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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외치고 있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구호를 외치고 있는 기자회견 참석자들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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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의 기본권 무시하고, 노예적 노사관계 강요하는 ㈜STL을 규탄한다!"

KAIST 청소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강요하는 ㈜STL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 당시 경과보고에 나선 김호경 지부장(대전일반지부)은 "20년 이상 수의계약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KAIST 청소관련 용역을 수행한 대건기업이 지난해 KAIST지회 창립 이후 2013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계약을 포기했다"며 "13년 새로 계약하여 용역업체로 들어온 ㈜STL은 '회사의 명령에 순종하겠다' '회사에 불필요할 시 퇴직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강요하며 노동자를 마치 노예처럼 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노동조합은 이러한 사측의 행태에 분노하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노사관계를 원한다"라고 주장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이대식 본부장(민주노총 대전본부)은 "청소노동자도 분명하게 학교의 구성원이고, 학교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학교와 용역업체는 의도적으로 이들을 무시하고 있다"며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고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음에도 전혀 응답하지 않는다, 우리의 의지와 뜻을 보여줘야 한다,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는 당연하게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 청소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위해 협상에 나설 것 ▲ 서약서 및 신원보증 요구를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해고 협박을 중단할 것 ▲ 평등한 노사관계를 위해 근로계약서의 내용 수정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 ▲ 이후 모든 문제를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 등을 촉구했다.

KAIST는 지난 12월 14일 입찰공고를 낸 뒤 청소용역 업체를 선정했으며, ㈜STL은 용역업체로 선정되었다. 이 용역업체는 지난 1월 15일 경 청소노동자들에게 서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1월 22일까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25일까지 제반 입사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근로계약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용역업체가 KAIST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서약서
 용역업체가 KAIST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서약서
ⓒ 대전일반노조 KAIST 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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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청소노동자의 기본권 무시하고 노예적 노사관계 강요하는 ㈜STL을 규탄한다
비정규직 1천만 시대라고 한다. 이미 비정규직의 문제는 비정규직노동자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경제 전반을 규정하는 핵심의제가 되었다.

이에 대한 반증으로 얼마 전 치러진 대선에서도 거의 모든 후보가 경쟁적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공약을 내걸었고, 이는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을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런 사회분위기속에서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말 잘 듣는 노예,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취급을 하는 기업이 있다. 올해 이곳 KAIST의 청소용역을 맡은 (주)STL(이하 회사)이 현재까지 보이고 있는 태도가 바로 그렇다.

회사는 이번 청소용역계약을 맡으면서 지난 수십년간 운행되어온 청소노동자의 출퇴근차량을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이는 박봉속에서도 묵묵히 노동해온 청소노동자의 복지를 당사자와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훼손하는 일임과 동시에, 새벽 일찍 출근해서 청소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무시하는 폭거라 할 것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회사측이 노동자들에게 강요한 소위 '서약서'라는 문서이다. 이 문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의 명령에 절대 불평없이 순종하겠다' 는 둥, '항상 근면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일하겠다'는 둥, '회사에서 불필요할 시는 즉시 퇴직하겠다'는 둥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노동자는 '명령'에 일방적으로 '순종'하는 노예도 아니고, '회사가 불필요할 시 즉시'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도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회사측이 이후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근로계약서의 내용 또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폭거에 노동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중식집회 등을 통해 표출하자, 급기야 회사는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내 1월 22일까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25일까지 제반 입사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근로계약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겠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는 근로계약 체결의 모든 과정에서 노동자의 인격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은 물론, 노동조합과 어떠한 대화의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이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임과 동시에 노-사간 신의성실의 원칙조차 짓밟는 폭거라 할 것이다.

우리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산하 KAIST 청소노동자는 회사측의 이러한 전근대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우리의 요구를 밝힌다. 우리 요구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며, 이러한 우리의 요구를 무시함에 따라 벌어질 모든 문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회사에 있음을 더불어 밝혀둔다.

-하나. 회사는 통근차량 운을 재개하고,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위해 협상에 나서라!
-하나. 회사는 '서약서' 및 '신원보증' 요구를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해고 협박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평등한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근로계약서'의 내용 수정을 위한 협상에 나서라!
-하나. 회사는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난 노동조합 무시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이후 모든 문제를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

2013년 1월 22일
공공운수노조/연맹 대전지역일반지부



태그:#청소노동자, #노조탄압, #대전, #일반지부,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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