다양성과 정통성, 풍부한 정신세계, 그리고 독특한 문화와 오랜 전통이 있었지. 기원전(인디언들은 콜럼버스가 나타나기 전 Before Columbus을 기원전 B.C라 부른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다네.

그러나 1492년 우리에게 크나큰 슬픔이 시작되었지. 콜럼버스 일행은 서쪽으로 항해하며 고생하다가 오늘날의 카리브 해의 한 섬에 우연히 '도착'해 그곳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었지. 그는 거기가 인도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람들을 인디언(인도사람)이라고 불렀다고 해. 그곳 원주민들은 오랜 전통대로 이방인들을 친절하게 대접했지. 그런데 그 일행과 스페인 정복자들은 사람을 붙잡아 노예로 팔고, 황금을 얻기 위해 14년 동안 무려 3백만 명 넘게 죽이는 등 잔인한 행위들을 일삼았다고 해. 자네들이 흔히 쓰는 신대륙 '발견'이라는 용어는 매우 오만한 개념이라네.

슬프게도 그 역사 속에는 비극과 속임수와 종족 말살 정책이 함께 있다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도둑질이 행해진 곳이 바로 이 아메리카 대륙이라네.

인디언의 종교와 가르침

참, 자네가 인디언들의 종교를 물었지. 우리 인디언들도 종교(宗敎: 으뜸 가르침)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조상 대대로 자식들에게 전해져 왔다네. 이 종교는 세상 모든 일에 감사하라고 가르친다네. 또한 서로 사랑하라 이르고, 서로 기대어 살라고 일깨우지.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인디언)은 종교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네. 왜냐하면 종교는 각각의 사람과 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이지.

문명인들은 신이 하늘 어딘가에 있으며, 하늘나라도 그곳에 있다고 믿는다고 들었네. 반면에 우리들은 신은 우리 안에 있으며, 우리 자신이고, 우리의 일부분이라고 믿네. '위대한 신비'(신)에게 바치는 우리들의 기도는 침묵과 홀로 있음 속에서 이루어진다네. 신과 우리 사이에 어떤 성직자도 끼어들 필요가 없지. 또 자연을 제외하고는 우리에게는 사원도 신전도 없다네. 우리의 종교는 교리가 아니라 마음상태임을 기억하게.

우리 삶 속에는 단 하나의 의무만이 있네. 그것은 기도의 의무지. 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는 물가로 걸어 나간다네. 몸을 씻고 난 뒤, 지평선 위로 춤추며 떠오르는 태양에게 말 없는 기도를 올리지. 우리는 함께가 아니라 각자 홀로 기도한다네.

우리는 사냥을 나가서 매우 아름답고 장엄한 대자연 앞에서 말을 잃을 때가 종종 있지. 그런 것들과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예배하는 자세를 갖추곤 한다네. 그러기에 우리는 굳이 일주일 중 하루를 신성한 날로 정할 필요가 없지. 모든 날이 곧 신이 준 날이기에!

또한, 우리는 자기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남에게 주라고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리하여 일찍부터 주는 것의 기쁨을 알았다네. 그중에서도 가난하고 늙은 사람에게 먼저 나눠 주었지. 돌려받을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네. 만일 필요 이상으로 담요를 갖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부족하다면 우리는 여분의 것을 그들에게 나눠 줘야만 하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디언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지. 마지막 남은 한 조각 음식까지 베풀고, 배고픔과 고통,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디언들은 분명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사라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의 삶의 목표임을 기억해다오.

여기 다소 길지만 「인디언들의 십계명」을 소개하네.
◦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 그 어머니를 잘 보살피라.
◦ 나무와 동물과 새들, 당신의 모든 친척들을 존중하라.
◦ '위대한 신비'를 향해 당신의 가슴과 영혼을 열라.
◦ 모든 생명은 신성한 것, 모든 존재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라.
◦ 대지로부터 오직 필요한 것만을 취하고, 그 이상은 그냥 놓아두라.
◦ 모두에게 선한 일을 행하라.
◦ 모든 새로운 날마다 '위대한 신비'에게 감사하라.
◦ 진실을 말하라. 하지만 사람들 속에선 오직 선한 것만을 보라.
◦ 자연의 리듬을 따르라. 태양과 함께 일어나고 태양과 함께 잠들라.
◦ 삶의 여행을 즐기라. 하지만 발자취를 남기지 말라.

민주주의와 여성의 위치

형제여! 자네 편지를 보니 한국에서 얼마 전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구먼. 결과를 보고 충격 받은 사람도 많았다고. 우리 사회에서 추장은 부족 사람들의 뜻에 따를 때만 그 지위가 보장된다네. 만일 그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려고 하면, 밤에 잠든 사이에 부족 사람들은 천막을 챙겨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리지. 그래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추장은 자기 혼자 남겨진 것을 발견하곤 한다네. 우리들은 추장을 바꾸기 위해 문명인들처럼 구태여 4~5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지.

한편, 여성의 위치가 문명의 척도라고 얼굴 흰 사람들은 말하지. 그렇다면 인디언 여성만큼 확실한 위치를 차지한 경우도 없을 거야. 우리 사회에서는 도덕성과 혈통의 기준이 여성에게 주어진다네. 아내는 남편의 이름이나 남편 부족을 따르지 않으며, 아이들은 엄마 쪽 부족에 속한다네. 모계를 따라 혈통이 이어지지. 집안의 명예가 아내의 손에 달려 있다네.

부부가 가진 얼마 안 되는 재산은 전부 여자의 소유라네. 그렇게 함으로써 인디언 여자는 남편의 영혼이 물질 때문에 타락하는 것을 막는다네.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재산의 관리는 여자의 몫이라네. 이동식 티피(천막)와 그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은 여자의 소유이며,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는 집안의 책임자라네.

자연 그리고 인류의 미래

형제여! 자네 나라에서 몇 년 동안 4대강 사업 등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고 했지. 문명인들은 그것을 개발이라고 부르지만, 우리의 눈에는 철없는 파괴로 보일 뿐이네. 우리들은 '위대한 신비'가 만들어 놓은 대로 세상의 것에 만족하고 손대지 않는다네. 자네도 얘기한 바대로 이제 개발지상주의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음에 나도 동감하네.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고 새로운 지도력을 갖고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연이 가져다주는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간도 많지 않다. 모든 자료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약 50년 정도의 시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전에 우리의 삶의 방식과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길고, 불행하고, 비참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아니, 그다지 길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 대지, 이 세상에 남아 있게 될 날이. 미래를 생각하고, 당신의 자식들을 위하고, 생명에 대해 자비심을 갖는다면, 지금 곧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좋다. 이것이 내가 전하는 메시지다." (오렌 리온스, 오논다가 족)

"마지막 나무가 베어 넘어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당신들은 알게 될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크리 족 예언)

'두메풀' 형제여!
우리 인디언은 과거의 영광과 시적인 전설, 예술품 속에서만 살아 있지 않다네. 대지가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공기가 다시 순수해지고, 누구나 '위대한 신비' 앞에서 경이로운 눈길을 간직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정신 속에서 인디언은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것이네.
친구여, 이렇게 우리 인디언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네. 정말 고맙네. 미타쿠예 오야신(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북아메리카에서, 너의 친구 '오히예사'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열린전북]에도 실렸습니다. * 참고 문헌 : 1. 인디언의 영혼, 오히예사, 오래된미래 2.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김영사 3.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혜, 에리코 로, 열린책들 4.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베어 하트, 황금가지



태그:#인디언, #오히예사, #인생,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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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생태학교 공동대표....교육, 자연, 생태, 깨달음, 자연건강, 텃밭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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