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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5월 군 입대 후 훈련소에서 사격 훈련을 하면서 고민했던 일이 하나 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과연 나는 적을 사살할 수 있을 것인가? 자대 배치를 받고 사격 훈련을 받을 때마 그 고민은 이어졌다. 내린 결론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을 사살할 수밖에 없다'였다. 시력은 나빴지만 의외로 사격은 잘했다.

전쟁에서 적을 사살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더 많은 적을 죽이면 '무공훈장'까지 받을 수 있다. 사람이지만 그가 나와 같은 군인 신분이라면 사람을 죽여도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나는 전쟁에서 적을 사살하는 것은 필요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민간인을 죽이는 것은 범죄다. 특히 전쟁 중이라도 어린이를 죽이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지 못한다. 당연히 어린이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하물며 평화 시에는 두말할 것도 없다.

한 이스라엘 병사가 조준경으로 어린이를 겨누고 있다. 이 소년은 팔레스타인 어린이으로 보인다.
 한 이스라엘 병사가 조준경으로 어린이를 겨누고 있다. 이 소년은 팔레스타인 어린이으로 보인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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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군 저격수가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어린이 머리를 총의 망원 조준경에 정조준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이스라엘 안에서조차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배경에 이슬람 건축물인 첨탑(미너렛)이 보이고, 아랍풍 시가지와 비슷하다.

<한겨레>에 따르면, 20일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는 물론 이스라엘 퇴역군인들조차도 문제를 제기하자,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 사진은 이스라엘군의 가치와 윤리에 맞지 않는다"며 진상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진을 지난달 25일 사진공유서비스 인스타그램에 올린 모르 오스트로브스키(20)는 이스라엘 저격부대 소속으로, 논란이 커지자 곧 사진을 내렸다. 그는 군 조사 과정에서 "내가 찍은 게 아니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올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 사진은 이스라엘군의 가치와 윤리에 맞지 않다"고 했지만, 과연 이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동의하기 힘들다. 그동안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정조준하거나, 사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아이들에게 총을 쏘지 말라고 온 몸으로 막아섰다. 이 사진은 2008년 1월 25일 mbc<김혜수의 W>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리포트'를 갈무리한 것이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아이들에게 총을 쏘지 말라고 온 몸으로 막아섰다. 이 사진은 2008년 1월 25일 mbc<김혜수의 W>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리포트'를 갈무리한 것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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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월 25일 MBC <김혜수의 W>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리포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이스라엘의 슈데롯를 찾아 수시로 로켓이 날아와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생생한 장면으로 그대로 보여주었다.

<김혜수의 W>는 취재기간 중에도 로켓이 날아와 그 피해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하면서 이스라엘이 건설한 670km의 장벽에 가로막혀 가족과 헤어지고 삶의 공간이 분리된 사람들, 심지어 자신들의 땅에서조차 570개의 검문소들이 생활의 자유를 빼앗아버렸다고 했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당신은 지금 아이들에게 총을 쏘고 있는 거예요. 그걸 모르겠어요?"라며 온몸으로 이스라엘 병사 총구를 막아서는 장면도 있다.

이스라엘군이 13살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썼다. 이스라엘 만행을 상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3살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썼다. 이스라엘 만행을 상징하고 있다.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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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다. BBC는 이스라엘 군이 열세 살짜리 팔레스타인 소년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위 사진은 한 어린이가 지프 보닛 위에서 놀고 있는 장면이 아니라 이스라엘군에 잡혀 인간방패로 이용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군이 13살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쓴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던지는 돌팔매를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9년 7월 2일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2008년 12월 28일부터 22일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주택을 군 기지로 탈취해 사용하면서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을 한 방에 가둔 채 공격을 막는 인간방패로 삼았다. 엠네스티는 이 같은 이스라엘군의 잔혹함에 대해 "파괴가 잔인하고 정교하게 이뤄졌다"고 적었다. 앰네스티는 가자지구 전투에서 팔레스타인인 1400여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어린이가 300명이라고 전했다.
- 2009. 7. 3. <한국일보> <인권단체 앰네스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어린이 인간방패로">

이스라엘 군인은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구나. 아이들을 사살 또는 폭격해 죽였다
 이스라엘 군인은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구나. 아이들을 사살 또는 폭격해 죽였다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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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또 탱크과 폭격기를 동원하여 쉽새없이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폭격은 아군을 위한 단순한 전술이 아니라 자신들과는 다른 인종을 향한 폭격이며, 그들의 상황과 환경, 나이, 성별, 군인과 민간인의 구별은 필요 없다. 그들의 이익만 된다면 폭격을 통하여 목적한 바를 이루면 그만이다. 그리고 어린이는 죽어간다.

이스라엘은 더 이상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사살하거나, 인간방패로 삼아서는 안 된다. 팔레스타인에 진정한 평화가 와야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죽일 그 어떤 권한과 자격은 없다.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해맑은 웃음을 빼앗지 말라.

해맑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더 이상 이스라엘은 이 아이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 명백한 전쟁범죄다
 해맑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더 이상 이스라엘은 이 아이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 명백한 전쟁범죄다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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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인간방패,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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