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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데 이거(전화) 빨리 끊어야 할 것 같은데. 보통은 화재출동이 방송으로 나오는데요, 주민 분들은 이 번호로 직접 전화하기도 해서요."

강아무개 소방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씨는 지난해 1월부터 약 1년째 경기 포천시 신북119지역대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 신북119지역대에 배치된 소방관은 2명으로 한 사람이 하루씩 돌아가며 2교대로 근무한다. 평소 화장실 갈 시간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화장실도 사무실 옆에 붙어있어서 전화기 소리가 다 들리니 괜찮다"고 덧붙였다.

대개 5~9명의 팀 단위로 짜여있는 119안전센터와 달리 지역대에서는 '취약 지역'을 전담하는 119소방관 1~2명이 일을 한다. 지역대는 넓은 관인지역의 경우, 119안전센터만으로 화재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설치한다(참고로, 전국 광역·특별시에 소방재난본부가 있고, 시군에 소방서가 있으며 읍면동에 119안전센터가 있다). 지역대 소방대원들은 지원인력이 도착할 때까지 구조와 구급, 화재진압 등 다양한 역할을 한꺼번에 수행하면서 '초동 진화'를 하게 된다.

강씨와 같은 이른바 '나홀로 소방관'이 근무하는 지역대는 이동면 등을 비롯해 포천시 내에 모두 다섯 곳. 경기도에는 이런 지역대가 총 61개소 있다. 경기도의 경우 소방관 1인이 담당하는 인구도 200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전국 평균 1319명, 2012년 12월 말 기준).

 ‘나홀로 지역대’의 모습. 경기도는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도 200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나홀로 지역대’의 모습. 경기도는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도 200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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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3역하는 '만능 소방관'의 어려움

지난 20일 오후 2시경,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에 위치한 관인119지역대에 찾아가 봤다. 포천 시내에서도 버스로 약 4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관인면 탄동리에 위치한 '관인면사무소'.

주변으로 논과 밭 등 익숙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 가운데, 면사무소 왼쪽 한편에 119지역대 건물이 붙어있다. 약 2~3평 남짓한 사무실은 책상과 소파로 가득 찼고, 사무실 왼쪽에는 소방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뒤로는 야근시 취침을 위한 작은 방 하나가 딸려있었다.

이곳에서 약 1년 전부터 근무했다는 한아무개 소방장은 "화재진압을 하면서 동시에 상황도 보고해야 하고, 소방차 조작까지 해야 한다"며 "혼자서 1인 3역을 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 말했다. 원래 경기소방공무원은 구조와 구급, 화재진압 등 각 전문분야로 나누어 뽑지만, 지역대에서 일하는 소방관은 한 명이 모든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13일 포천 가산면에서 발생한 고 윤영수 소방장(34)의 순직사고 때문에 지역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당시 윤 소방장의 순직사건을 다룬 언론에서는 윤씨가 구급대원임에도 인력이 부족한 탓에 화재진압을 하다 변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2교대로 근무하는 이들은 아침 9시쯤 출근해 지난 밤 특이사항이 없었는지 '교대점검'을 하고 소방차량 이상유무 등 장비들을 먼저 점검한다. 이후 폼액(소화약제) 작동법, 사다리 배치 등 장비 조작에 익숙해지도록 숙달 훈련을 한 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다.

오후 1~2시 사이엔 맡은 지역에 화재위험요소가 있는지 '소방 순찰'을 다녀오고, 오후 3~4시경에는 방수복을 입고 직접 로프 묶기, 사다리조법 등 '소방전술훈련'을 한다. 한편으론 위험한 화재 대상물을 관리하는 '소방활동 자료조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소방용수가 얼지 않도록 1시간마다 온도 확인도 해야 한다. 실제로 사무실 왼쪽에 딸린 소방차 전용 창고에는 커다란 온풍기와 함께 온도계가 벽에 설치돼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의용소방대원들이 있어서 좀 나은 편이죠. 동절기라 이분들이 2월 말까지 지원근무를 하시거든요."

동네 주민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이하 의소대)은 소방업무를 보조하는 소방대로, 관인지역의 경우 약30명이다. 특히 불이 나기 쉬운 동절기에는 '지원근무'라고 해서 하루 한명씩 돌아가면서 지역대에 나온다. 의용소방대원은 농부 등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주민들로 구성되는데, 이들이 돌아가면서 소방 업무를 돕는다.

한 소방장은 "화재가 나면 내가 먼저 출동해 초동진화를 하고, 이후 본서에서 출동해 진화한다"며 "본서 119북안전센터에서 올 때까지 한 20분 걸리는데, 그때까지 의소대원들이 함께 진화를 돕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초 관인면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함께 잔불처리중인 의용소방대원들. 이들은 지역지리를 잘 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적으로 화재진압 교육을 받은 인력은 아니라는 단점도 있다.
 지난해 12월 초 관인면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함께 잔불처리중인 의용소방대원들. 이들은 지역지리를 잘 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적으로 화재진압 교육을 받은 인력은 아니라는 단점도 있다.
ⓒ 관인119지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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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근무하는 고충... '좁은 시야'가 제일 위험

하지만 주민들이 잠드는 밤이나 새벽의 경우는 상황이 또 다르다. 근처 신북119지역대에서 혼자 근무하는 강 소방장은 "의소대가 동네 주변지리를 잘 아는 분들이라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도 "새벽에는 혼자서 출동해야 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근무하면서 특히 '시야가 좁다'는 것을 위험요소로 꼽았다. 신북면은 타 지역에 비해 관할면적이 넓고, 근처에 염색공장 등 공단이 들어서 있어 화재 위험이 더욱 높다.

"일단 출동신고 목소리가 다급하면 나도 당황하고 동요하게 돼요. 눈앞에서 불이 막 타고 있는데 그렇다고 불만 보고 갈 수 있어요? 여기 지역대가 사거리에 있어서 사방을 다 봐야 하니까 더 힘들다고. 옆에 경방(화재진화대원)이라도 있으면 차량 통행도 막아주고 그럴 텐데…. 화재 현장에서도 뒤에서 나무가 쓰러지는지, 아래 못이 있는지 혼자 가면 알 수가 없지."

강 소방장은 얼마 전에도 아찔한 일을 경험했다. 그는 "겨울엔 특히 길이 얼어 위험하다"면서 "저번엔 언덕길에 소방차를 주차해놓고 내려오는데, 사이드 브레이크(제동장치)를 채웠는데도 차가 무거우니 미끄러지더라. 다른 사람이 봐주거나 앞에 돌을 괴어줬으면 낫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해당 소방차는 8톤 트럭으로 평균 4톤 정도의 물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무게가 웬만한 공업용 트럭을 능가한다. 실제로 2007년 연천에서는 경사로에 세워둔 소방차가 미끄러지면서 소방관이 차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소방용수와 각종 화재 진압 장비를 실은 소방차는 그 무게가 엄청나다.
 소방용수와 각종 화재 진압 장비를 실은 소방차는 그 무게가 엄청나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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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불을 끄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그는 "화재 현장에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호스만 들고 가야 한다"면서 "물을 넣고 가면 가는 동안 (소방)호스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먼저 15m짜리 호스를 펴서 현장에 가져다 놓고 다시 소방차까지 와서 물을 채운 뒤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북지역대의 출동건수는 한 달에 약 20~30건 정도. 관할 소방센터의 출동건수(180-200건)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소방관 한 명과 보조인력인 의소대원들이 감당하기엔 여전히 벅찬 게 현실이다.

화재 대상물의 3차원 영상화가 '직원순직 방지대책'?

소방관들에게 맡겨진 행정 업무도 적지 않다. 먼저 '소방활동자료조사'라고 해서, 화재예방을 위해 특정 대상물(건물)의 층별 도면을 비롯해 화재위험요소와 소방시설, 화재 진입로 등을 미리 파악해 놓아야 한다. 한 소방장은 "사진도 따로 찍어서 올려야 한다"며 "제대로 알려면 한 건물당 4, 5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관인지역대에 맡겨진 대상물은 약 200~300여 개 정도. 신북지역대의 강 소방장 또한 "내가 맡은 대상물은 56개인데, 아무래도 요새 경기가 안 좋고 하니까 (대상물을) 찾아가면 사람들이 귀찮아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A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직원 순직 방지대책'이라고 해서 전 소방 대상물을 3차원 영상화(3D)하는 작업을 하는데, 자료조사에서도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입체화 작업을 하라고 지시합니다. 층별로 도면을 확보하고, 도면이 없으면 직접 그려서 수치까지 적어다 작성하라는데 과연 바쁜 소방관들이 이걸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소방전술훈련과 장비조작훈련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업무가 너무 많아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장 직원들이 불가능한 건 하지 말자고 건의해도 반영되지 않고, 노조가 없어 정식으로 건의할 통로도 마땅치 않다"면서 "위에서 명령해서 만들어 놓으면 보기엔 좋겠지만, 현장직원들의 경우 쉬는 날까지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08년 5월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경기도 고양소방서 소속 김아무개 소방관(29)의 사인은 '과로사'였다. 또한 소방관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도 만들지 못하게 돼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홍보팀 하종근 소방교는 "(대상물 조사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해 (대상물이 있는) 장소에 직접 가서 확인하라는 것"이라면서 "작성 기한이 너무 촉박하다는 현장의 지적에 계속 시간을 늦추고 있다, 애초 2월이었는데 현재 6월까지 늦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만 "작성해야 할 자료의 대상물이 지역별로 각기 많거나 적은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죽어야만 나아지나... 근본 대책은 '인력 확충'

전문가들은 소방관 인력이 부족한 원인을 '예산 부족'에서 찾는다. 현재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각 본부 근무자 260여 명을 제외한 전국의 소방공무원(3만 8천여 명)이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이고, 따라서 예산이 각 지역에 맡겨져 있는 상태. 정부는 '지자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 이윤근 소방령은 "2조 6천여억 원의 전체 소방예산 중 국가 부담액은 1.7%(약 430억)에 불과하다"며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법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주민등록인구통계'에 의하면 경기도 등록 인구는 1년 사이 약 16만 명 정도 늘어난 상황(2011년~2012년). 인구와 함께 생활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또 소방관 순직사건이 계속 됨에 따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는 올해 약 700여 명의 소방공무원을 더 충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충원시기와 교육기간 등을 고려하면,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전국소방발전연합회' 김홍준 대표(소방위)는 "화재 등 현장 활동의 최소인원은 2인 1조다. 그런데 1인이 근무하는 속칭 '나홀로 소방관'은 사지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왜 누군가 죽어야만 소방관의 근무환경이 나아지는지 그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소방 당국의 뒤늦은 대책 마련을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유성애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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