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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에서 설립한 벤처투자회사 인큐텔의 홈페이지
 CIA에서 설립한 벤처투자회사 인큐텔의 홈페이지
ⓒ 인큐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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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영라디오방송 < NPR>은 지난해 7월 16일자 기사(In-Q-Tel: The CIA's Tax-Funded Player In Silicon Valley )에서 한 벤처투자회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오늘날 인큐텔은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독특한 투자자 중 하나가 되었다(Today, In-Q-Tel has become one of the most unusual investors in Silicon Valley)."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독특한 투자자'라는 인큐텔(In-Q-Tel)이 태평양을 건너 한국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주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자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설립·운영해온 인큐텔의 이사를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큐텔은 김 후보자와 CIA를 연결하는 여러 고리 중 하나다. 

영화 <제임스 본드>의 'Q'에서 따온 '인큐텔'

인큐텔은 지난 2009년 9월 미국 버지니아주 알린턴에 설립됐다. 이곳은 CIA 본부와 가까운 곳으로 설립의 실질적 주체도 CIA였다. 인큐텔의 '큐'(Q)는 유명한 연작영화 <제임스 본드>에 나오는 초특급 무기개발 전문가인 'Q'(Quartermaster)에서 따왔다.

인큐텔의 설립은 카네기재단의 'Human Space Flight Committee' 의장이자 미국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에서 근무한 노먼 오거스틴(Norman Augustine)과 CIA 전직 간부인 제프리 스미스(Jeffrey Smith), 기술벤처투자자출신인 길만 루이(Gilman Louie)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벤처투자자'를 자처하고 있는 인큐텔은 CIA, DIA(국방부 정보국), NGA(군사지리정보국) 등 미국의 정보 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에서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에 자금 등을 지원한다.

인큐텔은 홈페이지에 "미국 정보부서의 기술적 필요와 민간기술의 새로운 발전을 연결한다"고 자신의 위상을 설명했고, 조지 테넛 전 CIA 국장은 "인큐텔 동맹은 정보기관을 기술력 선두에 설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위키피디아는 "미국 정보역량을 뒷받침해줄 정보기술에 투자한다"고 기술했다.

인큐텔이 투자하는 영역은 주로 정보수집·보안·감시기술 등으로 이는 군사정보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들이다. 최근에는 모바일뱅킹, 신원관리, 근거리무선통신(NFC)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인 타이폰(Tyfone)에 투자했고, 바이오-넴스(Bio-NEMS)와 휴대용 DNA 테스트 기술 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리코디드퓨처'에도 투자했다. 

이렇게 인큐텔이 투자한 회사 가운데에는 구글이나 IBM, 휴렛팩커드 등에 인수된 곳도 있다. 구글의 위성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는 인큐텔이 투자한 회사를 구글이 인수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인큐텔은 설립 초기 위성사진·지도와 관련된 기술개발 투자를 주력했다.

제프리 스미스는 지난해 7월 < NPR>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터치 스크린이 아이패드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은 인큐텔에서 검증해 투자했던 여러 회사들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종훈 후보자-CIA 커넥션
 김종훈 후보자-CIA 커넥션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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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개발비 일부를 지원받아... "신군산복합체 모델" 평가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NPR이 인큐텔을 "가장 흔치 않은 투자자 중 하나"라고 지칭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큐텔이 연방정부(CIA)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벤처투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인큐텔이 지원받는 예산은 '국방연구개발비'의 일부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도 이러한 시스템을 두고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평했다. 인큐텔도 스스로 "우리의 모델은 독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익이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흐르는 민간의 벤처 자본과 정부의 뭉칫돈이 기술 발전의 경로를 군사정보화하고 있다"(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는 지적도 나온다.

인큐텔이 CIA로부터 지원받는 예산 규모는 연간 약 5600만 달러라고 한다. 2006년까지 5800개의 투자제안서를 검토해 90곳 이상의 벤처기업에 투자했고, CIA 등 미국 정보부서를 대상으로 130개 이상의 기술 컨설팅(Technology solutions)을 진행했다. 여기에 1억7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인큐텔은 투자제안서를 검토한 뒤 평가를 거쳐 투자를 결정한다. 이렇게 투자해 개발된 기술은 CIA 산하 6개 독립위원회에서 136단계에 이르는 검증을 거쳐 해당부서에 적용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 정보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일찍부터 인큐텔에 주목한 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는 지난 2002년 2월 7일자 <한겨레>에 기고한 글(미국 중앙정보국의 벤처투자)에서 "이 회사는 수십억 달러의 종잣돈을 민간 신생기술 개발 기업에 나눠주고 단기간에 원하는 기술을 거둬들인다"며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리를 본따 만든 '신군산복합체' 모델에 가깝다"고 평했다. 그는 인큐텔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큐텔은 군비 지출에서 흔히 거론되는 거대 군수업체와 정부의 검은 밀약 등 음모론을 불식시키면서 유망 닷컴 기업에 대한 소규모 공개 투자를 특징으로 하고, 중앙정보국의 비밀스런 이미지와 전혀 무관한 젊은 닷컴 경영자의 영입과 독립법인화 등 개방형 조직 모델을 지향한다. 투자 종목이 군사정보화 기술에 편향된 점을 제외하곤 일반 벤처 투자자와 같은 선명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울시 전 CIA 국장, 김종훈 벤처 주식 10만주 취득

인큐텔은 CIA에서 독립돼 있으며, 비영리회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순수한 벤처기술 투자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벤처기업의 혁신기술을 이용해 이를 군사정보화하려는 목적도 분명하게 있다. 철저하게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김 후보자가 그런 인큐텔에 이사로 참여했다는 것은 'CIA 커넥션 의혹'을 받을 만하다. 그는 이미 지난 1996년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을 군사통신기기회사인 '유리시스템즈' 이사로 영입했고,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CIA 외부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지난  2001년에는 미국 주요 정보기관 혁신위원회('스코크로프트 패널')에 민간위원으로도 참여했다(2001년 미 '정보기관 쇄신' 8인 패널 참여).

게다가 김 후보자의 '대박 벤처신화' 뒤에 CIA가 있었다는 의혹도 나온다. 김 후보자가 울시 전 국장을 영입한 이후 유리시스템즈가 각종 계약을 따내며 급성장했다는 주장이다(김종훈 벤처기업, CIA 전 국장 영입 후 급성장). 울시 전 국장은 유리시스템즈의 기업공개 전후로 총 10만 주의 주식을 취득했다. 김 후보자와 울시 전 국장은 미 해군이 설립한 연구소 '얼라이드시그널'에서 일할 때 인연을 맺었다. 


태그:#김종훈, #인큐텔, #유리시스템즈, #제임스 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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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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