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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육청 장학사 시험 비리 사건으로 급기야 충남교육감이 경찰에 15일 소환되었다. 조사결과에 따라서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치러진 제24기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시험 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이미 도교육청 소속 장학사 3명과 교사 1명이 구속된 직후 일어난 일이다. '교사에서 전문직이 되는 과정'을 둘러싸고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 전문직이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이며 전문직이 되려는 동기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교육 전문직 인사비리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답하는 것이 이번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시험 비리 사건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교사에게 있어 승진은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됨을 의미한다. 교사에서 바로 교감이 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직을 거치지 않으면 교감에서 교장이 되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리기 때문에 교감이 되는 중간 다리로 전문직이 선호된다. 그런데 전문직을 하겠다는 교사는 많고 필요로 하는 정원은 적으니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사이에 부정과 비리가 끼어든다.

우리가 통칭 '장학사'라 부르는 교육전문직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장학사, 다른 하나는 교육연구사이다. 간단히 말해 장학사는 '장학 업무'를, 교육연구사는 '교육연구 업무'를 수행한다. 장학 업무의 범위는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지원, 학교 및 수업장학, 연구시범학교 관리, 교원인사 및 재교육, 학생정원 관리, 교원징계의결 요구 신청 등 그 폭이 매우 넓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장학사들이 학교와 교사를 감독하고 행정업무를 생산, 전달, 수합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연구사라 해서 정책연구나 수업개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공표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현실에서 교육전문직은 교사가 교감이 되기 위한 중간 매개역이다.

이들 전문직은 교사들처럼 일정한 퇴근 시간, 방학 같은 근무 형태가 없다. 오히려 야근을 자주하고, 일선 학교가 방학 중일 때도 쉬지 못한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승진을 꿈꾸는 교사들은 전문직이 되려고 한다. 승진 욕구는 교사가 전문직이 되려는 강력한 동기이다.

만약 정년 때까지 전문직에만 머무르게 한다면 이토록 경쟁률이 높은 시험을 거쳐 교사에서 전문직이 될 이유가 없다. 실제 전문직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전문직이 되는 그 순간부터 현장으로 복귀하는, 즉 교감이 될 때까지의 기간을 셈한다. 보통 5년에서 6년의 전문직을 거쳐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이 과정을 전문직에서 교감으로 '전직'했다고 표현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감을 거쳐야 교장이 될 수 있으므로 교감이 되었다는 것은 비로소 정년 전에 교장을 한 번 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길이 워낙 좁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교사가 일단 승진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수업보다는 행정업무를, 질보다는 양을, 과정보다는 결과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승진을 하기로 마음 먹은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들의 수업은 소홀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들에게 있서 능력은 수업능력이 아니라 업무능력이기 때문이다. 보통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교직 경력, 부장교사 보임 연한, 연구실적, 근무평정에서 최상위에 속해야 한다.

부장교사는 대개 교장이 임명하고, 연구실적은 보통 장학사가 심사하며 근무평정은 교장에게 권한이 있으니 승진을 꿈꾸는 교사가 누구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쉽게 답이 나온다. 한 학교당 대개 서너명의 승진 희망자가 이 범위 안에 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교사에 비해 시험을 통과하는 교사는 적다. 이 틈을 비집고 족보라고 부르는 시험에 대한 정보가 교환되며, 이번 충남도의 경우처럼 시험을 둘러싼 부정과 비리가 발생한다.

이번에 인사 비리에 해당된 사람들, 지시한 사람들, 이로 인해 수혜를 입은 사람들에 대하여는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에 상응한 처벌을 해야 한다. 다른 시도에 있을지 모를 인사비리에 대하여도 감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비리 해당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현행 교육관계법 및 승진제도 때문이다. 교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주어져 있는 초중등교육법과 교장이 되는 과정을 명시하고 있는 규칙이나 복무규정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는 교장 연수를 이수하고 교장자격을 취득한 교원만 교장으로 임용된다. 한 번 임용되면 임기는 4년이고 중임이 허용되므로 별 문제가 없다면 8년간 교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 번 교장이 되면 정년 때까지 교장에게 주어지는 특혜와 권한을 다 누리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일부 교사들에게 과도한 승진욕구를 부추긴다.

대학에서는 총장직을 수행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바로 강의교수로 복귀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보직 개념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도 '교장보직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시행하는 학교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이유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보직 개념의 교장들은 임기가 끝나면 다시 수업을 하는 교사로 복귀한다. 그러므로 사심없이 본연의 직분에 충실할 수 있다. 교장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하여 보직 개념을 정착시키는 일, 승진제도의 과감한 개선, 내부형공모제의 확대 등이 현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중학교 수학교사이자 대학에서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태그:#장학사, #인사비리, #교장보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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