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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별미 중 하나가 장엇국입니다. 우리집이 겨우살이할 때 적어도 두 세번은 장엇국을 먹습니다
 겨울철 별미 중 하나가 장엇국입니다. 우리집이 겨우살이할 때 적어도 두 세번은 장엇국을 먹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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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엇국이 먹고 싶다. 엄마 언제쯤 장엇국 끓여주실거예요."

겨울이 되면 아이들은 엄마에게 장엇국이 먹고 싶다며 끓여달라고 합니다. '장엇국' 겨울 별미 중 별미입니다. 싱싱하게 살아있는 장어를 사다가 푹 곤 후, 단배추와 숙주나물을 넣으면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힘이 됩니다. 더운 여름에는 더위를 이기는 별미가 됩니다.

아이들만 아니라 저 역시 장엇국 생각이 났습니다. 1kg를 샀는데 아는 사람이라 인심이 푸짐했습니다. 살아있는 생선이 얼마나 싱싱하겠습니까? 1kg에 1만5천 원, 생각보다 저렴했습니다. 단배추 한 단에 3천 원, 숙주나물 2000원, 방아 1천5백 원. 합하여 2만 1500원입니다. 2만 1500원으로 온 가족이 몇 끼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빠가 장엇국을 끓여줄 것이니까. 아빠가 끓이는 장엇국이 얼마나 맛있는지 기대하시라."
"아빠가 만들어주는 음식은 정말 맛있어요."
"그래도 엄마보다는 못 해."

"하지만 아빠가 해 주시는 돼지갈비도 맛있고, 닭강정도 맛있어요."
"오늘 아빠가 맛있게 끓여 줄 것이니까? 많이 먹어라."

아빠가 끓여주는 장엇국. 엄마가 끓여주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합니다.
 아빠가 끓여주는 장엇국. 엄마가 끓여주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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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단배추 뿌리를 자르고,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단배추 사이 사이에 흙과 이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잘 씻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숙주나물입니다. 숙주나물은 장엇국에 제격입니다. 숙주나물을 씻는 방법은 싱크대에 물을 가득 채운 후, 손으로 휘저어 씻으면 됩니다. 숙주나물이 아니면 콩나물을 넣어도 좋지만, 장엇국에는 숙주나물이 더 좋습니다.

장엇국에 숙주나물 역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재료입니다.
 장엇국에 숙주나물 역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재료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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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나물을 씻어 건져내고 있습니다.
 숙주나물을 씻어 건져내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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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단배추와 숙주나물을 왜 넣어요?"
"장엇국에는 당연히 들어가야지. 장어만 넣으면 맛이 없잖아."
"그리고 방아는 왜 넣어요."

"방아? 방아는 장어 비린내도 제거하고, 더 맛있게 하지."

방아는 경상도 사람, 특히 경남과 부산 사람들 외에는 잘 먹지 않는 허브입니다. 깻잎보다 더 향이 강합니다. 향이 강하기 때문에 경상도 지역 사람들 외에는 먹지 않는 것보다는 잘 못 먹습니다. 하지만 경상도 사람들이, 장엇국과 추어탕 등에 방아를 넣지 않으면 장엇국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특히 장어볶음에 넣으면 독특한 향이 우러나와 정말 맛있습니다.

경상도, 특히 경남 지역은 장엇국, 추어탕, 보신탕에 방아를 넣습니다. 강한 냄새가 나는 '허브'입니다. 강한냄새인지 몰라도, 서울사람들은 잘 먹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방아가 들어가지 않는 장엇국은 상상할 수 없지요.
 경상도, 특히 경남 지역은 장엇국, 추어탕, 보신탕에 방아를 넣습니다. 강한 냄새가 나는 '허브'입니다. 강한냄새인지 몰라도, 서울사람들은 잘 먹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방아가 들어가지 않는 장엇국은 상상할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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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이들이 장엇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외할머니가 장어국 장사를 하실 때 자주 먹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만 두셨지만, 몇 년 전 전통시장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장엇국과 고추전에 동동주를 팔았습니다. 아이들은 갈 때마다 장어국을 먹었습니다. 외할머니가 끓여주시는 장어국은 세상에 없는 맛이었습니다.

"엄마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장엇국 정말 맛있어요."
"엄마도 할머니가 끓여주신 장엇국 생각날 때가 많아."
"엄마 그럼 우리도 끓여 먹어요."

결국 아내는 장엇국을 끓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빠가 나섰습니다. 푹 끓인 장어에 단배추와 숙주나물을 넣고 다시 끓입니다. 아이들은 벌써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펄펄끓는 장엇국. 아이들 입안은 벌써 침이 남강입니다.
 펄펄끓는 장엇국. 아이들 입안은 벌써 침이 남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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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직 멀었어요?"
"엄마가 오시면 먹어야지."
"먹고 싶어요. 아빠가 끓이는 것 보니까. 정말 먹고 싶어요."
"엄마가 오시면 먹어야지. 우리만 먹을 수 있나?"


눈앞에 있는 장엇국을 두고 먹지 못하는 아이들, 참 애처롭습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먹는 것이 우리 가족 식사법입니다. 더구나 아빠(남편)가 끓인 장엇국을 엄마(아내)만 쏙 빼고 먹는 것은 '가족이 아니므니이다'임을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드디어 엄마가 왔습니다. 아이들은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반찬은 없습니다. 장엇국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그릇을 후루룩했습니다.

장엇국 두 그릇을 뚝딱한 큰 아이와 막둥이
 장엇국 두 그릇을 뚝딱한 큰 아이와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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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장엇국 정말 맛있어요!"
 "아빠 장엇국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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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도 쉬지 않고, 먹네."
"...."
"쉬엄쉬엄 먹으라니까."
"맛있어요."
"아빠가 끓이니까. 더 맛있어?"
"맛있어요."
"한 그릇 더 먹어도 돼요?"
"당연하지 많이 먹으렴."

겨울 별미 중 별미인 장엇국.
 겨울 별미 중 별미인 장엇국.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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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맛있는지, 아이들은 끼니마다 두 그릇입니다. 아내를 빼고, 네 사람이 두 그릇이면 한 끼마다 여덟 그릇입니다. 곰국을 끓이는 큼직한 솥에 끓였는데도 이틀 만에 끝났습니다. 정말 많이 먹습니다. 장엇국 다 먹은 아이들 이제는 대구탕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이니 아빠와 엄마 마음이 든든합니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 앞으로 몇 번 더 장엇국으로 우리 가족을 겨울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그:#장어국, #단배추, #숙주나물, #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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