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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덩어리' 이동흡 대신에 고르고 고른 것이 '공안검사'출신이었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옛말 틀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이동흡 전 헌재소장 후보자 자진 사퇴로 공석중인 새 헌법재판소장에 박한철(60·인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명했다.

박 후보자는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 23회로 법조계에 진출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대검찰청 공안부장, 대구지검장 등을 거친 후 지난 2011년 1월 6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의해 헌법재판관으로 내정됐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헌재소장 내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전문성과 능력을 중시한 것"이라며 "또한 현재 헌재 재판관 재직기간이 가장 길기 문에 박 내정자는 대행 순서 승계서열이 첫 번째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인정한 전문성과 능력은 몰라도, 박 후보자는 공안검사 출신인데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취업해 헌재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0년 7월 동부지검장에서 퇴직하고 두 달 만인 같은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억4500만 원을 받고 1억 원 상당의 승용차를 지급받았었다.

2011년 1월 27일 열린 인사청문회 때 김앤장에서 맡았던 수임 내역 공개를 요구받았지만 박 후보자는 "의뢰인의 사생활 비밀 보호 문제가 있어서 곤란하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특히 박 후보자는 공안검사 출신 다운 모습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그는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이 한창일 때인 2008년 3월~2009년 1월 대검 공안부장에 재직했었다. 인사청문위원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촛불시위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찰은 한명도 형사처벌받지 않았는데 기본권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느냐"고 따져묻자, 박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기본권과 기본권의 충돌을 보며 무엇이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지 고민했다"며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라고 강변했었다.

박 후보자는 또 지난 2011년 12월 헌재가 SNS 선거운동 금지 '한정위헌'판결을 내렸을 때 이동흡 전 헌재소장 후보자와 함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 행위가 허용되면 후보자 등이 가족뿐만 아니라 정당원, 정당조직과 연계한 여러 단체를 통해 흑색선전, 과대선전 등 무제한의 선거운동 자료들이 양산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었다.

당시 헌재는 SNS선거운동 금지 '한정위헌'을 판결 이유로 "인터넷을 통한 정치과정 참여의 기회와 범위가 넓어질 수록 보다 충실한 공론의 형성을 기대할 수 있고 인터넷상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 적극 장려돼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관심과 열정의 분출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고 결정했었다.

박 후보자는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6월 30일 참여연대 간사인 민아무개씨 등 9명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5~6월 경찰이 버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는 '차벽'을 만들어 집회는 물론 사람들의 통행을 일체 막은 것은 위헌이라며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 대해서도 이동흡 전 헌재소장과 함께 합헌의견을 냈다.

헌재는 위헌 판결 이유를 "불법 집회나 시위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행해져야 하는데 당시 경찰의 행위는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기본권 침해"라고 했다.

특히 경찰이 일체집화 금지와 통행조차 금지한 점에 대해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처"라고 했다. 헌재가 근거로 든 '행복추권'인 헌법 제10조였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이동흡 재판관과 함께 "중요한 공공기관과 가까운 서울광장에 대규모 군중이 운집하면 자칫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로 나아갈 수 있어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불합리한 공권력 행사나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합헌을 주장했었다. 

또 "경찰청장의 당시 조치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경찰의 임무로 규정한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발동된 것으로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위헌에 반대의견을 냈었다.

전관예우 논란에 공안검사 출신을 헌재소장에 내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정책이 다시 한 번 입길에 오르게 되었다.


태그:#박한철, #헌재소장, #박근혜, #공안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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