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25일 오전 11시 13분]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직원 사찰과 노조탄압 실상이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하청업체 직원에게 불법적인 업무지시를 카카오톡으로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이마트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직원 사찰과 노조탄압 실상이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하청업체 직원에게 불법적인 업무지시를 카카오톡으로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이마트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신세계 그룹 이마트가 매장에 파견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불법적인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한 최근 '이마트 사태'가 문제 되자 이마트 관리자가 카카오톡 채팅방을 없애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문제의 채팅방 화면을 모두 입수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 원청업체는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고유 업무 외에 다른 일을 시킬 수 없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지점에서 일하는 A씨는 "이마트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물류창고 정리 같은 이마트 일을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이다. A씨는 24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마트는 만약 회사(협력업체) 일만 하면 해당 직원의 교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회사 일만 하면 괜찮다. 하지만 이마트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냉동만두 회사 직원이라면, 그것만이 아니라 한 냉장고에 함께 진열된 다른 회사 제품들까지 전부 관리해야 한다. 얼마 전에 한 이마트 지점이 납품회사에 연락해 직원 교체를 요구했다고 전해 들었다. '남의 일은 안 하고 회사 일만 해서 다른 직원들과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마트 지점 대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마트 창고도 정리한다. 처음 이마트에서 일할 때부터 했다. 그나마 1~2년 전에는 창고에서 박스 나르고 물건 정리하는 이마트 직원이 따로 있었는데, 요즘엔 아르바이트생도 안 쓴다."

협력업체 직원에게 타사 물품 진열·가격 표시까지 당연하다는 듯 지시

그는 "카카오톡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카카오톡이 소통이 아닌 업무 지시와 감시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A씨와 다른 협력업체 직원들을 담당하는 ㄱ점 관리자는 협력업체 직원이 다른 업체 물품을 진열해놓지 않거나 가격표를 잘못 썼을 경우 단체 채팅방에 사진을 띄워 '왜 일을 제대로 안하냐'며 따져 물었다. 이 관리자는 물품을 정리해야 할 곳의 사진을 찍어 "치워 달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이마트 사태 직후 A씨 등에게 "메시지를 지우라"고 했으면서도, 여전히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ㄱ점은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 일정이 나오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미리 귀띔해줬다. 몇 월 몇 일 감독관이 나온다고 하자, 이마트는 평소 협력업체 직원들이 진열·관리하는 PB(이마트 자체 개발 상품)상품을 그날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했다.

또 만약 우유 코너를 담당한 협력업체 직원이 여러 회사 제품들이 섞인 손수레를 끌고 있을 때 낯선 이가 "이걸 다 정리하시나요?"라고 물으면 "우리 회사 제품만 분류하려고 한다"고 답하라는 식으로 대응 방법을 세세히 일러줬다. A씨는 "(이마트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매장 일을 지시하는 게) 불법이란 걸 아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며 씁쓸해했다.

근로감독 나오는 날은 오히려 "타사 상품 만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매장에서 고용부 관계자 같은 사람을 만나거나 근로실태 조사 등에 응답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측의 부당한 지시 탓에 협력업체 동료들과 "왜 조사 안 나오는 거냐"는 대화도 여러 번 나눴다고 했다. 그는 "뉴스 등에서 정부와 이마트가 연관 있다는 내용을 보고 '아 이러니까 한 번도 (고용부나 지방노동청의) 현장 투입이 없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일 자체는 좋다"고 얘기했다. 틈틈이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재미도 있고, 회사 일만 하면 업무 강도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결국 이마트의 태도다. 그는 "하청업체를 쥐어짜고, 협력업체 직원들을 너무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니까 그게 부당하고 치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처음엔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제가 말해서 '(근무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된다면 …' 하는 생각으로 결심했다. 인격적으로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


태그:#이마트, #헌법 위의 이마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