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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을 제정했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 1000만 대 시대에 도시 교통과 대기 오염 문제는 도로 확장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으므로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 교통 수요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말, 법제처는 '2012년 녹색법제 입법계획' 74건을 발표했다. 이 발표 내용에는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에 대한 개정도 포함돼 있었다. 녹색법제 입법 계획은 이명박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저탄소 녹색 성장을 위해 에너지·환경·교통 등의 분야에 관한 입법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면, 국가의 자전거 정책은 체육 활동을 위한 건강 증진이라는 부가적인 목표도 있지만, 도시 교통과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고 여전히 비슷한 목적을 위해 계속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책 목표와 현실은 이와 다르다. 2011년 한국소비자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 2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레저 및 운동(건강관리)을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82.8%에 이른다. 이에 반해, 이동(출·퇴근 및 통학) 목적이나 운반(쇼핑·장보기)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이는 조사 대상 중 10%, 3.4%였다. 즉 교통수단으로써의 자전거 이용 비율은 꽤 낮은 것이다.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선은 자전거가 다니는 길의 확보가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건설된 전국의 자전거 도로 덕에 우리의 자전거 도로 총 연장은 과거에 비해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레저를 위한 자전거 도로를 제외하고, 교통수단으로써의 자전거 도로 이용을 위해서는 도심 내의 자전거 도로 확충이 필요하다. 도심 내 자전거 도로의 상황은 어떨까. 서울시의 경우는 그다지 평가가 좋지 않다.

서울의 자전거 도로, 제대로 구비돼 있을까

2011년 12월 기준, '서울시자전거도로현황표'에 따르면 자전거 전용도로는 총 399개 노선, 총 연장 804.2km에 해당한다. 자전거 문화가 가장 잘 발달한 도시 중 하나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가 약 400km인 것을 떠올려볼 때,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물론 서울의 도시 면적이 암스테르담보다 세 배 넓다는 것, 인구밀도 역시 약 세 배(서울은 2009년 기준 1만7289명)을 고려하면 짧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자전거 도로 정책이 1990년대 중반부터 시행된 것을 고려해 보면 총 연장은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라는 평이다. 자전거 도로는 종류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와 '자전거 전용차로'가 바로 그것. 서울시 내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344개 노선·680.9km, 자전거 전용 차로는 55개 노선·123.3km가 설치돼 있다. 수치상으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서울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자전거 도로로 인도가 보행자용 도로와 자전거도로로 나눠진 형태 또는 구분이 없는 형태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차가 다니는 도로 가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다. 전자의 경우 자전거를 제대로 이용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겨울이라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지만 지난 가을까지는 일주일에 네 번, 잠실에서 이문동까지 자전거로 통학했다"는 최건일(28)씨는 안전상의 이유로 중랑천변 자전거 도로를 이용했다. 그의 이동 경로 중 3분의 1은 일반 도로였는데, 일반 도로 옆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있어도 이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구분이라도 제대로 돼 있으면 다행인데, 자전거와 보행자가 지나는 길의 구분이 안 돼 있는 도로도 많을 뿐더러 양자가 나뉜 구역에서도 사람들이 대부분 구분 없이 걸어가 자전거 도로보다는 차도를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이화동에서 혜화역에 이르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 서울시 자전거 정책 홈페이지(bike.seoul.go.kr)에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로 표시돼 있는 지역 중에 한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평범한 인도일 뿐이다. 게다가 혜화역으로 접어들수록 사람이 너무 많고, 각종 장애물과 상가에서 내놓은 물건들로 자전거가 다니기엔 부적합해 보인다.
▲ 이화동에서 혜화역에 이르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 서울시 자전거 정책 홈페이지(bike.seoul.go.kr)에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로 표시돼 있는 지역 중에 한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평범한 인도일 뿐이다. 게다가 혜화역으로 접어들수록 사람이 너무 많고, 각종 장애물과 상가에서 내놓은 물건들로 자전거가 다니기엔 부적합해 보인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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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이용하면 자전거도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동 경로가 잠실-이문동이기에 한강변과 중랑천변의 자전거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었고, 빨리 달리면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만약 다른 지역이었다고 해도 자전거 전용차로가 한강변이나 중랑천변처럼 잘 조성돼 있다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체 자전거 도로 중 자전거 전용차로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게 문제다.

또한 불법 정차와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자전거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최건일씨는 "도심에서 자전거 전용차로를 이용할 경우, 좌회전 차량이 매번 자전거 도로를 막아 운행이 지체된다"며 "위험이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도심에 있는 자전거 전용차로의 경우, 자전거 도로 위의 주정차 문제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이용해본 이라면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일이다.

자전거 전용차로 위의 경찰 버스 경복궁 앞 길, 광화문 방향. 자전거 도로 위의 경찰 버스는 사진을 찍은 시점부터 한 시간 뒤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행 법으로 이를 처벌할 수 있거나 주정차 금지를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
▲ 자전거 전용차로 위의 경찰 버스 경복궁 앞 길, 광화문 방향. 자전거 도로 위의 경찰 버스는 사진을 찍은 시점부터 한 시간 뒤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행 법으로 이를 처벌할 수 있거나 주정차 금지를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
ⓒ 이홍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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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보다는 자전거 전용차로의 확대 설치가 필요하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의 한 관계자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부분 도시들이 자전거 도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도로를 개발했다"며 "그렇게 때문에 애초에 도로 폭이 좁은 곳이 많아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자전거 전용차로가 들어선 곳은 상대적으로 도로 폭이 넓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자전거 도로 기능 미비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제도적인 측면을 고려해 자전거 도로의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그 방안으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 방해물을 놓는 행위를 개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전거 전용차로에 불법 주정차를 하는 행위에 대해 무인카메라를 이용해 감시 활동을 넒혀나가겠다"며 "특정 차선 이용에 있어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는 등 여러 가지 정책적 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를 위해

유럽사이클리스트연맹(ECF)가 지난해 10월 18일 누리집에 올린 글을 보면, 유럽의 5대 정체 도시인 이스탄불·바르샤바·마르세이유·팔레르모·로마의 경우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이 2%를 밑돈다고 밝혔다. 반면, 암스테르담과 코펜하겐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이 3분의 1을 넘는 곳인데 교통체증이 가장 없는 도시(암스테르담 45위·코펜하겐 46위)로 조사됐다.

한국의 자전거 이용률은 ECF가 선정한 5대 정체 도시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한국소비자원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독일 10%, 일본 14%, 네덜란드 27%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자전거 이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울시 차원에서도 다양한 자전거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자전거 10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10월 자전거 정책 포럼을 열었다. 그런가 하면 공공 자전거 서비스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률을 제고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자전거 전용차로 확충이다. 단순히 자전거 레저 인구를 늘리는 것보다 자전거를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인구를 늘리는 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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