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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노동자 성희롱 및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대회가 국회의관 소회의에서 6일 열렸다.
외국인노동자 성희롱 및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대회가 국회의관 소회의에서 6일 열렸다. ⓒ 조호진

사업주와 관리자 등 한국인 남성에 의한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주에 의한 반복적인 성폭행 피해가 2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스리랑카·베트남 등 13개국 외국인노동자 1218명(남성 975명·여성 205명·성별 무응답 38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지구촌사랑나눔과 김성태 국회의원실·법무법인 태평양·재단법인 동천·이주민방송 MNTV은 지난 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외국인노동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보고대회'을 열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성폭력에 대해 실태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 중 10.7%인 22명이 '성희롱이나 성폭행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2002년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결과(4.3%)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물론이고 인권 및 여성단체들도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성폭행 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이 답한 피해 유형(복수응답)은 ▲ 성폭행(47.4%) ▲ 회식 자리에서 술 강요 및 신체 접촉(31.6%) ▲ 성매매 요구(21.1%) ▲ 음란전화나 음란물을 보여주는 행위(10.5%)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로는 한국인 사업주(88.9%)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한국인 관리자(77.8%)와 한국인 직장동료(55.6%) 등 한국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같은 나라 노동자(16.7%)와 다른 나라 노동자(11.1%) 등도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업주에 의한 지속적 성폭행 범죄는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 직장동료에 의한 피해는 대부분 4회 미만이었으나 사업주에 의한 10회 이상의 반복적 성폭행 피해는 2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해자들은 피해 여성 외국인노동자에게 ▲ 불법체류 신고(58.3%) ▲ 신체적 폭력과 흉기 협박(25.0%) ▲ 금전적 협박(16.7%) 등의 방법으로 성폭행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피해 여성들은 체류자격 박탈(47.4%)과 실직 우려(36.8%) 때문에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신고하고 싶어도 ▲ 의사소통의 어려움(21.1%) ▲ 정보부족(15.8%) 때문에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한국 여성도 성폭행에 가담... 신고기관 중 '경찰'은 꼴찌

 6일 열린 성폭행 실태조사 보고대회 현장... 이주여성들의 성폭행 피해에 눈 감은 한국사회는 3.8일 세계여성의날을 어떻게 맞이할까?
6일 열린 성폭행 실태조사 보고대회 현장... 이주여성들의 성폭행 피해에 눈 감은 한국사회는 3.8일 세계여성의날을 어떻게 맞이할까? ⓒ 조호진
한국 여성 사업주 및 직장 동료들도 남성 외국인노동자에게 성폭행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또는 성폭행 여부를 설문 조사한 결과 15명(1.5%)이 한국인 사업주와 관리자·직장 동료 등 한국인 여성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복수 응답)은 ▲ 음란전화나 음란물 보여주는 행위(40.0%) ▲ 회식 자리에서 술 강요 및 신체접촉(20.0%) ▲ 성폭행(10.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성들 또한 남성 외국인노동자에게 ▲ 불법체류 신고 협박(50.0%) ▲ 금전적 협박(33.3%) 등으로 성폭행을 강요했으며, 여성 외국인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남성 외국인노동자들도 체류자격 박탈과 실직우려 때문에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노동자 성희롱 및 성폭력 실태조사에 참여한 이들에게 '외국인노동자 동료들의 성희롱이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99명(8%)이 그렇다고 답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이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외국인노동자는 10.3%에 불과했다. 사용자는 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할 의무가 있지만 대다수의 사업장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피해자 10명 중 2명만 신고... 처벌받은 가해자도 10명 중 2명

피해 외국인노동자들이 기관에 신고하거나 사업장 상사와 동료에게 알린 경우는 20.5%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가해자가 처벌받은 경우는 23.1%에 그쳤다고 피해자들은 응답했다.

피해 외국인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신고한 기관 및 대상은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34%)이었다. 그다음으로는 노동청(22%)과 동료(22%)였다. 경찰은 신고 비율이 가장 낮은(11%)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외국인노동자들이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가장 선호한 이유는 통역이 제공되고 평소에도 친숙하게 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외국인노동자들은 ▲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강화(32.9%) ▲ 안전한 주거지 임대(18.6%) ▲ 인권 교육(12.6%) ▲ 피해 신고기관 홍보(9.3%) 등의 대책을 요청했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은 성폭행 제도개선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보고대회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세계여성의날#성폭행#외국인근로자#불법체류자#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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