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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수북이 쌓인 빈의자
 눈이 수북이 쌓인 빈의자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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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낭만 속으로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동아아파트1단지에 쌓인 올 겨울 최고의 겨울 낭만 풍경을 소개 합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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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유난히 날씨도 춥고 눈도 자주 내려 활동에 큰 불편을 겪었다. 그래도 다행히 며칠 전 내린 겨울비로 겨우내 불편했던 빙판길도 녹아내리고 날씨도 영상이라 얼마 남지 않은 늦겨울 추위도 이쯤에서 마감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날씨가 푸근하다. 남들보다 추위를 더 타는 사람도 아닌데 왠지 서둘러 봄을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하룻밤 안녕'이라더니, 오늘(4일) 새벽 평소처럼 헬스를 가려고 5시 50분 아파트를 나서는데 '아니 이게 웬 변고란 말인가?' 아파트 인도 옆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려고 자전거를 보니 세상에……. 삼각 안장 위에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뾰족한 모습의 눈이 20여 센티미터 될 정도로 소복이 쌓여 있다.

주차장을 보니 빼곡히 주차된 250여 대의 차에도 함박눈이 수북수북 쌓여 있다. 이를 보다 호기심이 들어 과연 눈이 얼마나 온 거야 하며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 위에 쌓인 눈에 손을 꽂아 보니 내 팔목 반이 거의 찰 정도다. 아마 정확하진 않아도 대충 20여 센티는 눈이 내린 듯하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소복소복 쌓인 눈 모습이 경이롭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소복소복 쌓인 눈 모습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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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터에도 온통 눈이 쌓였다.
 어린이 놀이터에도 온통 눈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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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인 것은 바람 한점 없고 화창한 날씨다. 올겨울 그렇게 눈이 자주 내렸어도 자전거를 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자전거 타고 헬스 가긴 애당초 글러 먹었다. 그래서 서둘러 발길을 재촉해 1킬로 정도에 있는 헬스에 가는데 여름철이면 울창한 아파트 단지 그 많은 수목 위에도 소복소복 쌓인 설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맘 같아선 헬스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어쩌면 올겨울 마지막이 될지 모를 설경을 카메라에 담을까 망설이지만, 아직 어둠이 깔려 애써 촬영해봐야 제대로 된 사진 얻기 쉽지 않을 것 같아 부리나케 헬스로 달려가 오늘도 2시간 반여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니 가는 시간 오는 시간 어영부영 3시간여나 걸린다.

헬스 다녀와 평소 같으면 아침 식사할 시간이지만 이날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카메라 챙겨 메고 다시 집을 나서 아파트 단지를 돌며 설경을 촬영하려는데 밤새 쌓인 눈을 치우는 경비 아저씨들 수고하는 모습 보며 카메라 들고 나선 내 모습이 얼마나 미안한지…….

마치 죄인처럼 경비 아저씨들 눈을 피해 이리저리 단지를 돌아다니며 어쩌면 올겨울 마지막 일지 모를 설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등굣길에 나선 초, 중, 고생들도 오랜만에 만나는 설경을 스마트폰에 담고 눈이 그렇게 좋은지 이리저리 어쩌면 그렇게 잘들 뛰노는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등굣길 학생들이 쌓인 눈을 밟으며 즐거운 모습으로 등교를 한다.
 등굣길 학생들이 쌓인 눈을 밟으며 즐거운 모습으로 등교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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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낭만
 겨울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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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어린이 다워야 해

이런 아이들의 모습 보니 덩달아 내 맘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올겨울 울 손자 녀석도 눈만 오면 좋아서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놀다 옷이 흠뻑 젖어 들어오면 녀석에게 얼마나 잔소릴 했는데 ……. 오늘 아이들 뛰노는 모습 보니 아마 아이들은 다 그런 모양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 부부는 애꿎은 손자 아이만 나무랐으니 이 녀석이 말은 안 해도 어린 맘에 얼마나 '할아버지 할머닌' 구석기 시대 사람 같다고 흉을 봤을까 생각하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도영아 미안해.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너 놀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뛰놀아도 좋다.

그렇지만, 어디 요즘 아이들 초등학생이라고 하교해서 그냥 노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학원에 과외에 방문학습하다 보면 아침 등굣길에 집 나간 어린 것이 오후 9시나 되어야 파김치 된 모습으로 귀가하는데 이렇게 지친 아이 저녁먹이고 나면 또 학교숙제 학원숙제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소복소복 쌓인 눈 모습이 경이롭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소복소복 쌓인 눈 모습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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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낭만 풍경
 겨울낭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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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손자 녀석도 때로는 좀 늘어지게 마련인데, 그럴 때면 또 영락없이 우리 집 '호랑이 도영할망' 잔소리에 내가 다 좌불안석일 정도다. 그러다 보면 어떤 땐 '아니 자기가 무슨 유격장 조교라도 된 걸로 아는 거야 뭐야 어린애를 잡아도 분수가 있지' 하며 어쩌다 한마디 거들라치면 '당신은 요즘 엄마들이 얼마나 아이 교육에 신경 쓰는데 그렇게 물러터진 소리를 하느냐'며 핀잔을 준다.

그렇지만, 여보! 그래도 한마디 부탁은 제발 아이 생각해 너무 공부 다그치지 좀 말아요. 우리 손자 녀석 공부는 중 상위권이어도 건강하잖아요. 인간의 욕심은 한도 없고 끝도 없다는 것 우리가 알아야 해요. '병원에 누워있는 어린이를 가진 부모'에겐 공부는 아니어도 아이가 건강하기만 바라는 것이 간절한 부모의 소원이란 걸 알아야 해요.

지난 가을 단지에 쌓이 낙엽을 모은 비닐 수집함에도 소복히 쌓인눈
 지난 가을 단지에 쌓이 낙엽을 모은 비닐 수집함에도 소복히 쌓인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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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 철망에도 소복소복 쌓인 눈이 신비롭다.
 테니스장 철망에도 소복소복 쌓인 눈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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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른된 손자 아이 안쓰러워

그리고 우리 도영이에게 고맙게 생각해야 해요. 생각해봐요 겨울이라고 매일같이 이렇게 아름다운 설경이 있는 것 아니잖아요. 하루쯤은 공부 쉬고 도영이 맘대로 하루쯤 뛰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란 사실을 알아야 해요. 공부만 잘하면 뭘 해요. 정서적으로 메마른 아이가 되는 것보다 할아버지 생각은 자연과 벗이 될 수 있는 그런 아이로 키웠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답니다.

할아버지 맘 같아선 학교에서 돌아온 손자 녀석과 눈싸움이라도 한판 걸판지게 대항해주고 싶은 생각 굴뚝같은데 당신은 아직 학교에서 귀가도 하지 않은 아일 두고 나에게 도영이 집에 오면 공부방 갔다 영어 학원 갔다 태권도 하고 오라고 시키며 학원 가는 즉시 할머니에게 문자 보내라고 시켜놓고 도영 할망은 또 자유부인이 되어 동네 한 바퀴 돌고 온다나. 뭘 한다나! 하며 나가 버렸잖아요.

내 이럴 줄 알았으면 힘들어도 수십 년 운영해 오던 사업 접지 말고 좀 더 끌고 왔어야 했는데……. 힘들어하는 내 모습 보고 '당신도 이젠 사업 접고 좀 쉬라던' 당신이 내가 겨우 이제 일 년 '백수' 노릇 했는데 마치 날 울밑에 선 봉선화 취급을 하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여보 도영할망 '당신 눈치 있으면 알아차리시길' 부글부글 속 끓는 소리…….

탱자나무 가시덤불에도 소복히 쌓인눈
 탱자나무 가시덤불에도 소복히 쌓인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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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겨울, #설경, #부평동아아파트1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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