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지난 19일 현대차에 파견된 32개 하청업체 소속 299명의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을 판정한 가운데, 최근 하청업체측이 이들에게 재입사를 권유하는 등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중노위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해고 당사자들에게 하청업체 사장이 전화를 하거나 집으로 찾아와 업체에 재입사 할 것을 권유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는 29일 "불법파견 판정을 무마하려 해고자를 상대로 조직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라며 "중노위 불법파견 판정으로 이미 정규직인데 업체 재입사를 권유하는 이유는 재입사를 통한 고소 취하를 유도해 중노위 판정을 피해 보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26일 하청업체 사장이 중노위 판결 당사자를 찾아와 회유한 대화록을 29일 공개했다. 이 대화록에는 하청업체 사장이 업체 재입사를 권유하면서 "정규직 신규채용을 책임진다"고 말했다. 또한 하청업체 사장은 자신이 온 것이 원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3월 26일 중노위 판결 당사자와 하청업체 사장 대화록
- 하청업체 사장 : "이번에 업체재입사해라. 신규채용하면 정규직 책임진다."
- 해고자 : "사장님 마음대로 나를 (정규직으로) 입사시킬 수 있나요?"
- 사장 : "좋은 기회다. 나는 시켜주고 가면 그만이다. 반장이든 소장이든 일을 하다가 직영으로 가라."
- 해고자 : "그러면 (현대차) 윤갑한 사장이 말한 해고자 재입사 건으로 나온 건가요?"
사장 : "그런 것도 있지만 네가 평소에 잘해서 왔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나를 이리로 붙였을거다... 좋은 기회가 왔을때, 내가 해줄 수 있을테 움켜줘라. (원청이) 안된다하면 못하겠지만, 내가 '챙기겠다' 하니까 그 사람이 '그러면 형님이 책임지소' 했다. 어제 갑자기 조건이 왔길래 '남 줄 것 뭐있노? 내가 데리고 오겠다' 했다."
- 해고자 : "거절하겠습니다."

"이미 정규직인데 하청업체 재입사?"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모종의 지시를 받은 업체 사장들이 해고자에게 전화를 걸고 만나자고 하고 있다"며 "회사가 케케묵은 해고자 업체 재입사에 골몰하는 이유는 중노위 판정에 따른 단체교섭, 무허가 불법파견 사업장 폐쇄, 특별근로감독, 압수수색, 소환조사 등 압박도 벗어나고 돈 문제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돈 문제는 최근 고용노동부의 이마트 불법파견 판정에서 찾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신세계 이마트가 판매도급 분야에서 2000여명을 불법파견한 것으로 판정하고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20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9일 중노위는 2010년 말 현대차 울산공장 점거농성 파업 후 해고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제기한 구제신청에 대해 32개 업체는 명백한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 판정에 따라 승소한 해고자 30여명에게는 '해고기간 2년간 정규직 평균임금 1억 2000여만 원(한 사람당)씩을 주어야 한다. 또한 불법파견으로 확정한 정직자, 해고자 279명(299명 판정 후 재입사 등 제외)에 대한 이행 강제금은 28억여 원에 달한다.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회사측의 이같은 회유는 중노위가 32개 업체는 명백한 불법파견이라고 한 판정을 피해 보려는 것"이라며 "회사는 중노위 판정이나 노사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3500명 신규채용, 해고자 업체 재입사 등을 밀어보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노위 판정에 따른 단체교섭, 압수수색, 소환조사 등 압박도 벗어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며 "아울러 해고자 내부를 갈라놓겠다는 계산도 엿보이며, 특히 이마트 과태료 사례에서 보듯 돈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하청업체 사장이 그런 말을 했는지 여부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으며, 말할 입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태그:#현대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