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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발표와 관련하여 한국의 언론들이 여러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도 추가적인 핵실험 강행을 발표했다는 기사에서부터, 한국이 이번 결의에 동참한다면 물리적 타격도 불사할 것이라는 것까지 실로 한반도의 일촉즉발 대결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한반도의 급변하는 상황과 관련하여 중국마저도 북한의 핵실험을 극력 반대하고 있으며, 당 기관지를 통해서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할 경우 즉각 원조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보도는 사실일까?

<동아> <조선>등 보수 언론, 중국 입장 왜곡에 앞장서

우선 26일(이하 한국시각) 자 <동아일보>는 '북, "중마저 등 돌리나" 삿대질…핵집착 심해져'라는 제목과 함께 '북 vs 중… 핵실험 좌충우돌… 한-미 협박하고 중과도 충돌'했다는 부제를 달아서 기사를 내 보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김정은(북한 노동당 제1비서)이 사면초가를 자초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과 중국의 이례적인 갈등 양상을 지켜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결의에 찬성한 중국에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이해되지만 대립 전선을 중국에까지 확대하는 모양새는 전략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체제와의 첫 관계 설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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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실험 관련 중국 입장을 보도하는 <동아일보> 1월 26일 자 .
ⓒ <동아일보>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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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그래픽 이미지까지 동원하여 북한이 한, 미, 중 연합국(?)으로부터 고립하여 핵실험을 추진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중국과 북한이 핵 실험 문제를 놓고 삿대질(?)까지 오갈 정도로 대립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분석 기사이다. 그러나 이 기사 내용 어디에도 제목으로 뽑은 삿대질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이 분석 기사의 근간이 된 같은 날짜 '김정은 대 시진핑 '핵충돌''이라는 제목의 보도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중국은 3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양국의 새 권력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간의 샅바 싸움이란 분석이 나온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런민일보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한 발 더 나갔다. 이 신문은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대북) 지원을 줄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짜의 보도 기사에서 '중 "북이 핵실험 하면 주저 없이 원조 줄일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5일 "북한이 새 핵실험을 하거나 '위성(장거리 로켓)'을 또 발사한다면 중국은 주저하지 않고 대북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한겨레 등 여타 신문마저도 사설 취지와 동떨어진 내용 보도

이 같은 내용은 <매일경제신문>도 같은 날 보도 기사에서 중국 '`엄중경고` "북 3차 핵실험하면 곧바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계속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북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일간지 환추스바오는 25일 사설을 통해 "북한이 핵 실험의 수준을 높이거나 다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중국은 즉각 망설임 없이 대북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한겨레> 신문마저도 '중 환구시보 "북 핵실험땐 지원 중단해야"'라는 제목으로 중국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하면 대북지원을 지체없이 멈춰야 한다"며 북한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신문은 "특히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지만 한•미•일•북의 요구를 모두 맞출 수 있는 묘수가 없다. 중국은 철저히 국익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며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했다."고 사설 일부의 내용은 정확하게 보도했다.

이러한 한국 언론의 보도들을 종합해 볼 때, 조선, 동아의 작위적인 보도는 논외로 하더라도 중국 관영 언론사 성격을 지닌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시에 즉각 대북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라고 보도하였던가 (매일 경제 등) 아니면 최소한 <환구시보>가 사설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면 대북지원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등) 과연 이러한 보도가 과연 사실일까?

 <환구시보>, 국가 이익에 중점 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접근 강조

이 보도들을 검증하기 위해 <환구시보> 25일 자, 영문판(Global Times) 사설을 분석해 보기로 하자.

이 신문은 25일 자 사설의 제목에서 '모든 한반도 이슈가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 (Not all Peninsula issues China's problem)'라며 이번 사설의 취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어 "최근 북한이 성명에서 중국을 공식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비난한 것"을 밝히면서 "이는 북한이 중국의 노력을 잘 평가(appreciate)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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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구시보> 1월 25일자 사설 일부 .
ⓒ <환구시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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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환구시보>는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북한과 한, 미, 일간 외교적 균형을 모색할 방법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등 중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중국은 더욱 완연한(relax) 자세를 취해야 하며 한반도 전략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실용적인(pragmatic) 태도를 가져야 하며 중국의 자원 투자에 최상의 전략적 이득을 얻게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 갈등 관계에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어느 한 쪽을 택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동떨어져 있을 수도 없다"며 "중국의 역할과 위치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할 때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따라서 "만약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줄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만약 미국과 일본, 한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극단적으로(extreme) 추진(promote)한다면 중국은 절대적으로 그들을 중지시킬(will) 것이며 그러한 제재안을 수정하라고 강요(force)할 것이다"라고 중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어 <환구시보>는 "우리는 북한이 화가 났다고 북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으며,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한국이 중국에 불평을 하더라도 그들의 감정을 달래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에 인접한 강대국으로 이에 따른 전략적 이해관계는 다양(diverse)하고 복잡하다"며 "중국은 어떤 다른 당사자의 이해관계보다도 (자국의) 국가 이익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희망하지만, 분쟁(trouble)이 있더라도 이것은 중국의 입장 기준(baseline)에서 보아야 한다"며 "중국은 동아시아의 다소 혼란스러운(chaotic) 상황에 놓여 있지만, 다행히 인접국들 중 가장 강대국이므로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기에 중국은 차분(calm)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사설을 맺었다.

 보도된 사실관계마저도 왜곡하며 한반도 갈등에 불을 붙이는 보수 언론들...

이 환구시보의 사설은 번역에서 본 것과 같이 다시 정리하자면,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다소 실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사설은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시에는 (상황 변화에 따라) 원조를 줄이는데에도 주저하지 않겠지만, 한, 미, 일이 더욱 극단적인 북한 제재를 시도할 경우에는 이를 즉각 절대적으로(resolutely) 중단시키고 제재안을 변경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환구시보>의 사설 내용이 지구 한 바퀴의 거리도 아닌 인접국인 한국의 언론에는 전혀 180도 다르게 그 본래의 뜻이 왜곡되어 해석되고 전달되고 있다. 더 나아가 보수 언론들은 이 왜곡된 기사를 근거로 중국이 북한과 핵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확대하여 보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점점 갈등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한반도 문제, 그 문제의 해결점 모색이나 분석의 시각 차이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에서 얼마든지 다양성의 차이가 날 수는 있다. 그러나 보도된 사실관계(fact)의 내용마저도 왜곡하면서 한반도의 상황을 더욱더  갈등으로 몰고 가는 일부 보수 언론의 태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태그:#북한 핵실험, #환구시보, #보수 언론, #중국 외교 정책, #사실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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