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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 총체적 부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발표에 의하면 4대강 전구간에 설치된 16개 보(댐) 가운데 15곳에서 '안전도 저하' 판정이 나왔다. 대부분 보에서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보 바닥보호공이 유실·침하됐다고 밝혔다. 또 몇몇 보에서는 수문을 열고 닫는 것조차 위험한 상황이다. 전국 곳곳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물폭탄을 만들어 둔 셈이다.

또 4대강 준설과 수자원 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대하게 이뤄져 약 22조 원의 공사 비용 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비용도 엄청나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도 준설에만 해마다 3000억이 들 판이란다. 어디 그 뿐인가. 4대강의 수질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다. '4대강 녹차라떼'는 그 한 예이다.

겨울철 4대강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관련 신문기사가 눈에 띈다. 아뿔싸! 낙동강 낙단보에서 구미보까지 펼쳐진 강 전체가 얼음 판이란다. 보와 보 사이 강물이 갇히면서 사실상 '호수'가 되어 유속이 느려진 탓이다.

그곳에 찾아오던 겨울 철새들은 어찌 되었을까. 큰고니를 비롯한 물새들은 하루종일 강물에 떠다니면서 먹이를 먹는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드넓은 모래밭이 사라지고, 강 전체가 꽁꽁 얼어버렸다. 그 결과 큰고니는 먹이를 구할 공간마저 잃고,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있다. 어디 큰고니뿐이랴. (백조(白鳥)는 일본 한자 말이다. 우리나라 생물학계에서는 백조를 퇴출시켰고 '고니'라는 우리말을 쓰고 있다. 여름철 별자리인 백조자리도 '고니자리'라고 써야한다.)

새들의 안부를 묻다

눈이 참 많이 내린 날 아침, 문득 우리 마을 새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님이 페이스북에서 소개한 것처럼 해보기로 했다. 모이 그릇 받침을 만들고 넓은 쟁반을 얹어 놓았다.

새들은 뭘 좋아할까? 들깨, 해바라기, 땅콩, 좁쌀, 사과, 감귤 등을 추천받았다. 일단 당근, 들깨, 귤, 감 등을 챙겨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다림. 꼬박 이틀을 기다려도 새들이 오지 않았다. 평소 새들을 관찰해보면 경계심이 굉장히 많다. 먹이가 있다고 바로 내려앉지 않는다. 근처 나뭇가지 두어 곳에서 머물다가 조금씩 가까이 온다. 드디어 사 흘째 반가운 손님이 왔다. 직박구리였다. 직박구리는 귤과 감을 잘 먹었다. 이후 물까치, 박새, 딱새 등이 왔다.

새들이 경계의 끈을 한 시도 놓지 않으면서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기쁘고 즐겁다. 새 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찾아오는 새들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기꺼이 새 먹이를 챙겨주는 새 엄마, 새 아빠가 되었다. 아니 새들의 새엄마, 새아빠가 되었다. 새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먹이로 준 감을 한 입 가득 쪼았다.
▲ 직박구리 먹이로 준 감을 한 입 가득 쪼았다.
ⓒ 서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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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40년 만의 매서운 강추위라는데, 생물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고 있을까. 먼저 식물부터 보자. 대부분의 풀들은 연약한 몸이 다 말라죽고 오직 씨앗으로 겨울을 난다.

나무들을 늘푸른나무(상록수)와 잎지는나무(낙엽수)로 나눠 살펴보자. 늘푸른나무는 푸른 바늘잎을 그대로 단 채로(소나무 등), 또는 두꺼운 잎으로(동백나무 등) 겨울을 난다. 잎지는나무는 잎이 떨어진 가지 끝에 겨울눈이 달리는데, 겨울눈은 비늘잎이나 털로 덮어 보온 하고 있다.

동물들도 다양하게 겨울을 난다. 먼저 아예 개구리, 뱀, 곰처럼 겨울잠을 자는 종류가 있다. 또 개, 청서(청설모), 토끼처럼 긴 털로 털갈이하는 경우도 있다. 전체 동물의 3/4을 차지하는 곤충들은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이 시기를 견딘다. 어떤 곤충은 알로, 어떤 곤충은 애벌레로, 또는 번데기로, 어른벌레로 겨울을 이겨낸다. 곤충들은 나무껍질 아래, 나무속, 땅속, 돌 밑, 낙엽 속 등으로 눈과 추위를 피해 들어간다. 그 속에서 모진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생물들은 어떻게 겨울을 나고 있을까

나무껍질 속에 산다. 주위 구멍들도 여럿 보인다.
▲ 하늘소의 보금자리 나무껍질 속에 산다. 주위 구멍들도 여럿 보인다.
ⓒ 서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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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로 몸살이다. 호주는 폭염, 러시아·동유럽·아시아는 혹한으로 피해가 크다. 머릿속 걱정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산길·들길을 걸으니 적당히 땀도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몸을 움직여야한다. 눈길에서 여러 동물들의 발자국을 만난다. 그 발자국의 주인공들이 나에게 말한다. '이 지구별에 우리도 살고 있다. 우리도 이 추위를 함께 견디며 살고 있다'고.

이 겨울, 사람만 힘든 게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열린전북]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새, #겨울, #겨울나기,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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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생태학교 공동대표....교육, 자연, 생태, 깨달음, 자연건강, 텃밭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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