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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 프로젝트가 열리는 목욕탕과, 도하 프로젝트 기획자 하림.
 도하 프로젝트가 열리는 목욕탕과, 도하 프로젝트 기획자 하림.
ⓒ 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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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441-6. 이곳은 2010년 6월까지만 해도 육군 도하부대와 수방사 시추대대가 주둔하고 있던 곳이다. 수십 년 동안 그곳의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던 군부대가 떠나가고 빈자리에, 지금은 예술가들이 자신들만의 특별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바로 '도하 프로젝트(project DOHA)'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도하 프로젝트'(이하 도하)는 도하부대 막사의 목욕탕 건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감독하는 가수 하림이 있다. '도하'는 하림이 시인 김경주와 함께 기획하고, 금천아트캠프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진 공간이다. 지난 5일 도하 프로젝트 현장에서 '기획자' 하림을 만났다.

이곳에 오기 전 하림은 홍대에서 '아뜰리에 오(atelier O)'라는 레지던시(예술가들이 특정한 장소에서 일정 기간 동안 작업을 하거나, 전시 등의 활동을 하는 일종의 거주 프로그램)를 운영했다. 그가 '도하'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10년간 홍대에서 작업실을 운영했던 기억들, 그곳에서 느낀 문제점, 그리고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

도하 프로젝트, 예술의 생태계 1년간의 기록

 하림은 '도하'가 이 동네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림은 '도하'가 이 동네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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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가 너무 상업화 되면서 그 안에서 예술가들이 소외된 느낌이 있어요. 작업실에서 쫓겨나고, 예술가들이 만든 공간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 길거리에서 노래하던 거리공연자가 놀이터에서 노점상에게 폭행을 당하는 영상을 보게 된 거예요. 화가 확 나잖아요. 안 그래도 지금 있는 작업실도 빼야 될 것 같은데, 이곳에서 계속 있는다고 달라지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그러던 찰나, 그의 눈에 들어온 공간이 하나 있었다. 평소에 관심 깊게 지켜보던 집 앞에 있는 빈 공터였다. 그때부터 하림은 시인 김경주와 함께 기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곳이 폐허고 하니까 예술의 생태계라는 1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형태는 퍼포먼스로 진행하고, 이곳을 우리가 고치고, 행사하고 전시하고 파티하며 사람들이 점점 폐허가 치워지고 그곳이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점거되는 모습들을 보여주자, 하고 결심을 한 거예요."

하림은 예술가를 "도시의 사람들이 내뱉는 망령들을 정화하고 먹으면서 사는 존재"라고 표현하였다. 그는 그동안 예술가들이 쓰레기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감정적인 말들을 토해내고, 유흥가에서 흥청대는 도시 구석구석을 정화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이들이 한순간에 빠져나가면 사람들이 예술가들의 빈자리를 인식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는 예술가들을 방주에 실어 도시라는 감정적인 폐허에서 군부대 터라는 현실적인 폐허 공간으로 유랑을 떠난다. 그야말로 '도하'한 것이다.

돈과 소비로 정체된 세상에 윤활유가 되길

 누구나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도하'의 매력이다.
 누구나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도하'의 매력이다.
ⓒ 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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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에서 전시, 공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같이 공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아이덴티티를 공유하는 장소로 '도하'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목욕탕이라는 공간이 주는 소재로써의 매력에 매료되어 오는 경우도 있고, 오래되어 폐허가 된 군부대라는 건물이라는 스토리가 있어서 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곳이 곧 소멸될 곳이라는 점도 그들이 도하를 선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또한 이곳이 상업갤러리가 아니라서 누구나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매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리고 '도하'가 감정적인 폐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림은 이것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였다.

"우리 한번 잘 지내봐요!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도하에서는 '이형자 귀국전'이 열리고 있다
 지금 도하에서는 '이형자 귀국전'이 열리고 있다
ⓒ 도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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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하'가 이 동네 생태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처음 이곳에 예술 공간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그게 와서 뭐하는데"라는 반응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예술가들을 보고 저 사람들은 돈도 안 되는 것을 뭐하려고 할까 생각하지만, 그런 것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예술가의 일이다.

"여기 오는 작가 분들은 보통, 성공하고 유명한 작가들이기보다는 (예술을 즐기며) 하고 싶은 사람들이 와요. 제 생각에는 예술은 가까이 보고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아요.

예술에 대한 유명한 도안 중에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다만 아는 사람에 한해서'라는 말이 있어요.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에요. 진짜를 향하는 것, 마음에 와닿는, 공감하는 작품을 하기 위해 갈등하고 고뇌하는 그 자세라고 보는 거죠. 여기 전시하는 사람들이 그런 분들이 와요. 멀리 있지 않아요,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거죠."

끝남을 통해 새로움을 준비하는 '도하'

생태계는 계속 흘러간다. 추위가 풀리면 새싹이 자라고, 생명은 움트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의 푸르름이 절정에 달할 5월이 되면 '도하'는 문을 닫는다. 이곳 부지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애초에 '도하'는 대안공간이 아니었다. 이 공간이 헐리는 것 자체가 폐허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관찰하고 고민하기 위해 그들은 이 공간을 택한 것이다.

"일단 5월까지는 이 공간과 소통하는 전시들이 진행될 거예요. 그러다 5월 달이 딱 끝나면 쿨하게 박차고 나와서 그동안의 기록을 정리해야죠. 다큐멘터리 형식도 있고, 사진들도 있고.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기게 될 것인데, 그것에 대한 답은 이곳 바로 옆에다가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하여 자발적으로 운영을 해볼까 해요.

지금은 공간적인 특성상 전시 위주로 진행했는데 그곳에서는 전공인 음악을 살려 실용음악도 해보고, 스튜디오도 운영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도하'를 통해서 누군가는 보람을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는 용기를 얻었을 것이며, 또한 누군가는 새로운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의 '도하'는 사라지겠지만, 또 다른 '도하'가 나타나서 그 역할을 계속 할 것이다. 생태계는 계속 흘러가기에.

 5월이 되면 '도하'는 이곳을 떠나게 된다
 5월이 되면 '도하'는 이곳을 떠나게 된다
ⓒ 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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