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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중앙로역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모두 192명이 목숨을 잃었고 151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들은 아픔을 잊지 못하고 부상자들도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사건은 마무리되지 않고 유족들과 대구시는 반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대구지역 인터넷 언론인 <뉴스민>, <티엔티뉴스>와 공동으로 당시 사고를 되짚어보고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의 안전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대구지하철 2호선 내부.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불연재로 모두 바뀌었다.
 대구지하철 2호선 내부.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불연재로 모두 바뀌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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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전인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안심행 1079호 기관사는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불길이 확산되자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밖으로 대피했다.

마주오던 1080호 전동차의 기관사 또한 화재가 났다는 무선연락을 받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중앙로역에 진입해 정차했으나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출발하려 했지만 단전이 돼 많은 인명피해를 키웠다.

당시 전동차는 불연재로 되어있지 않아 화재에 취약했고 기관사 또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해 승객들을 남기고 혼자 대피해 많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시설보완은 많이 됐지만 안전요원 없어

1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승객들을 싣고 달리는 전동차 안은 안전할까?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는 560억 원을 들여 모든 전동차의 시트를 방염처리하고 전동차 내장재를 교체하는 등 차량을 개선하고 역사의 안전을 위한 시설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

비상대응매뉴얼을 개발하고 승객의 긴급 신고수단을 개선하고 모의운전연습기를 개선하는 등 인적제도 개선도 많이 이루어졌다. 특히 승강장에는 방독면과 공기호흡기를 배치하고 재연벽을 설치하고 측광타일을 붙이는 등 화재 발생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화재사고 당시 문제로 지적됐던 기관사 1인 승무제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4년에 개통될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기관사가 없이 무인으로 운전하도록 하고 있어 사고가 발생했을 시 더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인 승무제는 대구지하철과 같은 사고가 났을 때 수백 명의 승객들을 상대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시 기관사 혼자 교신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초기 대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구도시철도 59개 역에 근무하는 역무원도 마찬가지다. 59개 역에 모두 615명의 역무원이 근무하는데 한 역에 근무하는 역무원은 평균 10.5명 꼴이다. 이는 지하철참사가 일어났던 2003년 역당 평균 12.1명에 비해서도 줄어들었다.

역무원은 3개조로 나뉘어 24시간 근무를 하는데 보통 2명이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인원이 전체 역을 순찰한다. 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 대응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중앙로역에 근무하는 한 역무원은 "12명이 4인 1조로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데 안전순찰활동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도시철도공사는 예산 등의 문제를 들어 안전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 대구지하철 안전 피부로 못느껴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다른 역에 비해 안전장비를 많이 갖추었다.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다른 역에 비해 안전장비를 많이 갖추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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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역 승강장.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소화기와 비상전등, 비상전화 등이 설치돼 있다.
 대구지하철역 승강장.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소화기와 비상전등, 비상전화 등이 설치돼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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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대구지하철이 안전해졌다고 믿는 시민들도 많지 않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사는 이상식(65)씨는 "비상구 표시와 유도등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게단 입구 등에 유도시설을 더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박일영(70, 대구 동구 신천4동)씨도 "시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시민들은 피부로 못 느낀다"며 "지하철 역 안에 있는 방독면이나 마스크 등 안전장비가 턱없이 모자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룡 대구지하철노조 지부장은 "대구시와 공사가 안전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지 않고 경영수익 측면에서 인력을 운영하려고 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대구지하철노조가 화재사고가 발생한 이후인 2004년 1인 승무원으로는 안전 하지 않다며 추가 인력을 요구하고 파업에 들어갔지만 지도부 13명이 해고돼 지금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구시는 눈에 보이는 안전시설만 신경쓸 게 아니라 안전요원 확보가 더 필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건축학과 홍원화 교수도 "10년동안 하드웨어에 돈을 많이 투자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이용하는 시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안전에는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내장재를 불연재로 변경하고 측광타일을 깔고 유도등을 설치하고 통신을 이중으로 하는 등의 노력은 했다"면서도 "지금 지하철 역에는 유도등보다 밝은 광고판이 많고 안전 메뉴얼도 쉽게 이해하고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중시설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더라도 사용하기 불편하면 무용지물"이라며 "시설뿐만 아니라 행정기관,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이 나서 안전교육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효율성 대신 공공성과 안전성 우선시해야

대구중앙로역에 지하철사고 당시의 사진을 전시했다.
 대구중앙로역에 지하철사고 당시의 사진을 전시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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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 15일 담화문을 발표한 자리에서 "지하철 안전을 위해 추가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어느 도시보다 안전한 지하철을 운행하는 도시로 이름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지하철희생자대책위 등 유족 단체들은 안전재단을 만드는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 성금으로 사망자와 부상자들에게 지급하고 남은 110억 원으로 안전재단을 만들어 안전의식 고취에 앞장서야 하는데 대구시는 유족을 분열시키는데 앞장서기만 할 뿐 정작 필요한 일은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사고가 남긴 교훈은 안전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을 개선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의식을 고취해야 한다. 행정기관도 효율성을 내세우기보다는 공공성과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뉴스민>, <티엔티뉴스>가 공동으로 취재했습니다



태그:#대구지하철참사?10주기,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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