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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탭북. 접은 상태에서 태블릿으로, 화면을 세우면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LG 탭북. 접은 상태에서 태블릿으로, 화면을 세우면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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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탭북을 처음 본 곳은 공교롭게 박물관이었다. 지난 15일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5층 전시실엔 스마트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비롯한 최신 IT 기기들과 탭북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나온 지 얼마 안 돼 박물관 쇼윈도로 직행했다는 건 짧은 PC 역사에서도 나름 한 획을 그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야흐로 '스마트패드' 시대다.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 '윈도우8' 운영체제(OS)를 출시하자 PC업체들도 태블릿과 노트북을 오가는 '컨버터블 PC'로 살 길 찾기에 나섰다. 삼성 스마트PC 아티브 프로와 소니 바이오 듀오11를 시작으로 최근 LG 탭북도 가세했다. 과연 이들 윈도우8의 자식들은 기존 노트북PC를 대체할까,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까? 지난 1주일 윈도우8과 더불어 탭북을 취재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봤다.

부팅 속도-휴대성 등 기동성 뛰어나... 슬라이드 방식은 '불안정'

기자들에게 속도는 생명이다. 외부에서 급한 기사를 송고할 때 노트북을 켜는 데만 1분 넘게 걸린다면 1보는 포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취재 현장에 노트북 대신 태블릿과 전용 키보드로 기사를 송고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탭북의 기동성은 분명 매력적이다. PC를 부팅하고 인터넷 웹브라우저에 접속하기까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배터리 최대사용시간은 5시간 정도지만, 전원을 완전히 끄지 않고 태블릿처럼 대기 상태로 두고 써도 한나절은 너끈하게 쓸 수 있었다.

저장장치로 일반 하드디스크 대신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쓰기 때문인데, SSD는 속도도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반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요즘 고성능 노트북 하드디스크 용량이 보통 1TB(1000GB)를 넘나드는 반면 탭북은 120GB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덕분에 무게도 1.2kg으로 줄어 휴대하기 좋았다. 터치화면을 지원하기 때문에 굳이 마우스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고 전원 어댑터 무게도 180g에 불과하다. 다만 미끄러운 강화유리 부분을 손으로 들고 다니다간 자칫 놓칠 수도 있어 소형 가방이나 파우치는 필수였다. 아이패드 같은 전용 커버 케이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윈도우8 컨버터블PC 사양 비교
 윈도우8 컨버터블PC 사양 비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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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북 겉모습은 지난해 10월 말 선보인 소니 바이오 듀오11을 닮았다. 일반 노트북PC와 달리 액정 화면이 바깥으로 돌출돼 있어 평소 접은 상태에서 태블릿처럼 쓸 수 있다. 다만 두 손으로 화면을 밀어 올려 키보드를 노출시키는 듀오11의 반자동 슬라이드 방식을 탭북은 버튼 하나로 해결했다.

가로화면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화면을 받치는 지지대가 자동으로 튀어 올라 화면이 비스듬하게 선다. 이때 화면 아랫부분이 끌려오다 키보드 상단에 있는 걸쇠에 걸리는데, 외부 충격에 빠지기도 해 불안정한 느낌을 줬다. 다시 접을 때도 두 손으로 화면 위아래 쪽을 함께 눌러줘야 해 조금 불편했다.

화면과 키보드 독을 완전히 뗄 수 있는 삼성 스마트PC 아티브 프로와 비교하면 탭북은 노트북PC에 더 가깝다. 노트북치고는 가벼운 편이지만 아이패드(600g대) 2배여서 이동 중에 한 손으로 들고 쓰기엔 버겁다. 반면 아티브 프로는 1.6kg으로 훨씬 무겁지만 키보드 독을 분리하면 800g대에 불과해 태블릿처럼 들고 쓰기에 편리했다.

다만 키보드와 터치스크린을 동시에 사용할 때는 착탈식보다는 슬라이딩 방식이 더 유용해 보였다. 슬라이딩 방식은 태블릿 전용 키보드처럼 세로 폭이 최소화돼 몸과 화면이 더 밀착되기 때문이다.

LG 탭북
 LG 탭북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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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활용도는 떨어져... 터치감 떨어지고 전용 앱 부족

노트북으로는 우수했지만 태블릿 활용면에선 아쉬웠다. 우선 터치감이 아이패드 등 기존 태블릿에 크게 못 미쳤다. 마치 액정화면 위에 유리판 하나가 더 얹어 있기라도 한 듯 손에 밀착되는 느낌이 없었고 터치 반응 속도도 늦었다.  

엑셀, 워드 같은 PC용 프로그램들을 직접 손으로 조작하는 건 분명 색다른 경험이지만 마우스가 손에 익은 탓인지 포토샵처럼 정교한 그래픽 작업에는 오히려 불편했다. 물론 윈도우8에 최적화된 인터넷 익스플로러10이나 엑셀2013, 워드2013 등 오피스 프로그램들은 두 손가락을 이용한 화면 확대 등 멀티터치에 최적화돼 있었다.

에버노트 같은 윈도우8 전용 웹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들도 태블릿 앱처럼 터치 중심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바꾸고 버튼 크기와 메뉴 간격도 한층 넓혔다. 하지만 이전 윈도우 버전에 최적화된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작은 버튼을 쓰고 있어 터치 사용에는 불편했고 일부 홈페이지에서는 터치에 반응하지 않아 '헛손질'하기 일쑤였다.

윈도우8은 윈도우폰 UI와 같은 블럭 방식의 메트로 화면과 기존 데스크톱 모드를 버튼 하나로 오갈 수 있다. 탭북 역시 화면 아랫쪽에 있는 윈도우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 메트로 홈으로 바로 이동한다.   

메트로 화면에선 핀볼이나 카드게임처럼 멀티터치를 활용한 게임도 즐길 수 있고 여행 앱에서 세계 주요 관광지들의 사진을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탭북에는 태블릿처럼 위치나 방향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들이 내장돼 있어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면 사진도 따라서 움직였다.

LG 탭북(왼쪽)과 4세대 아이패드
 LG 탭북(왼쪽)과 4세대 아이패드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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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탭북에는 전면 웹 카메라 외에 후면 카메라는 따로 없는 등 기존 태블릿을 완벽히 대체하진 못했다. 태블릿은 물론, 노트북보다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다. 탭북 Z160 모델의 경우 가격비교 사이트 최저가는 130만 원대로, 사양이 비슷한 맥북 에어(110만 원대)는 물론 윈도우8을 사용하는 일반 울트라북에 비해서도 10~20만 원 가량 비싼 편이다. 

속도 빠른 노트북이라면 맥북 에어나 크롬북, 태블릿 기능이나 가격면에선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에 밀린다.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건 MS 오피스나 게임과 같은 윈도우 전용 프로그램들을 터치 화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정도나. 또 액티브엑스에 의존하는 각종 금융 서비스 이용 때문에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에 한계를 느껴온 이들에게도 나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상 저장 공간 개념인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직장인 사용자들이 120GB 정도에 만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MS 스카이드라이브의 경우 7GB에서 최대 25GB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PC에 저장할 필요가 없는 웹 기반 프로그램 활용도 늘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 직장 근무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같은 모바일 기기지만 태블릿PC는 미디어 소비 기기로, 노트북PC는 생산 기기로 분류된다. 기술 발달에 따라 둘 사이의 구분은 점차 사라지겠지만 태블릿과 노트북 사용자 모두 잡으려다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도 있다. 컨버터블 PC가 확고한 대안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단순히 'PC 프로그램도 돌아가는 태블릿', '태블릿 같은 노트북'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가 필요해 보인다.


태그:#LG탭북, #컨버터블PC, #태블릿, #윈도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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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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