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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으로 이루어진다."

건축가 서현은 저서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에서 이처럼 말했다. 우리의 일상에서 건축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면 건축은 우리 삶 대부분의 시간과 함께 하며 매순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건축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드물다. 많은 이들에게 건축은 의미 있는 인간 정신의 산물이라기보다 벽돌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구조물로서 각인되기 쉽다.

소외된 '거리의 건축들'에게 아마추어 건축가들이 말을 건다. 지난 8일 일부 건축가 지망생들이 계간지 < Yes, I am a Junior Architect >를 발간했다.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황주현(29·여)씨를 비롯해 잡지를 만드는 데 참여한 이들은 모두 건축 설계 전공자로서 이제 막 건축업계에 발을 들인 2~3년차 예비 건축가들이다.

예비 건축가들의 발간한 건축 계간지 <Yes, I am a Junior Architect> 커버.
 예비 건축가들의 발간한 건축 계간지 <Yes, I am a Junior Architect> 커버.
ⓒ 황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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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최초 기획한 황씨 역시 경기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2년동안 한 중소 건축 설계 사무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건축가 지망생이다. 황씨는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건축, 즉 스트리트 건축을 전문가가 아닌 우리들(주니어 건축가)의 시선으로 조명하고 싶었다"고 잡지 기획 의도를 밝혔다.

황씨를 비롯한 예비건축가 다섯명이 국내에서는 서울과 울산의 건축을, 해외에서는 호주 시드니와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건축을 소개한다. 선정된 건축물에 특정한 주제나 소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리트 건축'의 성격을 살려 각자가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일상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물들을 꾸밈없이 담았다.

특별할 것도 독특할 것도 없는 그야말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물들이다. 건축물마다 건물의 주소와 프로그램(업무시설, 상가시설, 주거시설 등), 구성 재료도 함께 기록했다. 황씨는 "패션지의 '스트리트 패션' 코너에서 옷을 착용한 모델의 이름과 나이, 옷의 브랜드 등을 소개하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 창천동에 위치한 거리의 건축들.
 서울 창천동에 위치한 거리의 건축들.
ⓒ 황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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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반구동(위). 염포동(아래)의 거리 건축.
 울산 반구동(위). 염포동(아래)의 거리 건축.
ⓒ 윤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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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건축가로 산다는 것

잡지에는 크고 작은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예비 건축가들의 인터뷰도 함께 실려 있다. 어떤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이들이 경험하게 되는 프로젝트도 천차만별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페인 마드리드 건축 설계사무실에서 1년간 인턴으로 일한 양수민(29·여·구가도시건축)씨, 홍대의 에이랜드(A-Land)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재용(31·남·원오원건축)씨, 대형 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는 배태근(32·남·삼우종합건축)씨의 건축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 각자가 경험한 프로젝트의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새내기 건축가로서 겪는 공통의 고민과 꿈을 엿볼 수 있다.

"아직은 내 것이 없어 많이 흔들리는 시기인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사회를 보는 눈과 태도, 여러 방면에 관심을 갖는 자세가 나에겐 필요하다. 그래도 건축이 재미있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건축의 방향이 계속 변해야 하고, 그 방향은 당연히 건축을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쪽으로 향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잡지 인터뷰 중

황씨가 최초로 잡지를 기획하게 된 것도 자신을 비롯한 주니어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마음에서 기인했다. 황씨는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요구하는 직업의 성격상 졸업 후 설계사무실에서 꿈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엄청난 업무량 속에서 자신만의 건축적 철학을 고민하는 주니어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건축들.
 호주 시드니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건축들.
ⓒ 이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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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건축을 짓는 과정

'초보 건축학도'들이 만든 잡지 < Yes, I am a Junior Architect >는 아직 불안하고 덜 익은 그들의 자화상 같다. 전문 잡지로서 완벽한 형태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건축과 관련한 실무적인 정보를 얻고자 하는 독자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찬 아마추어 건축가들의 목소리가 오롯이 담겨있다.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이유다.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모든 예술가도 처음에는 아마추어였다"라고 말했다. 건축의 과정으로 따진다면 주니어 건축가들은 현재 점, 선, 면으로 이뤄진 설계도면쯤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 도면에 어떤 고민과 열정을 불어넣느냐에 따라 그들이 쌓아 올리는 건축의 의미, 나아가 훗날 '도시의 얼굴'도 달라질 것이다. 불안 속에서 꿈을 짓는 주니어 건축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예비 건축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황씨가 자비를 들여 만든 잡지는 앞으로 3번 더 발행하는 게 목표다. 황씨는 "건축학도가 아니라도 건축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잡지는 일부 독립잡지 오프라인 판매처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메일(fanjour@gmail.com)을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주니어건축가, #거리건축, #건축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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