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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음주측정요구를 거부하자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채 지구대로 강제연행한 것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런 상태에서 음주측정은 위법한 수사이기 때문에 음주측정결과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란다 원칙'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에 규정된 것으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피의사실 요지, 체포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A(55)씨는 지난 2008년 12월 군산에 있는 한 음식점 앞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주차된 차량의 측면거울(사이드미러)을 부딪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A씨에게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지구대로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A씨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사고도 내지 않았다"며 순찰차에 타기를 거부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팔다리를 잡아 강제로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연행했다. A씨는 음주측정 요구를 두 차례 거부하다가, "계속 거부할 경우 구속될 수 있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호흡측정에 응했다. 결과는 혈중알코올농도 0.13%가 측정됐다. 이에 음주측정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재측정을 요구했는데, '기계에 의한 재측정은 불가하고, 채혈검사를 해야 한다'는 경찰관의 말에 따라 채혈을 했다. 결과는 0.143%로 나타났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피고인(A씨)을 지구대로 임의동행해 왔고, 오후 23:16경 음주측정 결과를 보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수사보고를 작성했다. 또한 현행범인체포서에는 체포 일시를 '23:16경', 체포 장소를 "군산시 OO식당 옆길"이라고 기재했다.

그러자 A씨는 "미란다원칙을 고지 받지 못한 채 현장에서 불법하게 체포됐다"며 "불법체포 이후 수집된 증거는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어 무죄"라고 주장했다.

1심인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 이기리 판사는 2009년 9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건 현장에서 지구대로 데리고 간 경찰관들의 행위는 임의동행이 아닌 강제력에 의한 체포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작성된 수사보고서, 현행범인체포서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체포 당시 형사소송법에 정한 미란다 원칙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한 체포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그 후 이루어진 음주측정결과, 채혈결과는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의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고, 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2010년 1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록 경찰이 피고인을 사건 현장에서 지구대로 데리고 간 행위가 임의동행이 아닌 강제력에 의한 체포에 해당하고, 체포 당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미란다 원칙)에 정한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채혈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서와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혈액측정결과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A(5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의 고지 등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피고인을 지구대로 강제연행한 행위는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며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한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한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러한 요구에 따른 음주측정결과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경찰의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인 호흡조사 방법에 의한 음주측정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채혈을 하기에 이른 과정 등에 비춰 보면, 혈액채취 방법에 의한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서 및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역시 불법체포의 연장선에서 수집된 증거로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서 및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유죄로 인정했으니, 이런 원심판결에는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과 그 예외 인정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미란다 원칙, #현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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