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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의 종류는 다양하다. 사지 못하고 놓쳐버린 부동산, 결혼하지 말았어야 할 배우자, 폭락한 주식, 잘못 선택한 일자리, 몇 푼 아끼려고 직접 머리카락을 자르다 만든 형편없는 몰골… (본문 중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누구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일을 망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수가 잦은 사람이라면, '나는 왜 이럴까'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자주 이런 일을 겪는다면 심지어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며 자책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읽어볼만한 책이 있다. 책 제목부터 실수로 고생하는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이다.

20여 년 '실수 사례' 소개한 실수 전문가

책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의 표지.
 책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의 표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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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지프 핼리넌은 지역신문에서 근무하며 의료과실을 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자출신 작가다. 그는 20여 년 동안 일어난 황당한 '실수 사례'를 모아 보도하며 다양한 실수담을 보고, 듣고, 써왔다. 자타 모두가 공인하는 실수전문가인 셈이다.

그에게 가장 인상 깊은 사례. 미국 사우스웨일스의 세인트브라이즈라는 마을에서 한 자경단원이 어느 저명한 소아과 의사의 진료실을 급습해 엉망으로 만들었다. 경찰에 체포된 자경단원에게 범행 동기를 물으니, '소아과 의사(pediatrician)'와 '소아성애자(pedophile)'라는 단어를 혼동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고한 의사를 변태로 착각해 폭력을 휘두른 웃지 못할 실수였던 셈이다.

이와 같은 실수담을 20년 이상 접한 저자는 사람들이 실수를 저지른 사례에서 원인과 해답을 찾는다. 그에 따르면 '실수의 90%는 인간 탓'이다. 환경이나 다른 요인이 아니라 인간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왜 실수를 할까

실수는 인간이 주변 세계를 보고 기억하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편향(systemic biases) 때문이다. 이는 주변세계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분에 치우치는 경향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오른손잡이는 건물에 들어설 때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숫자 7이나 푸른색 계통을 특별한 이유없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언가의 첫인상에 집착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고 조지프는 말한다. 시험볼 때 처음 적은 답을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그 속에서의 행동양식까지 달라지기도 한다. 한 조사에서 피험자들에게 낯선 남자를 소개한 뒤, 그 남자의 직업이 트럭 운전사라고 알려줬다. 그러고 나서 남자의 몸무게를 물었더니, 피험자 대부분이 남자의 몸무게를 실제보다 무겁게 대답했다. 반대로 동일한 남자의 직업을 댄서로 소개받은 집단은 몸무게를 실제보다 가볍게 추측했다. (본문 중에서)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인간의 사고방식은 때로 이성적인 논리에 따르기보다 '처리과정이 보다 편하고 빠른' 편견에 매달리는 경우가 잦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지프가 거론하는 실수의 이유들로는 '눈 앞에서 엄지손가락 너비 정도 뿐인 사람의 좁은 시야', '세부요소보다 사건의 의미를 추구하는 심리',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해버리는 경향', '망각의 지름길이 되는 멀티태스킹(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 '대충 훓어보기' 등이 있다.

조지프가 말하는 실수를 위한 해결책... '겸손하라'

조지프 핼리넌이 말하는 '실수가 잦은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겸손하라' 정도가 되겠다. 어찌 들으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간단한 문장이지만, 그만큼 핵심을 단번에 찌르는 답이 아닐 수 없다.

인용된 많은 실험과 구체적인 검증으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우리는 결코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다. '실수'의 원인은 주로 '스스로에 대한 과신'이나 '편견' 때문이라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은 여전히 현대사회의 맹목적인 신화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우리의 주의가 짧은 시간에 여러 업무로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컴퓨터도 다를 바 없다. 컴퓨터도 1초에 수천 번씩 여러 프로세스를 오가며 처리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멀티태스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워낙 빨리 오고 가기 때문에 동시에 처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본문 중에서)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는게 미덕이 된 오늘날, 사회는 우리에게 '더 빠르고 더 많이' 움직이며 능력을 드러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그런 세태가 우리에게 심어놓은 환상 때문에 우리는 더욱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지프 핼리넌은 언론인 출신답게, 확실한 팩트들로 단순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바로 '겸손하라'는 것이다. 본 서평에서 미처 다 언급하지 못한 재미있는 실험과 사례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것이다. 평소에 실수가 잦은 사람이라면,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이 이 책을 집어든 것만큼은, 분명히 실수가 아닐 것이라고 감히 말하여 본다.

덧붙이는 글 |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조지프 핼리넌 저, 김광수 역 | 문학동네 | 2012.03. | 1만3,800원)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조지프 핼리넌 지음, 김광수 옮김, 문학동네(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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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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